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되기 직전 물이 차오른 나뭇가지는 정말 멋지다.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다. 어린 가지들이 새로 자리를 뻗쳐 나오고, 멋대로 자리를 잡고, 나이가 좀 더 든 굵은 나뭇가지들은 어린 가지를 꽉 붙들고 바람을 견디고 있다. 나는 봄이 되어 새롭게 손을 벋는 식물들의 모습을 좋아하지만 나뭇가지만큼은 새순이 돋기 전이 좋다. 새순이 돋으면 금세 진초록 나뭇잎이무성해져 버린다. 그러면 나뭇가지의 원형은 나뭇잎에 가려진다. 나뭇잎을 달고 있는 것은 가지인데 가지의 흔적은 사라진다. 나뭇잎이 나무의 중심을 온통 가져가버린다.
잎이 자리를 차지하기 전, 나무의 코어 같은, 힘 있게 쭉 뻗은 나뭇가지의 모습은 지금만 볼 수 있다. 겨울에는 너무 메말라 보이고 매몰찬 바람에 시달려서 마음이 아픈데 봄이 오기 직전의 나뭇가지는 나무의 온 힘을 모으고 있는 것 같아 에너지가 넘쳐 보인다. 힘이 있다. 윤기가 흐른다.
나는 매일 도서관 같은 자리에서 계절이 나무에 걸쳐지고, 또 흘러내리고, 흔들리며 지나가는 것을 본다.
내 마음과는 상관없이 나무엔 꽃망울이 맺히고 새순이 차오르고 또 무성한 잎을 냈다 떨어뜨리곤 할 것이다. 나는 그것이 마음에 든다. 나 따윈 신경 쓰지 않고 제 갈 길을 가는 자연이 주는 무작스러운 위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