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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경하 Apr 22. 2025

08 국회는 카지노 게임으로 갈 수 있을까?

국회 이전의 선행 절차

"신행정수도 완공의 마지막 기회입니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없어요."


탄핵 심판이 한창이던 2월, 국회에서 행정수도 세종 이전에 관한 세미나가 열렸다. 발제자들과 패널들의 상황 인식은 같았다. 서울에서 세종으로 행정수도 이전은 지금이 마지막 기회다. 20여 년째 수도 이전을 주장해 온 이들의 태도에선 절박함마저 느껴졌다. 오랜만에 본 그들의 얼굴엔 세월의 흔적이 내려앉아 있었다.


지금이 행정수도 이전의 마지막 기회인 이유는 수도권 의원 수가 국회 과반에 이르러서다. 22대 국회에서 지역구 의원 중 수도권이 차지하는 비율은 48%, 비례 의원을 포함해 거주지를 기준으로 하면 수도권 거주 의원 비율은 70%에 이른다.[1] 수도권에 인구 집중이 심해지면서 인구 대표성에 따라 수도권 의석도 계속 늘어난 결과다. 수도권의 이익에 반하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이제 희박해지고 있다.


수도 이전의 마지막 기회는 과연 실현될 수 있을까. 명분을 살펴보기이전에 현실 정치에서 작용할 변수들을 정리해 본다.


유력 대선 후보의 입장


개헌은 원내 1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의지에 달려있다. 개헌안 발의는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또는 대통령이 하기 때문이다. 과반을 차지한 당은 민주당뿐이다.


그런데 민주당 의원 두 명이 공동 개최한 이날 세미나에선 “노무현의 못다 이룬 꿈”이라는 얘기가 거듭 나왔다. 참여정부가 2004년 발표한 행정수도 이전 계획을 이제 완수해야 한다고 말이다. 언론은 이날 세미나를 친노, 친문, 비명계가 결집한 행사라고 평가했다. 참석한 대선 경선 후보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뿐이었다.


작성 시점을 기준으로 대선 후보 중 지지율 1위인 이재명 후보의 입장은 어떨까. 이 후보는 민주당 충청권 순회 경선을 앞둔 4월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렇게 밝혔다.


첫째, 세종을 행정수도의 중심으로 완성하고 제2차 공공기관 이전을 조속히 추진하겠습니다.
국회 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세종 집무실을 임기 내 건립하겠습니다.
국회 본원과 대통령 집무실의 카지노 게임시 완전 이전도
사회적 합의를 거쳐 추진하겠습니다.


일부 언론은 새로운 공약인 것처럼 부각해 기사를 냈지만, 이는 기존 민주당 입장을 원론적으로 반복한 것에 불과하다. 대통령 세종 집무실은 2027년, 세종 의사당은 2031년으로 준공 목표 일정이 이미 나와 있다.


이 워딩에서 방점을 찍을 대목은 “추진하겠다”가 아니라 “사회적 합의”다. ‘사회적 합의’는 유보하는 입장을 완곡하게 표현하는, 일종의 여의도 사투리다.[2] 비슷하지만 조금 더 직설적인 표현은 ‘시기상조’다. 정치인의 말이나 국회 보고서에 이런 단어가 등장하면, 그 사안을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즉시 처리할 의지가 없다는 의미다.


캠프 총괄본부장인 강훈식 의원은 이 공약에 대해 “개헌과 맞물린 문제”라고 추가 설명했다. 개헌이 필요하다는 새롭지 않은 사실을 굳이 언급한 건, 복잡한 절차가 남았다는 걸 강조해서 워딩의 수위를 낮춘 것이다. 3선의 전략통인 강 의원의 지역구는 충남 아산이다. 충청권 유권자들의 기대감을 낮추는 발언을 이유 없이 하지 않는다. 이 후보는 다음날 TV로 중계된 민주당 경선 후보 토론회에서 입장을 좀 더 분명하게 밝혔다.


개헌 문제 등등이 걸려 있기는 한데,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만카지노 게임으로 완전히 옮기게 되면 거기다 (집무실을) 지어서 가는 게 마지막 종착지가 되지 않을까.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만.”

세 차례에 걸쳐, 유보적인 표현을 했다. 이 후보는 행정수도 이전을 공약했지만, 정말 그렇게 봐도 될까. 민주당의 기존 입장을 유지했지만, 적극적인 실천 의지는 없어 보인다.


개헌 저지선을 확보한 2당


국민의힘에선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21일 국회의 세종 완전 이전을 발표하고 세종 대통령 제2 집무실 건립 속도를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총선에도 국회의사당 세종 이전을 공약으로 발표했었다. 다만 총선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당내 평가가 있었고[3], 대선 이후 국민의힘 지도부는 교체될 가능성이 높아서 차기 지도부의 입장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대선 경선 후보들의 입장은 한겨레가 기사로 정리했다.


카지노 게임4월 21일 기준 대선 경선 후보들의 세종 행정수도 입장. ⓒ한겨레


국민의힘은 단독으로 개헌안을 발의할 수 없지만, 개헌을 저지할 수는 있다. 현재 의석수108석으로,개헌 저지선 100석이상이다.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은 2018년 문재인 정부 때실제로국회 본회의에 불참해 의결정족수미달시키는 방식으로개헌안을 부결시켰다.


