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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철원 Mar 31. 2025

일상의 카지노 쿠폰 정말 반복일까?

들뢰즈와 컴퓨터, 차이의 엔지니어링

우리는 일상에서 '반복'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한다. 반복된 연습, 반복되는 일상, 반복되는 회사생활과 같은단어들 말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 반복되는 행위 각각을 서로 동일하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매일 같은 길을 걷고, 매일 같은 일을 하다보면 그 속에서 안정과 예측 가능성을 느낀다. 그러나 프랑스의 철학자 질 들뢰즈(Gilles Deleuze)는 반복이 결코 동일한 것을 되풀이하는 것이 아니며, 그럴수도 없다고 말한다. 그는 오히려 우리가 반복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그 안에서 '차이'를 볼 수 있다고 본다. 우리가 매일 반복한다고 생각하는 출근, 회사일, 취미활동들이 모두 서로 다른 것이라고 말한다.




들뢰즈는 '차이'에 집중한철학자다. 그의 저서 '차이와 반복'에서, 그는 반복이 항상 차이와 함께 발생한다고 했다. 무슨 말이냐면 반복은 단순한 복제가 아니라, 매 순간 다르게 일어나는 사건이라는 의미이다. 그는 일반화는 수학 수식에서나가능한 일이며, 현실에서의 반복은 매번 새로운 방식으로 결과물을 생산해 낸다고 주장했다.


같은 것은 반복되지 않는다. 카지노 쿠폰 언제나 새로운 사건의 생산이다.


나는 이 구문을 보면서 수학과 통계학의 차이를 떠올렸다. 수학에서는 어떤 연산을 반복하면 언제나 동일한 결과가 계산되어 나온다. 왜냐하면 수학은 추상적이고일반화된 체계이며,반복 가능한 명확한 구조를 띄기 때문이다. 그러나 통계학에서는 오차라는 개념이 포함된다. 오차, 불확실성, 확률, 분산과 같은 개념들은 반복속에서 발생하는 차이를 인정한다. 따라서 어떤 대상을 반복해서 측정할 때마다 결과값의 미세한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 키를 측정할 때마다 수치가 조금씩 달라지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를 통계학에서는 확률변수라고 부른다. 그런면에서는 통계학이라는 학문이 들뢰즈의 철학과 유사한 부분이 있다고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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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관점은 프로그래밍에도 적용할 수 있다.겉으로 보기에 프로그래밍은 같은 코드를 실행하면 같은 결과를 보여주는 것처럼 보인다. 정해진 명령어, 정해진 입력, 정해진 출력. 이는 반복은 항상 동일한 결과를 보여줌으로써들뢰즈의 철학에 반하는 것 같다. 그러나 컴퓨터 내부를들여다보면 보면 그렇지 않다. 동일한 코드를 실행하기 전과 후의 시스템 상태는 항상다르다. 그렇다면 이는 단순한 반복인가 아니면 차이로 인해 생겨나는 또다른 변주일까. 컴퓨터 내부 환경이 미세하게 달라지기 때문에 컴퓨터 프로그램은 실행할 때마다 동일하다고 보기 힘들다.




컴퓨터 시스템 내부의 쓰레드 스케줄링, 메모리 상태, 네트워크 상태, 하드웨어의 클럭 타이밍의 미세한차이까지, 이 모든 것이 보이지 않는 차이를 품은 반복이다. 한번은 이런적이 있다. 노트북을포맷하려고내장된 복원 프로그램으로 윈도우 운영체제 이미지를 다운로드 받고 재설치한적이 있었다. 첫번째 설치 시도때는 에러가 발생했고, 두번째 설치는 성공했다. 분명 두번의 시도 모두 사용한 이미지는 동일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서로 달랐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한 것일까? 이는 앞서 말한 것처럼 첫번째 시도때와 두번째 시도때의 시스템 환경이 달랐기 때문이다. 이처럼 완전 동일한 반복처럼 보이는 프로그래밍에도 차이는 존재했다. 완벽해보이는 컴퓨터 조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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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과 음악과 같은 예술 분야는 말할 것도 없다. 반복할때마다 차이가 발생한다. 같은 그림을 그린다고해도, 같은 악보를 보고 연주한다고 해도 할때마다 차이가 발생한다. 오늘의 손과 내일의 손은 다르다. 그날의 감정, 기분, 시간에 따라 미세한 차이를 만든다. 들뢰즈는 예술을 차이의 생산 메커니즘으로보았다.




이렇게 돌아보면 내가 좋아하고 흥미를 느끼는 것들 - 통계, 프로그래밍, 예술 - 각각의 영역속에서도 들뢰즈가 말한 차이의 철학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반복속에서 동일성을 기대하기보다, 반복속에서 드러나는 미묘한 차이에 주목할 때 비로소 현실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는 것. 들뢰즈의 사유는 일상 속에서도 엿볼 수 있었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부터 스스로 체험하고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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