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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수민 Apr 26. 2025

카지노 게임 다스리는 법

세 단어 잇기(카지노 게임, 얼음, 기다림)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창백하게 질린 얼굴만 봐도 얼마나 아픈지 짐작이 갔다. 그런데도 평소처럼 반듯한 모습을 잃지 않았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머리가 아프면 인상부터 일그러지는 나와 다르게 그녀는 차분해 보였다. 종종 머리가 아픈 탓에 타이레놀 한 두 개쯤 놓아둔 기억인데, 어디에 있는지 퍼뜩 떠오르지 않았다. 어디에 뒀는지 기억나지 않아 허둥지둥하는 내 곁에서 보채지도 않고 차분하게 카지노 게임린다. 드디어 찾아낸 타이레놀. 그런데 몇 알 먹었더라, 한 알이었나 두 알이었나. 기억나지 않은 채로 우선 한 알을 건네고, "먹어도 너무 아프면 4시간 후에 한 알 더 먹어"라고 말을 덧붙인다. 고맙다고 말한 친구는 정수기에서 물을 받아 알약을 삼킨다.


그리고는 얼음버튼을 누르는데 얼음은 나오지 않았다. 잠시 기다렸다. 누르고 또 눌렀다. 가만히 살펴보니 얼음버튼에 불이 들어와 있지 않았다. 누군가 실수로 만져 얼음 기능을 끈 모양이다. 평소라면 찬찬히 살펴봤을 텐데, 친구는 정말 아픈 게 맞았다. 그런데 머리가 아픈데 얼음을 먹어도 되나?라는 생각을 하며, 얼음이 나오지 않아 차라리 다행이라고 느꼈다. 잘 모를 땐 먹지 않는 편이 나으니까. 한참 후 '띵' 전자음과 함께 드르륵드르륵 얼음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친구가 기다림 끝내 얼음을 기어코 먹나 보다. 먹지 못하면 더 먹고 싶은 법. 경쾌한 얼음 소리처럼 친구의 카지노 게임도 사라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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