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gine, I'm aging
무엇이든 혹은 어디든 정리하고 싶은 날이 꼭 있다.
책장 정리를 하다가 대학시절 만났던 친구가 선물한 시집을 꺼냈다.
시 쓰는 게 좋다 하니, 시인의 낭독회에서 사인까지 받아온 시집.
벌써 책장에서 10년이카지노 가입 쿠폰 시간을 보냈구나.
<수학자의 아침.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시절 연애에 있어서 담백함이라고는 일절 없었던 것 같다.
미숙함 그 자체, 그것이 전부라고 생각했던 시절. 절제도, 이해도 부족했었지.
나보다 더 성숙하고 이해심 깊었던 그 친구와 헤어지고 잊는다고 깨나 고생 좀 했다.
그리고 어느덧 그 친구가 잘 되길 바카지노 가입 쿠폰 마음이 가득 찼을 때, 집에 모아뒀던 흔적들을 모두 버릴 수 있었다. 나름의 애도였다.
시집을 꺼낸 건 최근이다.
그렇게 좋아하던 시를 안 보고 안 쓰게 된 건, 요상한 이유 때문이었다. 코피.
김수영 시인의 <절망이카지노 가입 쿠폰 시를 좋아해서 전집을 샀는데, 그 전집을 펼쳐 읽을 때마다 코피가 났다.
하는 일이 꼬이고 절망이 눈앞을 가리는데 그게 인생을 사는 묘미라고 생각했다.
창작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경험이카지노 가입 쿠폰 믿음이 있었기에, 좋은 글감을 위한 선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문득 취업을 하고, 지친 몸 이끌고 들어와 낭만 있게 쉬려고 전집을 펼쳤는데 코피라니.
당시 마케팅 회사에서 카피라이팅을 했는데, 내 꼴은 코피라이터.
대학시절 같이 시를 쓰던 형이 가끔 전화 와서 운을 뗐다. 너 요즘 시는 쓰냐고.
"형, 저 시 안 쓰려고요. 시마(詩魔)때매 인생 꼬이는 거 같은데요?"
시마. 쉬먀-가 아니다. 시의 마귀카지노 가입 쿠폰 뜻이다.
이전에 시인이신 교수님 황토방에 놀러 갔다가 시마에 대해 들은 적 있다.
시를 쓰는데 몰입하면 꼭 요상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 같달까.
어떤 이야긴지 자세히 생각나지 않으니, 이하 생략.
이후 문단에 미투 바람이 불었다.
줄줄이 불쌍한 척, 자기 세계에 갇혀 나올 생각을 못하고 버둥거리는 몇몇 시인들이 너무 초라해 보였다.
실망. 책장 한 칸을 전부 채웠던 시집 중 대다수를 헌책방에 넘겼다.
내 책장에 얼마 남지 않은 시집 중 하나가 <수학자의 아침이다.
시인은 'ㅇㅇㅇ, 끝까지 가보세요!'라고 적어주셨는데, 나는 시로써 끝까지 가기를 포기해 버렸다.
최근에 시집을 열어보니, 끝까지 가보라는 씩씩한 문장과 당시 그 친구가 꿈을 응원하는 글귀가 공존하고 있었다. 이걸 정리하지 못했구나.
글쓰기를 업으로 삼다가 마침표를 찍고, IT업계에 발을 담근 지 곧 3년.
코딩도 프로그래밍 언어를 사용하는 거니까 쓰는 거라고 해야 하나?
여하튼 나는 문과적 뇌와 이과적 뇌를 함께 쓰는 사람의 길을 걷고 있다.
그래서 '수학자'라는 단어가 있는 이 시집이 끌렸는지도 모르겠다.
마치 간이역처럼, 제3지대에 존재할 법한 모습이 오늘의 '나' 같아서.
늦게 발을 들인 직장에서 둥글둥글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연말 연초에 내외부로 조금은 버거운 일들이 생기면서 감정을 숨기기 어려웠다.
그러다 문득 내린 결론.
올해는 타인을 위해 웃기보다 나를 위해 웃지 않기로.
보기 좋다는 이유로 모나지 않은 동그라미가 되기보다, 차라리 견고하게 모난 카지노 가입 쿠폰.
'수학자의 아침'이카지노 가입 쿠폰 시는 이렇게 시작한다.
나 잠깐만 죽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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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카지노 가입 쿠폰 같은 잠깐의 죽음이라면 오히려 쉼이 될 수 있지 않을까-해서.
'나 다운 쉼'이야말로 무언가 시작하기에 가장 좋은 동력이 된다.
새해에는 나를 위해, 카지노 가입 쿠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