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게임 순례길 29일-30일차
가장 첫 번째 글 : #1 카지노 게임'술'례길의 시작 https://brunch.co.kr/@2smming/52/
카지노 게임 순례길 29일, 30일 차
2018. 6. 11. 월 ~ 2018. 6. 12. 화요일
곤싸르(Gonzar) - 오 페드로우쏘(O Pedrouz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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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길에서 가장 좋았던 게 뭐냐고 물어본다면 세 손가락 안으로 꼽을 것은 '바(Bar)'다. 밥도 술도 먹고 마실 수 있는 오아시스 같은 바를 이제 만날 수 없다고 생각하니 아쉬워 죽을 지경이었다. 전에는 그래도 정말 힘들 때, 밥을 먹어야 할 때 바를 가곤 했었지만 이제는 괜찮은 바가 보인다면 무작정 문부터 열었다. (우철오빠는 자꾸 멈춰서 바로 빠지는 우리에게 빠순이라는 별명을 지어줬다)
걷기 시작한 지 40분이 채 되지 않았을 오전 8:40분에 아침을 핑계로 바에 들어가 바게트 샌드위치와 오렌지 주스, 카페 콘레체, 맥주를 시키고, 점심을 먹기 전인 11:27분에는 케이크 집을 발견해 케이크와 맥주를 함께 말아먹었다. 2시간을 겨우 걷고는 1시쯤 점심을 먹어야 한다며 맛집을 찾아가 샹그리아를 큰 병으로 3병을 시켜 먹었다. 숙소에 카지노 게임해서는 멜리데에 왔으니 또 뽈뽀를 먹어야 한다며(점심에도 먹었다) 유명한 뽈뽀집에서 열심히 맥주를 마셔댔다. 뽈뽀를 다 먹고 나서는 자리를 옮겨 또 다른 술집으로 갔다. 파스타와 닭튀김을 시켜서는 또다시 맥주를 목구멍으로 털어 넣었고, 그럼에도 술이 부족했던 우리는 마트에서 와인과 맥주를 사서 알베르게 거실에서 거대한 6차를 했다. 하루 종일 먹고 마시기만 했다.
다음날 아침에도 자연 속에 있는 기막힌 바가 있어 아니 들를 수 없었다. 막 오픈 중인 바가 있어 쳐들어 갔을 때는 오전 11시가 되기 전이었는데 앉자마자 ‘알코올 가득한 술 먹고 싶어’하며 술을 시키는 나를 보더니 마티니가 어떠냐고 카지노 게임. 주인은 잔을 내 앞 테이블에 두고 진(gin)을 꼴꼴꼴 따르며 원할 때 STOP을 외치라고 카지노 게임. 손바닥만한 큰 잔에 적어도 100ml의 진이 채워졌을 때쯤 나는 양심상 STOP을 외쳤고 주인은 능숙한 솜씨로 드라이 베르무트를 휙휙 섞은 술에 레몬을 넣어 내게 건넸다.
한 손으로 들기에는 버거운 큰 잔을 들고 바 밖으로 나와 아침볕을 즐겼다. 대용량 드라이 마티니는 해갈로도 더없이 좋았다. 산뜻카지노 게임 청쾌한데 알코올감이 든든하게 맛을 뒷받침해주고 있으니 기분이 금세 얼큰해져 다시 걷기 시작할 수 있었다. 오늘은 기분 좋은 취기가 조금 사라졌다 싶을 타이밍에 귀신같이 바가 등장했는데 마티니의 취기가 없어질 쯤에는 다들 샹그리아 한 병씩을 시키고 있는 바를 만났다. 또다시 샹그리아 취기가 떨어져 갈 쯤에는 오렌지가 크게 썰어진 샹그리아를 파는 바를 만났다. 이렇게 오늘은 내내 술 에너지를 동력 삼아 걸었다.
주량과 체력과 먹성이 비례하며 늘어나고 있다. 누구는 이 길에서 10kg가 빠졌다는데, 여기서 만나는 친구들도 바지가 흘러내려서 벨트를 사러 가야 한다는데 우리는 살이 더 찌고 있는 기분이다. 몸무게를 달아보지는 않았지만 바지가 종종 타이트하게 잠기는 게 조금씩 무서워진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도 웅민이는 내일 가는 길목에 맛집이 있는지 찾고 있고, 나는 계속 술을 사거나 주문하고 있고, 수지는 걷다가 사람들이 미처 보지 못한 바를 찾아내 우리를 인도하고, 우철오빠는 카지노 게임에 도착하면 뭘 먹을지를 찾고 있다. 어차피 살을 빼서 가는 건 이미 글렀다. 이럴 바에는 후회 없이 먹어보자.
배부른 점심을 먹고 가게를 나오다 날씨가 후덥지근하길래 얇은 바람막이를 허리에 두르고는 걷고 있었다. 바람막이 왼쪽 주머니에 동전지갑을 넣어놔 걸을 때마다 왼쪽 주머니가 내 앞으로 휙휙 날아왔다. 그게 재밌어서 일부러 보폭을 크게 걸어보는 장난을 치기도 카지노 게임.
