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덧나지 않도록
다그치기만 하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만나다.
비실이는 비실 비실댄다. 하루에 밥을 한 끼만 먹는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이다. 사람이 하루에 밥을 3번이나 먹어야 한다는 게, 너무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그 시간이 너무 아깝다. 비실이가 써내야 하는 100대 기업의 이력서는 3월 내내 연속적으로 공지된다. 중견기업까지 하면 하루에도 20개씩 공지가 올라온다. 비실이는 ‘이 기간을 놓치면 다음 기회까지 6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백수라는 꼬리표를 달고 지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비실이는 아침에 눈을 뜨면, 씻지도 않고 컴퓨터 앞에 앉는다. 메일을 로그인한다. 기업에서 온 합격 메일이 있는지 눈으로 훑는다. 며칠 전 낸 이력서에 대한 답이 왔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물론 한 단계를 합격한다고 해서, 완전히 입사를 보장받은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이 과정에서 비실이에게 합격은 ‘인정’이자 자기 효용감이다. 비실이라는 사람이 이 세상에 필요하다는 증거. 인정욕구를 채워주는 어떠한 메시지인 것이다. 어제 온 메일의 제목을 쭉 읽어본다. 그리고 오늘 적어야 하는 이력서는 몇 개인지 체크해 본다. 어제 분석해 두었던 회사의 인재상을 비실이의 스펙애 잘 녹여서 잘 적어보겠다며 하루를 시작한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결의에 가득한 눈빛은 반짝반짝 빛나는데 피부는 푸석푸석하고, 머리는 언제 감았는지 뒤통수쪽 머리칼은 흡사 메두사와 같다. 늘어진 티셔츠에 무릎이 나온 운동복을 입었다. 밥을 잘 먹지 않아서 인지 빼빼 말랐다. 운동을 할 시간은 당연히 없으니, 코어 힘은 사치이고 허리는 당연히 굽었고, 어깨는 앞으로 말려있다.
이력서를 한참 쓰고 있는데 메일 알람이 뜬다. 기다리던 결과가 왔나 보다. 이미 제목을 보니 좋지 않은 듯한데, 안 읽을 순 없으니 제목을 클릭한다. 지원자의 역량은 우수하나 귀사와 함께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자기모순적인 거절의 내용을 쭉 읽는다. 비실이는 눈물이 난다. 그리고 조용히 중얼거린다.
“정말 안 되는 건가. 정말 내가 부족한가. 정말 내가 이 세상엔 필요 없나.”
온라인 카지노 게임 필요 없는 사람이 되는 건지 불안하고 무섭고 두려워진다. 눈물이 나는데 울고 있으면 안 될 것 같다. ‘울면 해결되는 것도 아닌데’ 란 생각이 들고, 이렇게 연약한 마음이 보듬아 주기엔 시간이 너무 없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이렇게 약해빠진 자신이 밉다. 이렇게 대단하지도 않은 비실이가 밉고, 아빠를 잃은 감정에 파묻혀 좋은 대학을 놓쳐버렸던 과거가 싫다. 이 모든 불합격이 다 자신의 탓이라고 자책할 수밖에 없던 과거. 중요한 시기라서 아빠의 죽음도 숨겼던 엄마의 신뢰를 저버린 채, 학교를 가고 싶지 않다며 자퇴를 운운하던 어린아이처럼 떼만 쓰던 그때가 회상된다. 너무 중요한 시기에 너무 ‘애’ 같이 행동했다고 생각한다. 그때처럼 울고만 있으면 안 된다.
“울지 마. 운다고 해결 돼? 5년 지난 후에 지금의 너를 보면 넌 어떨 것 같아? 이렇게 신나게 울고 포기해 버린 너를, 너는 인정하고 후회하지 않을 수 있어? 후회하지 않을 결정을 해. 내일까지 적어야 하는 이력서가 산더미라고!!”