국민의힘은 22대 국회 임기인 2028년 상반기까지 개헌 이슈를 여야 협상의 카드로 계속 쓸 수 있다.그러니 굳이 개헌을 서두를 이유가 없어보인다.대선 후 분당이나 탈당 등으로 개헌선이 무너지는 정계 개편이 없다면 말이다. 더욱이 이번 개헌에서는 권력구조 개편과 정치 개혁, 지방 분권, 참정권 확대 등 매우 많은 의제가 한꺼번에 언급되고 있다. 행정수도 이전 문제에 여야가 합의하더라도, 다른 의제에서 입장이 나뉘면 개헌안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수 없다.


설계부터 추진하는 국회


또 다른 변수는 정치와 연동된 설계 일정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선고 이틀 뒤인 4월 6일 대선과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제안했다가 반발 여론에 밀려 이를 철회했다. 그러면서 다음 전국 단위 선거인 2026년 6월 지방선거와 함께 개헌 국민투표를 하자고 다시 제안했다. 우 의원은 자신의 임기가 마무리되는 내년 5월까지 세종의사당 설계 공모를 마무리하겠다는 목표를 밝히기도 했다. 국회 수장이 원하는 대로 내년 6월에 국회의 세종 이전을 위한 국민투표가 가능할까?


그런데 국회의사당 설계 논의가 그렇게 간단치 않다. 이날 세미나에서 국회의장 직속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위원회 소속인 안창모 경기대 교수는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조성된 카지노 게임시의 환상형 구조에서 중앙에 비워진 공간은 국회와 대통령 집무실을 위해 비워둔 공간이 아니라고 분명히 밝혔다. 국회 본원과 대통령 집무실이 이곳으로 이전하면 기존 도시구조를 흔들고 혼란을 가져올 수 있기에, 행정수도를 이전하려면 도시계획부터 새로 세우는 등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카지노 게임출처 - 행정수도 세종 이전의 추진 방안과 과제 세미나 중 황재훈 충북대 교수 발표 자료


세종의사당이 국회 본원인지 분원인지 논의가 마무리되지 않은 채 설계 공모가 진행되면, 국회 본원 이전은 더욱 어려워질 거라는 지적도 나왔다. 변창흠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회 세종의사당 설계가 일단 분원으로 추진되면, 이후 본원을 이전하려고 해도 재정 중복 투입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어 국민을 다시 설득하기 힘들 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회 본원을 세종으로 이전하려면 분원 착공 전에 논의를 마무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 세종 이전에 대한 논의가 설계보다 선행되어야 한다는, 당연한 얘기다.


개헌의 핵심 쟁점인 권력구조 개편 논의는 국회 이전 논의를 더욱 복잡하게 한다. 현재 거론되는 권력구조 개편에는 대통령 중임제뿐만 아니라 이원집정부제, 내각제 등이 있고, 양원제 도입 구상도 나온다. 지금 여의도 국회의사당도 상하원제 도입을 전제로 설계, 건립되었다.양원제 도입이나 의원 정수 조정 등이 개헌으로 변경되면 의사당 는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권력구조나 의회 제도의 개편 모두 속도전으로 추진할 수 있는 사안이아니다.


개헌의 정치 일정


세부적인 정치 일정도 만만치 않다. 개헌을 위해 국민투표를 하려면,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은 국민투표법을 반드시 먼저 개정해야 한다. 우 의장은 탄핵 직후 국민투표법부터 개정하자고 호소했지만1, 2당모두아무 움직임이 없다. 여야가 합의하면 개정에 최소 50일 안팎의 시간이 걸린다. 실제로는 국민투표법 개정은 7년 전 문재인 정부 시절 중단된 채 그 자리에 그대로 멈춰있다.[4] 7년은 긴 시간이지만, 국회는 그런 곳이다


여기에 개헌절차법의 개정 필요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1987년 이후 단 한 번도 개헌이 이뤄지지 못할 정도로 지나치게 경직된 개헌 절차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이다.[5] 개헌 절차를 손대지 않은 채 국민투표를 실시하려고 해도, 먼저 개헌안이 국회에서 의결되어야 한다. 법에 규정된 공고 기간이 있기 때문에 개헌은 순조롭게 진행되어도 최소 2달 안팎의 시간이 필요하다.

카지노 게임출처 - 국회운영위원회, 헌법개정 절차에 관한 법률안 검토보고서. 2015년 7월

정리하면,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국회의사당 세종 완전 이전을 위한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실시하기 위해서는 국민투표법이 먼저 개정되어야 한다. 국민투표법이 개정되어도, 늦어도 내년 3월까지는 여야가 합의한 개헌안이 나와야 한다. 새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한 지 10개월 안이다. 임기 첫해에 다음 권력에 대한 논의를 허용하는 권력자가 있을까.


근본적으로는 조만간 한다는 국회 세종의사당 설계 발주에 앞서, 국회 세종 이전의 성격과 규모를 명확히 하고 국민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라지만 이게 가능할까.


*참고문헌

[1] 변창흠, ‘행정수도 세종 이전의 추진 방안과 과제’ 세미나 발제문에서 인용. 강준현·김영배 국회의원실 주최, 2025년 2월 18일.

[2]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여의도 사투리에 대해 “말만 해놓고 안 하거나 그 말을 바꾸는 게 대표적”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연합뉴스, 李 "말 해놓고 안 하는 게 여의도 사투리"…韓에 대표회담 거듭 촉구, 2024년 10월 30일.

[3] 대전일보, 與 총선백서 "'국회 세종 완전 이전' 공약, 새로운 울림 없었다", 2024년 10월 28일 자.

[4] KBS, 국민투표법 처리 실패…6월 개헌 사실상 ‘무산’, 2018년 4월 23일.

[5] 김일환, 헌법개정 절차의 합리적 개선 방안, 국회입법조사처. 2024년 7월.


이 글은 도시관측 챌린지 100활동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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