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들어서 '어, 나 쫌 온라인 카지노 게임하네?!'하고 스스로 말한 적이 두 번 있었다. 너무 오랜만이어서생경하기까지한 이 감정을 곧바로 알아차리지 못했고 '어, 이거 뭐지?' 잠시 생각하다 '아~ 이런 게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라는 감정이었다는 것을 기억해 냈다. 순간을 놓칠세라 메모장을 열어 '베이글 먹으면서 온라인 카지노 게임하다고 느낀 날'이라고 짧게 기록해 두었었다.
참고로 첫 번째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기록은 '맥주 마시면서 온라인 카지노 게임하다고 느낀 날'이었다. 푹 자고 일어난 날 아침에 영어공부를 끝내고 갓 내린 커피와 함께 베이글을 먹으면서 느꼈던 잠깐의 여유, 하루 일과를 무사히 마친 저녁, 좋아하는 마라샹궈에 시원한 맥주를 한 모금 딱 넘겼을 때의 짜릿한 만족감. 어쩌면 매일 우리 일상에서 반복되는 이런 작은 행위들이 나에게는 자기 만족감이나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주는 일들이었다. 아주, 오래 잊고 살았지만.
그렇다, 나는 다시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느낄 줄 아는 '나'로 돌아온 것이다.
앞으로는 영영, 이제 다시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느끼지 못하는 '돌심장'을 가진 채 무미건조한 인간으로 살아가게 될 줄 알았다. 미래의 긍정이나 희망 따위, 당연히 느낄 수 없었고 믿을 수 없었다. 그렇지만, 지금의 나는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을 것임을 알고 있고, 그럴 것이라고 믿을 수 있게 됐다. 힘들었던 지난 과거에 매몰되지 않고, 타인에게 의지하지 않고 내 두 발로 앞으로 나아간다. 꼭 발전적인 방향이나 목적이 있지 않더라도 괜찮다 싶다. 그저 하루의 의미를 채워가면서 내 몫의 인생을 살아가는데 집중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기적처럼 어느 날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물었다.
'너 요즘 어때?'
'자주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니?'
'그래도 가끔 온라인 카지노 게임하니?'라고.
아픔을 겪고 난 뒤, 관계들을 정리하고 그 감정들을 들여다보는 연습을 하면서 자주 내면을 들여다보는 습관이 생겼다. 예전에는 내 감정이나 상태를 살피는 일이 거의 없었는데 요즘엔 꽤 자주 스스로 내면의 상태를 체크한다. 지금도 잘하고 있다고, 괜찮다고 말해주기도 한다. 그러다가 다시는 못 만날 것 같은 감정을 만나게 된 것이다.
'어, 왜 나 온라인 카지노 게임하지?' 생각하다가
'나, 온라인 카지노 게임해도 되겠지?하고 생각했다.
이 감정을 만나기까지 생살을 도려내는 아픔 속에서 참으로 오랜 기간 방-황했다. 마주하고 싶지 않은 감정들이 너무 많아서 덮어두고 모른 척하고 싶었다. 아무에게도 꺼내고 싶지 않다가도, 모조리 꺼내서 내가 이렇게 아픈 사람이니 건들지 말라고 엄포를 놓고도 싶었다. 그 아득한 시간들은 어제처럼 선명하기도, 100년이 지난 것처럼 흐릿한 과거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내가 과거의 아픔이나 상실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졌다는 뜻은 아니다. 여전히 애도한다. 지나간 그 모든 것에 대해. 그리고 기억한다. 아프더라도 잊고 싶지 않기에. 충분히 애통해하고 그리울 땐 그리워한다.
다만, 외면하지 않고 그 어떤 감정이든 마주 보려고 노력하려 한다. 외면한 감정이나 불편해서 덮어두었던 것들은 언젠가는 수면 위로 떠오른다고 한다. 심리학 용어로는 '정서적 교착상태'라고도 하던데, 정서적 교착상태가 오래 지속되는 건 당연히 정신건강에 좋지 않다.
2년 정도 쓴 원고들을 하나의 에세이로 엮기 위해 최근 퇴고 작업을 하고 있다고 했었는데, 지난 감정들을 다시 마주하는 게 왜 그리도 고통스럽던지, 다 집어치우고 싶은 걸 간신히 참아가며 더딘 속도로 원고를 고치고 있다. 출판사 투고 or 독립출판 인지 방향도 아직 잡지 못했다. 결과물이 어떻게 나올지 몰라서 더 속도가 안 나는지도 모르겠다. ㅠㅠ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가 봐야 후회가 없겠지?
새 에세이의 제목을 놓고 몇 달 동안 고심했었는데, 최근 느낀 긍정적인 감정들을 떠올리다 보니 얼추 정리가 되었다.
불행의 우주에서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지구로 오기까지의 개인적인 여정을 담아[불행의 우주에서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지구로]
세상 불행하다고 느꼈지만 온라인 카지노 게임하다고 느낀 오늘의 감정을 담아[오늘은 불행하지만 내일은 온라인 카지노 게임 몰라]
[오늘은 불행하지만 내일은 온라인 카지노 게임 몰라]로 잠정적으로 정해 봤는데, 아직 고민 중이다.
사실 내 감정은 여전히 불안정하다. 지금은 별일 없어 보여도 내일은 또 다른 불안이 나를 괴롭게 할지도 모르겠다. 잠시 느꼈던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감정도 언제 그랬는지 모르게 다 까먹을지도 모르고, 다시 원망이나 불만을 쏟아내는 날이 올 거라고도 생각한다. 하지만, 불행이 어느 날 갑자기 왔듯이 온라인 카지노 게임도 그렇게 갑자기 오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면, 지금의 순간이 100% 불행만 하지는 않을 것이다.
오늘은 불행하지만, 내일은 온라인 카지노 게임할지도 모른다고 믿으면서 살아가면 좋겠다. 나와 여러분 모두에게 오늘보다 내일 더 괜찮은 날이 오기를 진심으로,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