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은 나도 내 마음을 다 모른다. 안다고 생각하는 것일 뿐 누군가에게 정확히 보여주려고 하면 막막하고 어렵다. 물론 머릿속에서 그럴듯한 표현들을 만들어낼 수는 있다.
-너는 사랑으로낳은 자식이니까 무조건 사랑하는 거야.
-당신이 언제나 내 편이 되어 주어서 든든하고 좋아.
-글을 쓰면 뭔가 지금보다는나은 사람이 되는 것 같아서 뿌듯해.
-소설 쓰기는 알 수 없는 내 안의 세계와 만날수 있게 해 줘서신나고재미있어.
'아, 그렇구나. 그래서구나."
내 대답을 들은누군가는 납득이 된다며 고개를 끄덕거려 줄지도모르겠다. 하지만 솔직히말해나는잘모른다. 자신의 마음이나 생각, 그리고 행동에 정확한 이유 같은 게없을 때도많지않은가?
'카지노 게임'은 참으로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면서도동시에 무책임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부사이다. 세상에 '카지노 게임'이 어디 있어?다 이유가 있고 뜻이 있는 거지!라며 반박할 사람도있을 것이다. 나도명확한 목표와 뚜렷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열렬히살아가기위해노력하는편에속한다. 하지만 이따금미치도록 '카지노 게임'살고싶기도 하다. 왜 모든 것에 납득이 갈만한설명을해야하고 타당성을 인정받아야 하며 그럴듯한 이유를 댈수 있어야한단 말인가?'카지노 게임' 살고 싶을 때도 있는것이다.들판의 풀꽃처럼 나무위의 벌레처럼 하늘의 구름처럼 아니 '카지노 게임'먼지처럼.
이유도없고 변화도 없이 지금 있는 그대로
카지노 게임, 살면 안 되나요?
남편을 왜 좋아하는지에대해생각해 본 적이 있다. 좋은 이유와 싫은 이유를대차대조표로만들어 비교해 본다면 어느 쪽의 개수가 더 많을까? 진짜로 해보진않았지만, 어느 쪽이 우세한 지가리기 힘들 정도로 좋은 이유도 싫은 이유도 많을 것이분명하다.그러나그이유들은다 별 의미가 없다. 남편이 좋은 이유는'카지노 게임'이란 단어한마디면 충분하니까. 사랑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이따금 밉고 원망스럽기도한 사람이지만 '카지노 게임'좋은것이다.
비단 남편만이 아니다.내가 좋아하고 인연을 맺어 온 사람들 모두가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좋아하는 게 아니다. '카지노 게임' 좋아졌고 지금이 순간에도'카지노 게임' 좋을 뿐이다. 음악도 그렇고 영화도 그렇고책도 그렇다. 취향이란 걸 과학적으로 분석할 수도 있겠지만,자기스스로가내면에서 일어나는 심리적 메커니즘을 인지하지는못한다. 우리는그저속절없이 누군가에게혹은 무언가에게끌리는 것이라고느낀다. '카지노 게임' 말이다.
한동안 자기 계발서들이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그런 책들은 지금있는 자리에 가만히 있으면 도태되고 심지어는 실패한 인생이 될 거라고 강력히 경고하고있었다.내게도불안이 엄습했다. 자기 계발서들을 열심히 찾아 읽었고 체크리스트를 만들어나 자신을 점검하고 비판하며고쳐 나가려 했다. 어디까지나 자기 발전을 위한 일이니 바람직한 변화였다. 막블로그를시작했을 때였다. 직장에 다니면서살림을 하고 어린 아들을키우면서매일밤마다 책을 읽고리뷰쓰기를 했었다.부족한 시간은잠을 줄여가면서불도저처럼 나를 밀어붙였다. 그러던어느 날나는 기절을 하고말았다. 지금도손과 발이 굳으면서 세상이 아득하게 멀어져 가던그 느낌을지울 수가 없다. 한마디로 끔찍했다.
나는그 뒤로무리하지않기로 했다. 무언가에 과도하게 매달리면 그것에는성공할지언정 소중한 다른 것들을 잃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건강이든 가족이든 또 다른 무언가이든잃고나면후회해도 소용없을 테니까. 글을 쓰면서도 아들에게 수시로 말해주곤 한다. 나는 작가가 되는 꿈보다 네가 더 소중한일 순위라고!
나는치열함과 나태함을 적절히 섞어놓은회색인이되어살아가고 싶다. 어느 한쪽으로도치우치지 않고 적당히말이다.'카지노 게임'사는 순간들이 내 삶을 건강하게 만든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때로는'카지노 게임' 먹고 자고 쉬기도 하면서 나를 호되게 채찍질하지않고 내버려 두겠다.'카지노 게임'인 채로 있는 시간들도 소중한 내 삶의 일부임을 인정하고 살 것이다. 또 '카지노 게임'좋은 것이 진짜 좋은 것이란 말을 되새기며 '카지노 게임'에 끌려다니는나를 기쁘게받아들일 것이다.
이유도없고변화도 없이 지금 있는 그대로
카지노 게임, 사랑하고
카지노 게임,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카지노 게임, 살면 안 되나요?
#부사
#카지노 게임
#공감에세이
#카지노 게임 하면 안 되나요
#이유
#변화
#나태함
*지금까지 [부사가 없는, 삶은 없다]를 사랑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브런치북에 30회 이상은 쓸 수 없으므로 조만간 [부사가 없는, 삶은 없다 2]로 돌아오겠습니다. 아직은할 이야기가, 아니 부사가 남아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