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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하는나무 Apr 26. 2025

제주 카지노 게임의 봄은 언제나 올까?

그림책 『카지노 게임이 있어요』

『카지노 게임이 있어요』 오시은 글ㆍ전명진 그림. 바람의아이들


카지노 게임그림책 <카지노 게임이 있어요 표지

3월말, 따사롭고 초록초록한 봄을 맞으러 제주로여행을 떠났다. 지질답사가 취미인 남편이 바닷가에 잘 알려지지 않는 멋진 곳을 보자고 하여 따라간 곳이다.

화북 주상절리를 찾아 마을 입구에 주차를 하고 내리자마자 놀라운 두 가지를 만났다. 하나는 바람이다. 본래 제주도가 바람이 많은 곳이라고 하는데, 따스한 봄날이 아니라 겨울 꽃샘추위인지 세찬 바람이 몰아친다. 또 하나는 빨간 동백꽃이 그려진 표지판, <곤을동 잃어버린 마을을 가리키는 화살표를 발견한 것이다.



카지노 게임카지노 게임 안내 표지판

그림책 『카지노 게임이 있어요』를 인상깊게 읽었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그 역사적인 장소에 와 있다니! 옷깃을 단단히 여미고, 모자를 눌러쓰고 해안가 쪽으로 걸어갔다. 강추위에도 밭둑에는 여러 잡풀들이 초록을 빛내며 굳건히 올라와 있다. 잃어버린 마을(곤을동) 표지판에는 해안가 마을 전체가 언제 어떻게 없어졌는지 자세한 설명이 되어 있었다. 초록의 풀들과 노란 유채꽃이 바람에 날리는 가운데 서 있는 카지노 게임 4ㆍ3 유적지 조감도가 옛 마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키작은 돌담을 사이에 둔 초가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작은 해안가 마을이다. 그 곳에서 정답게 살던 사람들은 보이지 않고, 허물어진 돌담과 무성한 잡풀들만이 역사의 증인인양 황량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곳에선 봄마저 제대로 기운을 펼칠 수 없나보다. 억울한 원혼들의 아우성처럼 매서운 바람과 거센 파도가 그들을 대신하여 소리치고 있는 것 같았다.


카지노 게임카지노 게임 4ㆍ3 유적지 조감도

그림책 『카지노 게임이 있어요』는 오시은 글작가와 전명진 그림작가의 작품이다. 작가들이 직접 곤을동을 찾아가보고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그 아픔의 현장을 마음을 울리는 그림책으로 만들었다. 평화로운 일상을 누리던 마을이 한 순간에 쑥대밭이 되는 과정을 형상화하는 게 쉽지 않았으리라.

땅을 울리는 군홧발
집에서 끌려나온 사람들
모진 바람 모진 불길 모진말 모진 몸짓
모두 한데 너울거렸습니다.

와랑와랑 불꽃에 불덩이가 된 마을
나무는 떨고
동백꽃 봉우리는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한숨 마저 삼킨 침묵
멍이든 바다는 파랗다 못해 거뭇합니다.



2019년에 제주 4ㆍ3 평화공원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때까지 4ㆍ3 의 진실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있지 않았다는 게 부끄러웠다. 가족 전체가 몰살되어 3살, 5살 아이부터 80살 할아버지 이름까지 온 가족 이름이 연이어 기념비에 새겨진 것을 보면서 숨이 턱 막혔던 기억이 난다. 그저 무장대와 관련있다는 미명아래 마을 전체를 불태우고, 여자, 남자, 아이, 어른 가리지 않고 학살한 사실이 충격적이었다.

제주 4ㆍ3 평화공원

4ㆍ3 당시 군부대와 토벌대는 한라산에 숨어든 무장대를 잡는다며 한라산과 가까운 중산간 마을을 모두 불태웠다.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는 4ㆍ3과 관련한 중산간 마을의 이야기를 소재로 하고 있다. 제주 전역에서 120여 마을이 불태워졌다. 중산간 마을의 경우, 마을의 흔적도 세월이 흘러 숲으로 덮여 제대로 된 유적이 남아있지 못한 반면, 곤을동은 제주시 화북일동 해안가에 위치하여 그 흔적이 고스란히 남았다. 제주 4ㆍ3은 3만여 명의 민간인이 국가 폭력으로 희생당한 아픔의 역사이다. 역사적 진실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기에 ‘작별할 수 없는’, 여전히 진행중인 우리 시대의 통한의 슬픔인 것이다.


카지노 게임 마을 터(유적지)

숙연한 마음으로 곤을동 마을 골목을 지나는 내 발걸음은 무거웠다. 마을을 지나면서 돌담을 쓰다듬어본다. 제주 올레길 18코스로 이어지는 길이라 걷기 좋게 잘 정비되어 있다. 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진 주상절리 아래 ‘안드렁물’이라는 화북동 용천수의 흔적도 보인다. 당시 주민들이 실제로 식수로 사용했다고 한다.


화북동 주상절리
안드렁물 유적지

거센 파도로 소리치는 것 같은 짙푸른 바다, 길 가에 피어있는 붉은 동백꽃, 이제 올라오기 시작한 여린 새싹들, 분명 아름다운 봄의 풍경이고 멋진 절경이건만, 날씨 탓인지, 내 마음이 무거운 탓인지 아직도 겨울같았다.
카지노 게임 마을의 봄은 언제나 올 수 있을까?
그 봄을 누가 즐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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