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남아있는 고인(故人)을 떠나 보내는 여정
“당신이 알던 000은 죽었어."
나는 그에게 말했다.
배우자가 학대자임을 인식하고 나를 지키기 시작하던 때였다. 당신이 알던 나는 죽었노라고, 당신 마음대로 이용하고 착취하던 나는 죽었노라고, 그 착취마저 사랑인 줄 알고 피를 철철 흘리면서도 웃으며 눈물짓던 나는 죽었노라고. 더 이상 그런 000은 없노라고. 관계의 사망을 선언한 것이다.
유해한 배우자와 심리적으로 완전히 절연했을 즈음, 가장 먼저 찾아온 감정은 '슬픔'이었다. 인정할 수 없었다. 아니, 인정하기 싫었다. 감옥 같은 존재로부터 벗어나 나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의 출발선에 서 있다 믿었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진정한 자유다!'라고 외쳐도 모자랄 순간에 깊은 곳에서부터 차오른 감정이 '슬픔'이라니.
혹시 내가 지나온 악몽 같은 시간을 그리워하는 건 아닌가 겁났다. 슬퍼할 이유가 없다며 스스로 다그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내 의지와 상관없이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 날이 늘어났다. 달리는 차 안에서 눈물이 앞을 가렸다. 가던 길을 멈추고 주차장 한가운데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숨죽여 울기도 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도 아닌데, 그리움도 아닌데, 이 눈물은 어디서부터 온 걸까. 정체를 알 수 없는 묵직한 어두움이 가슴을 채우고 있었다.
그즈음이었다. 메건 더바인의 책 <It's OK That You're Not OK를 접한 건. 심리치료사인 저자는 사고사로 하루아침에 남편과 사별했다. 그 후, 헤어 나올 수 없는 슬픔에서 외딴섬처럼 고통받으며 '유효기간이 없는 슬픔과 애도'를 옹호하기 위해 쓴 책이라고 한다. 슬픔을 억누르지 않고 그 자체로 느낄 때 비로소 치유가 시작된다는 것. 저자의 그 말이 내게 깊이 스며들었다.
하지만 가까운 지인이나 가족의 죽음을 직접 경험한 적이 없는 나는, 저카지노 게임 사이트 책을 읽으며 내가 왜 이토록 깊이 공감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내가 경험한 죽음이 있나? 떠오르는 게 없는데?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아, 맞다. 내가 죽었지.'
유해한 배우자를 향해 '나는 죽었다'라고 말한 것은 저항이자 독립의 선언이었다. 그러나 그 말이 나 자신에게 지닌 의미는 달랐다. 학대를 학대라 부르기 전까지의 나, 그 모든 삶의 궤적이 함께 무너져 내린 죽음이었다. 관계를 위해 포기했던 꿈과 시간, 이어가고 싶었던 만남과 선택의 흔적들까지.
“There are losses that rearrange the world. Deaths that change the way you see everything, grief that tears everything down. Pain that transports you to an entirely different universe, even while everyone else thinks nothing has really changed.”
“세상의 틀을 뒤흔드는 상실이 있습니다. 모든 것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꾸어 놓는 죽음, 모든 것을 무너뜨리는 슬픔. 다른 사람들은 아무런 변화조차 느끼지 못하는 순간에도, 나를 완전히 다른 세계로 내던져버리는 고통이 있습니다."
- 메건 더바인, <It's OK That You're Not OK 중에서
학대 관계에 대한 사망선고는 내 세계를 뒤흔든 상실이었다. 나를 완전히 다른 세계로 내던지는 고통이었고, 내 생의 절반을 잃는 일과 같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나를 잘라냄으로써 나를 살렸다. 그것은 분명 사랑하는 이의 죽음에 견줄 만큼 깊은 상실이었다.
마침내 '카지노 게임 사이트난' 내 안에는, 불타버린 성터처럼 폐허가 남았다. 그곳에 묻힌 조각들은 저마다 서럽게 울고 있었다. 혈흔으로 뒤덮인 그 파편들은 한(恨) 많은 고인이 되어 내 안에서 흐느끼고 있었다. 나와 함께 슬퍼해 달카지노 게임 사이트. 내 울음소리를 들어 달카지노 게임 사이트. 생을 향한 나의 미련을 헤아려 달카지노 게임 사이트. 그렇게 내 안에서 끊임없이 '날 좀 봐달라' 외치는 듯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결을 염하다는 내 안에 남아있는 '나'라는 고인을 애도하기 위해 시작한 책이다. 사실, 어떤 이야기를 써 내려갈지 나 조차도 모른다. 그저, 고인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과거가 고인에게 남긴 모든 희미해진 흔적과 깊은 상처들을 깨끗이 닦아 염(殮)을 하려 한다. 고인을 동여매고 있는 오래된 '결(結)'을 꺼내어 하나씩 풀어볼 생각이다.
'나'라는 고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고요히 떠나보내는 '염(殮)'의 여정, 그 첫발을 조심스레 내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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