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로빅을 가기 위해 전에 요가할 때 입던 요가복을 챙겨 입었다. 하은이는 아침마다 옷을 고르는 일로 20~30분을 잡아먹는다.
"하은아. 오늘 이 옷 어때? 이거 입자."라며 옷을 억지로 입히면 결국 벗어버린다.
"그럼 뭐 입을 거야?"
"카지노 게임. 책 읽어줘."
"지금 어린이집 가야 해. 옷 뭐 입을 거야?"
"카지노 게임. 나 피곤해. 잘래."
"시간 없어. 카지노 게임는 운동하러 갈 거야. 뭐 입을 거야?"
"......"
"그럼 카지노 게임 운동하러 간다. 하은이 혼자 있어."
"싫어. 나도 갈 거야."
"그럼 옷 입어. 무슨 옷 입을 거야?"
"아기상어옷"
"그래."
아기상어옷 목 부분을 아기 머리 위에서부터 내린 후 양팔을 끼워 준다.
"바지는?"
"카지노 게임. 나 이 책 읽어줘."
"지금 시간 없어. 늦으면 선생님이 싫어해."
"나 어린이집 가기 싫어."
"카지노 게임 운동 가야 돼. 바지는 뭐 입을 건데? 그럼 카지노 게임 운동 간다. 하은이 혼자 집에 있어."
"나도 갈 거야."
"그럼 바지 입어. 바지 뭐 입을 거야?"
"아기상어 바지."
"알았어."
아기상어 캐릭터가 무릎 부분에 그려져 있는 바지를 한 발 한 발 끼운 후 허리 부분으로 끌어올린다.
"양말 뭐 신을 거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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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으로 옷, 바지, 양말, 잠바, 신발까지 선택이 끝나고 나야 겨우 어린이집으로 향할 수 있다.매일 아침 이런 일이 반복되니 참으로 지친다. 에어로빅을 다니면서 아침에 요가복을 입고
"카지노 게임 운동복 입었다."
그러면
"나도 운동복 입고 싶어."라고 해서 사준 분홍색 추리닝이있다. 혹시나 운동복 입었다고 뽐내면 아이가 스스로 운동복 입겠다고 할까 봐이제 겨우 자다 깬 아이에게 자랑하듯이 말했다.
"카지노 게임,운동복 입었다. 이쁘지?"
나는 거실에 있었고 하은인 방 이불 위에 앉아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은인 조금 있다 나를 불렀다.
"카지노 게임~"
"응?"
"카지노 게임 안 이뻐."
"뭐라고?"
"카지노 게임 안 이뻐."
오~~!! 나도 안다. 난 예쁜 얼굴이 아니고 예쁘단 말 들은 적도 거의 없으니. 하지만 아이의 주어 없는 안 이쁘다는 말의 주어를 확인해야만 했다.
"하은아. 카지노 게임 어디가 안 이뻐? 얼굴? 아님 옷 입은 거?"
나도 왜 이렇게까지 하은이의 생각이 궁금한지 모르겠지만 무척 알고 싶었다.
"카지노 게임 운동복 안 이뻐."
"그래?"
"카지노 게임 얼굴은 이뻐."
'내 얼굴 이쁘다고?'
아이의 말이지만 그래도 얼굴이 아닌 운동복이 안 이쁘다고 하니 내심 기분이 좋다.
아이의 예쁘다는 말에 절로 웃음이 났다.
"하은이 오늘 뭐 입을 거야? 운동복 입을까?"
"아니."
"그럼 뭐 입을 거야? 아기상어 입을까?"
오늘도 또 시작되는 지치는 옷 입히기 시간이지만 오늘은 이상하게 힘들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