문제는 얼마 되지 않아 일어났다. 갑자기 재밌는 이야기가 생각나 말하려고 몸을 뒤로 휙 트는 순간 내 바람막이 왼쪽 주머니도 함께 날아와 정확히 핸드폰을 들고 있는 내 왼손을 강하게 쳐냈고, 핸드폰이 저 앞에 날아가 쫙-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처박혔다. 그 당시에 길에 사람이 좀 있었는데 그 소리가 얼마나 날카로웠던지 다들 나와 핸드폰을 쳐다보고 있었다. 핸드폰을 많이 깨뜨려본 사람으로서 떨어지는 소리를 듣자마자 큰일이 났다는 걸 알았다. 깽도 아니고, 툭도 아니고, 탁, 텅, 캑, 퍽도 아닌 쫙이었다. 하필 이 마을의 바닥은 견고한 자갈들을 일정 간격으로 박아놓은 지압길 같은 형태였다.
모든 시공간을 부정하고 싶은 마음으로 뒤집어진 핸드폰을 들어 액정을 확인카지노 게임. 망카지노 게임. 내가 생각한 최악의 시나리오는 액정이 깨지는 것이었는데, 외부 액정은 당연지사고 내부 액정까지 깨져서 화면에 처음 보는 검은 물방울들이 송송 나고 있었다. 전면 카메라는 깨졌는지 아예 아무것도 찍히지 않았고 화면을 누를 때마다 검은 잔상들이 화면을 채웠다 사라졌다. 시간이 갈수록 검은 부분도 조금씩 늘어가기 시작카지노 게임. 아직 귀국까지는 15일이 더 남았는데 이러다가 핸드폰이 먹통이 되어 버릴 것 같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자주 볼 수 있는 핸드폰 수리점도 여기 주변에서는 쉽게 찾기 어려웠다. 한국에 있을 때 사설 수리점에서 한 번 수리를 받아버린 나는 애플 공식 수리점에 갈 수도 없었다. 귀국일을 당길 수도 없고 어떠한 방법도 없었다. (심지어 귀국일을 늦출 방법이 없나 고민하던 중이었다) 핸드폰이 벽돌이 될 가능성을 기정사실화하고 카지노 게임에 도착하면 귀국에 필요한 자료들을 정리하기로만 결정했다.
내일에는 카지노 게임 데 콤포스텔라에 도착하는 일정이라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우철오빠와 웅민이는 아예 다른 도시로 넘어가고, 수지는 포르투갈로 먼저 이동해 내가 도착할 때부터 함께 여행하기로 했다. 내일 도착해서 도착 기념 파티를 하고 나면 이제 정말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한국에서 만날 수야 있지만 서로 사는 지역이 모두 다르다 보니 지금처럼 끈끈하지는 못할 거다. 오늘은 서로 돌아가면서 발과 다리 안마를 해줬다. 서로 물집도 터뜨려줄 정도로 볼 꼴 못 볼꼴 다 보고 나니 발을 만지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게 되었다. 이 마음이 우정보다는 전우애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이 틈만 나면 군대 이야기를 하게 되는 메커니즘을 깨닫고 있다.
알베르게 거실에도 마음이 심란한 사람이 여럿 모였다. 영어를 굉장히 잘하는 스페인 아저씨와 말을 터 2시간이 넘게 아쉬운 마음을 토로했다. 수많은 이야기의 방향은 하나였다. 현재에 충실한 삶을 살기. 이 길을 걸으며 나는 지금을 사랑하게 되었다. 자주 하늘을 올려다보고, 아침의 새소리를 기꺼워하고, 카지노 게임에 필요한 만큼의 소비를 하고, 카지노 게임에 해야 할 생각들을 성실하게 해낸다. 사랑하는 이에게 미루지 않고 마음을 표현하고, 순간의 몸과 마음의 상태를 빈번하게 들여다본다. 내일과 미래에 대한 걱정을 하기보다는 오늘 내가 행복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한다.
전에 한동안 누가 내게 좌우명을 물어보면 ‘Carpe diem(현재를 즐겨라)’이라고 대답하곤 카지노 게임. 나중에는 너무 저 문구가 흔해진 느낌이라 잘 쓰지 않았다. 이 길에 와서야 왜 사람들이 그렇게 카르페디엠을 외쳤는지 알게 됐다. 평생을 지니고 행동할 하나의 문장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을 잘 살아내기 위해서는 나에 대한 사유가 우선되어야 한다. 내가 행동카지노 게임 생각하는 순간에 대한 까닭을 알고 있어야만 한다. 본질적이고 솔직한 마음을 날카롭게 파헤치지 않는다면 자주 주저카지노 게임 뭉툭해진다. 한 번 둔해진 마음과 생각에 날을 벼리기 위해서는 제곱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에 집요하게 근면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나는 앞으로 남은 길에서도, 한국으로 돌아간 삶에서도 시간에 기꺼이 몸과 마음을 포개며 살기로 마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