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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경하 May 11. 2025

10 계엄의 경험이 도시에 남긴 것

시민의 정치 공간으로서 도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탄핵 재판정에 선 권력자는 실패한 계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헌법재판소가 파면을 선고하며 준엄하게 꾸짖은 것처럼, 실상은 그 반대였다. 계엄에서 파면까지 123일간 서울 곳곳에서 벌어진 시민들의 저항이 계엄을 중단시켰다.


강렬한 집단적 경험은 카지노 쿠폰의 세종 이전 논의에도 영향을 미쳤다. 탄핵 찬반 집회가 한창이던 지난 1월, 카지노 쿠폰 세종의사당 건립위원회가 주관한 토론회에선 광장이 가장 큰 화두가 됐다. 우원식 카지노 쿠폰의장은 “새 의사당은 국민 주권의 가치가 담긴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각계 전문가들은 국민 주권을 도시 공간에 구현할 방법을 제안했다. 한 행정학자는 설계부터 시공, 완공까지 전 과정에 국민 의사를 반영하는, 절차의 개방성과 참여성을 강조했다. 건축공학자는 세종의사당에 국민 상징 구역을 조성하고, 그 광장에 4.19 혁명 기념비, 5.18 민주화운동 기념비, 6월 항쟁 기념비, 촛불 국민 기념비를 세우자고 제안했다. 정치학자는 근대 국가의 정통성을 계승하는 상징성을 담아 3.1 운동 광장부터 설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정치학자는 상징 공간의 명칭을 신중하게 정해야 한다며 국문학자를 불러야 한다는 아이디어를 냈다.


달아오르는 논의에 김을 뺀 건 한 지방자치 전문가였다. 임승빈 한성대 특임교수는 한국 사회의 이중구조 문제가 공간적 불평등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이는 시스템의 문제에서 비롯된 현상이어서 카지노 쿠폰를 세종으로 옮겨도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장소 이전이 아닌, 중앙정부의 재원 배분과 규제 권한을 지역에 이양해야 불균형이 근본적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뒤늦게 인터넷으로 본 토론회는 한 편의 촌극처럼 느껴졌다. 계엄을 거치며 시민들이 국회를 국민 주권을 대변하는 민주주의의 핵심 기관으로 체득하는 광경을 목격하면서도, 국회를 여전히 도시 개발의 수단으로 보는 관점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국회 이전이 국회의 본질적인 목적인 대의 민주주의와 시민 참여에 미칠 영향을 새롭게 고민한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서울의 광장에서 나온 시민들의 정치적 요구는 개혁으로 이행되어야 완수되는 살아있는 역사다. 그런데 이를 100km 떨어진 세종에, 공동체의 기억이 없는 공간에 탑과 비석 같은 인위적 물질로 서둘러 바꿔 기념하자는 제안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했다.



카지노 쿠폰 세종의사당의 정치적 파급효과


카지노 쿠폰 세종 이전을 위한 개헌은 앞글에서 살펴본 것처럼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럼에도 카지노 쿠폰 세종 분원 설치는 계속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카지노 쿠폰는 2023년 1월 카지노 쿠폰 세종의사당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칙을 마련해, 11개 상임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카지노 쿠폰사무처와 예산정책처, 카지노 쿠폰입법조사처, 카지노 쿠폰도서관 분원 등의 세종 이전 방침을 확정했기 때문이다.


국회 분산 운영은 정치에 어떤 미칠까. 이에 관한 연구는 국회입법조사처가 2023년 말 발간한 ‘국회 세종의사당 시대,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보고서가 거의 유일하다. 그런데, 보고서에는 국회 분원 설치가 정치 활동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행간마다 담겨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단일 국가에서 수도가 아닌 도시에 의회 분원을 설치한 사례는 없다.의회를 두 도시에 분산한 정치체는 유럽연합뿐이다. 유럽의회 본회의는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위원회 회의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다. 국회 세종의사당 분원이 설치되면 한국은 단일 국가로는 의회를 분산 운영하는 세계 첫 사례가 된다.


세계 각국은 왜 의회를 분산 운영하지 않는 걸까. 이유는 간단하다. 의회를 분산 운영하면 정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유럽의회는 정치적 타협으로 출범한 역사적 배경으로 인해 분산 운영되지만, 장거리 출장에 따른 업무 효율성 저하, 출장비와 건물 유지비 등 예산 낭비, 입법 지연이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된다. 국회 세종 분원이 마련되면 우리나라도 행정부가 호소해 온 불편이 국회 내부의 문제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분산 운영은 우리 카지노 쿠폰의 입법 관행과도 맞지 않다.국회의 의사일정은 통상 원내 교섭단체의 협의로 정한다. 규정보다 협의가 우선하는 게 정치 분야의 특수성이다. 그 과정에서 법안 심사는 상임위원회와 본회의가 각각 자율적, 분절적으로 진행기보다는 하나의 절차로 긴밀하게 연관된다.