비실이는 울음을 멈춰야만 했다. 적기로 한 이력서를 적어야 한다. 오늘 이력서를 내는 게 제일 중요하다. 비실이는 눈물을 삼키고, 슬픔을 삼키고, 다시 결의에 차서 이력서를 적는다. 오늘 이렇게 적은 이력서는 내일 또 실패로 올 수도 있다는 것을 안다. 그렇지만 호강스럽게 울고 있을 수 없으니까, 꼬박 10시간을 앉아 쉬지도 않고 이력서를 적는다. 그리고 이 모든 괴로움은 네가 좋은 대학을 못 간 스스로를 탓한다. 탓한다고 명문대에 다시 갈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비실이는 오늘도 자신의 자존감에 뾰족한 칼을 깊이 넣었다가 빼본다.
그런 널 보며, 나는 사실 그때부터 안타까웠는지도 모른다. 우리 집이 그렇게 가난하지도 않고, 내가 내일 당장 취업을 못하면 굶어 죽는 상황이 아님에도 소녀가장이라도 된 듯 직업을 찾아야 한다는 것에 집착하는 비실이 네가 너무 안타까웠다.
근데 그 안타까움을 온라인 카지노 게임 너는 알아차리지 못했다. 여유를 찾으라며, 공무원 공부하면 된다는 엄마의 조언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그런 너는 내 안에 점점 더 강하게 자리 잡았다. 이렇게 연약한 나보다 너는 내 안에서 점점 더 커졌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네가 완전한 내가 되던 날에 나는 완전한 합격을 받았다. 그때 너는 나였고, 나는 너였다. 아주 커다랗고 유명한 회사였고, 그 회사는 그동안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스스로에게 찌른 칼이 남긴 상처들을 합격의 꽃바구니로 덮어 보이지 않게 했다. 그 꽃들은 너무도 자연스럽게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게 스며들었다. 나를 사랑하는 주변의 가족, 친구들은 합격과 입사를 진심으로 축하했다. 그들은 선택받은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대단하다고 여겨주었다.
그때서야 온라인 카지노 게임 그동안 자신이 지옥 같은 나날에 있었다는 것을 처음으로 깨달았다. 자신이 느끼는 것보다 다른 사람들에게 예민했었던 것도, 그만큼 괴로워했었다는 것도 축하꽃바구니를 받은 날에야 알았다. 그리고 처음으로 그 괴로운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더 이상 눈을 뜨자마자 합격 메일만을 발을 동동 구르며 기다리고, 매일 불합격 메일을 받아도 슬픔을 온전히 느끼지 못하는 삶을 살지 않아도 되는 것에 안도했다. 내일 아침에는 컴퓨터를 켜지 않아도 되고, 오지 않은 합격 메일을 기도하며 잠들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놓였다.
아마 그때 온라인 카지노 게임 너는 너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축하’보다는 힘들었던 그 기간을 너 스스로가 보듬아주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나 싶다. 그동안 상처받았던 너의 자존감에 상처를 잘 아물 수 있도록 연고를 바르고 밴드를 부치는 과정이 필요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너에게 필요치 않은 ‘축하’는 너를 더더욱 강하게 감싸 안았고, 그 축하의 꽃들은 너의 상처를 꽁꽁 싸매어 까맣게 잊게 만들었다. 대부분의 취준생이 합격을 받으면 가는 그 흔한 장기 해외여행도 돈이 든다며 너는 마다했다.
너 혼자만 그대로 괜찮은 줄만 알았을 네가 너무 안쓰럽고, 안타깝고, 불쌍하다.
이제와 너에게 이런 표현을 해서 미안하다. 고맙다. 그때 네가 스스로를 채찍질하여 만들어준 나의 모습에 남들에게 자랑할만한 기업의 근무이력을 만들어줘서 내가 어깨피고 당당히 걸어 다닐 수 있었다. 그리고 미리 알아차리고 너를 꼭 안아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네가 끌어안고 가야 하는 상처받은 자존감을 알아차리지 못해서 정말 미안하다.
이제는 그렇게까지 온라인 카지노 게임 너를 괴롭힐 필요 없을 만큼 나는 많이 성숙해졌고, 네가 하는 어떤 실수를 하더라도 내가 곁에서 잘 해결할 수 있으니 이제는 그 칼날은 그만 사용했으면 좋겠다. 그 칼날로 더 이상 너를, 너의 자존감을 찌르지 않았으면 좋겠다. 너의 자존감이 더 이상 덧나지 않고 예쁘게 아물 수 있도록 스스로를 돌봐주는 시간을 많이 갖었으면 좋겠다. 그래 주었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