구체적으로 보면, 여야 원내대표단은 국회 의사일정과 함께 쟁점 법안 협상을 동시에 진행한다. A 상임위의 a 법안을 여당 요구대로 처리하는 대신, B 상임위에 계류된 b 법안을 야당 안대로 통과시키기로 합의하는 식이다. 그러고 나서 본회의 개최 일정에서 역으로 계산해 상임위의 법안 심사 마감 시한을 정하고, 법사위의 체계 자구 심사를 거쳐 본회의에 법안을 상정하게 된다. 오전에 상임위 전체회의, 오후에 법사위를 거쳐, 오후 늦게 본회의를 열어 100여 건의 법안을 처리하는 식이다. 그런데 세종 분원에서 상임위를 열고, 여의도 본원에서 법사위와 본회의를 열게 되면 이 같은 입법 활동이 물리적으로 한계에 부딪힌다.


여의도 본원에 남게 되는 국회운영위원회, 정보위원회, 여성가족위원회와 인사청문특별위원회 등 겸임위원회도 활동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겸임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은 상임위와 겸임위 활동을 모두 한다. 오전에는 소속 상임위에서, 오후에는 겸임위에서 의정활동을 하는 식인데, 각각의 법안 심사가 세종과 여의도에서 열리면 이 또한 기존의 의사일정으로 소화할 수 없게 된다.


이런 관행을 잘 아는 카지노 쿠폰 구성원들은 분원 설치가 입법 활동을 제약할 것으로 예상했다. 2022년 카지노 쿠폰 직원과 보좌관 등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세종 분원으로 상임위원회가 이전하면 카지노 쿠폰의 핵심 기능인 교섭단체의 정당 활동과 입법 기능의 비효율성이 커질 것이라고 응답했다. 또한 카지노 쿠폰를 이전하려면 모든 상임위가 전부 이전해야 한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세종의사당 설치를 주장하는 의원들조차 ‘본원-분원으로 카지노 쿠폰가 분산되면 입법 활동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공공연하게 말한다. 이는 경제적 파급효과처럼 계량화할 수 없지만, 공동체가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카지노 쿠폰카지노 쿠폰 세종의사당 예정 부지 ⓒ세종시



카지노 쿠폰 분원은 비상사태에도 기능할까


12.3 계엄은 카지노 쿠폰가 분산 운영되어도 비상사태에서 제대로 기능할지 점검해 볼 실례가 됐다. 카지노 쿠폰 사무처의 발주로 2022년 한국행정연구원과 KDI가 작성한 보고서나, 2023년 카지노 쿠폰입법조사처 보고서에서 검토한 비상사태 시 카지노 쿠폰 운영 방안은 유사하다. 국가 비상사태로 세종에서 서울로 이동이 제한되는 예외적인 상황에는 세종에서 특별 본회의를 열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해 두고 코로나19 당시 한시적으로 허용했던 원격 영상회의도 확대하자는 것이다.


이를 긴박했던 12.3 비상계엄의 상황에 적용해 보자. 현재 세종의사당 설치안에 따르면 카지노 쿠폰의원의 81%는 세종 분원에서 주로 활동하게 된다. 12.3 계엄 당시처럼 카지노 쿠폰 회기 중에는 의원들이 서울과 세종에 분산된다. 계엄 해제를 위한 본회의를 개최하려 해도 정족수인 150명을 채우기가 더 어려워진다. 세종 분원에서 특별 본회의를 개최하려 해도, 계엄 해제를 주도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수도권 지역구 의원이 102명에 이른다. 세종 분원은 여의도 본원보다 2배 더 큰 규모로 지어질 예정이어서 담치기 후 본회의장 입장에도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원격 영상회의는 과연 비상사태에서 가능할까. 당시 계엄군은 카지노 쿠폰의사당의 단전을 시도했고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서버실로 먼저 향했다. ‘전자’ 선거시스템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부정선거 의혹이 계엄의 주요 이유였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원격 투표 결과는 진실성을 의심받는 게 안타깝지만, 현실이다.


의회를 분산 운영하는 유럽의회도 대면회의를 원칙으로 하고, 원격 투표는 코로나19 이후 중단했다. 비대면 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정치는 대면 의사소통으로 이뤄지는 분야다. 정치인들은 만남 그 자체가 의미가 되고 뉴스가 된다. 오고 가는 대화뿐만 아니라 서로 접촉하는 악수와 제스처, 만난 장소와 마주 앉은 자리의 배치까지 정치적 해석의 대상이 된다. 정치인들의 만남을 물리적으로 차단하는 국회 분산 운영은 정치의 생리와 맞지 않다.



‘공무원 도시’ 세종

시민의 정치 공간이 될 수 있을까


계엄의 경험은 국회 담장 밖 시민들의 정치 공간에 대한 중요성을 일깨웠다. 처음 언급한 토론회에서 광장이 부각된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광장 정치는 정치적 의사표현이 자유로운 시민들이 자유롭게 참여해야 가능하다. 세종시의 특성들은 세종의사당 앞에 아무리 근사한 광장이 조성되더라도 그곳이 시민들의 살아있는 정치 공간이 될지 의문이 들게 한다.


세종은 공무원의 도시다. 중앙 부처와 공공기관, 지방 공무원을 더해 2만여 명의 공무원이 근무하고, 국회가 이전하면 약 5천 명이 더 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공무원에게는 정치적 중립 의무가 부여돼, 직무와 상관없는 정치적 표현 행위까지 규제되고 있다.공무원노동조합은 이번 계엄 시국에서도 공무원들의 탄핵 집회 참석이 금지되고, 퇴진 촉구 현수막이 철거됐으며, 기자회견의 발언이 고발당했다고 밝혔다. 세종의 도시 규모는 서울 같은 대도시의 익명성이 보장되지도 않는다. 신념을 갖고 정치 활동에 참여하려면 개인이 감당해야 위험 부담이 크다.


세종은 일반 시민이 정치적 의사표현을 하기에도 접근성이 떨어진다. 단적으로세종은 KTX 역이 없는 유일한 광역 지자체다.위에서 언급한 세종 이전에 관한 국회 구성원 설문조사에서도 가장 소통에 가장 큰 어려움을 겪게 될 행위자로 민원인, 그중에서도 수도권 시민들이 꼽혔다. 공청회와 토론회 등 공론화 절차, 입법 과정에서 다양한 시민 참여가 필요한데, 세종의 낮은 접근성은 걸림돌이 된다.



더 좋은 정치가 가능한 도시


계엄에 따른 윤석열 정부의 파국은 인터레그넘의 시간을 불러왔다. 기존 질서와 권위는 무너졌지만 새로운 질서는 자리 잡지 못한 공백기다. 이는 권력의 상징 공간인 대통령실과 카지노 쿠폰의사당의 입지를 근본적으로 생각해 볼 계기가 됐다. 건축사학자인 안창모 경기대 교수는 이를 “우리 역사에서 시민의 입장에서, 시민이 주인이 된 공간을 만들어볼 첫 기회를 갖게 됐다”고 말한다. 조선총독부 안 내선일체의 스테인드글라스 아래에서 열린 제헌 국회, 총독 관저에 자리 잡은 청와대에서 시작된 영욕의 권력 공간을 시민의 관점에서 재정립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이다.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까지 청와대의 역사를 정리한 2022년 3월 영상


계엄의 경험은 카지노 쿠폰 이전 논의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카지노 쿠폰의사당 이전의 이해당사자는 과연 누구인. 국회의사당 이전을 주도해 이름을 남기고자 하는 정치인들이나 4년 임기의 국회의원들은 의사결정자일지 몰라도 이해당사자는 아니다. 그동안 출퇴근길이 달라져야 하는 국회와 부속기관 직원 약 5천 명, 국회에 업무보고를 해야 하는 행정부 공무원 2만여 명이 대개 직접적인 이해당사자로 여겨졌다.


그런데 비상계엄의 경험은 시민의 정치 공간으로서 도시라는 새로운 인식을 요구한다. 대의 민주주의 기관인 국회의 입지는 국민과의 관계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그날 국회의사당의 입지가 ‘인구가 과밀한’ 서울이 아니었다면 시민들이 민주주의를 지켜낼 수 있었을까. 국회 안에 자신의 대표가 없는 소수자들이 담장 밖이나마 모여 자유롭게 연대하고 정치적 의사표현을 할 수 있었을까. 세종의사당 이전 논의에 이런 시민의 관점은 얼마나 고려됐을까.


혹시 놓친 것이 있나 싶어 국회사무처에 2022년 작성된 세종의사당 타당성 조사 보고서를 정보공개청구했다. 그리고 2주 뒤 비공개 결정 통보를 받았다. 사유는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나 연구·개발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였다. 대의 민주주의 기관의 미래가 민주적으로 결정되고 있는지 확인해 보려 해도 시민의 접근은 여전히 차단되어 있다.


세종은 과연 서울보다 더 좋은 정치가 가능한 도시가 될 수 있을까.정치인들과 시민들이 쉽게 만나 다양한 사회 변화를 법안에 부지런히 반영하고 일상적으로 의정 활동을 감시하는 환경이 될 수 있을까. 시민들이 만든 민주주의의 역사가 살아있어 그 자리에서 하는 정치적 의사표현이 정당성을 갖게 되고, 사회적 주목을 받을 수 있으며, 다른 시민과 자유롭게 소통하고 연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는 도시가 될 수 있을까.



*참고자료

-박현욱, 카지노 쿠폰의사당 분원 설치 관련 해외 사례 분석, 한국지방행정연구원, 2021

-전진영·오창룡·김태엽, 카지노 쿠폰 세종의사당 시대,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NARS입법 정책 제138호, 카지노 쿠폰입법조사처, 2023년 12월

-한국행정연구원·KDI 공공투자관리센터, 카지노 쿠폰 세종의사당 설치 관련 카지노 쿠폰 운영 효율성 제고 방안, 2022년 11월

-카지노 쿠폰 세종의사당과 국민 주권의 공간적 전개 토론회, 카지노 쿠폰 세종의사당 건립위원회 주최, 2025년 1월 14일

-행정수도 세종 이전의 추진 방안과 과제 세미나, 강준현·김영배 카지노 쿠폰의원실 주최, 2025년 2월 18일

이 글은 도시관측 챌린지 100활동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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