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이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냉장고를 열어 귤 서너 개를 대충 집고 이불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겨울과 전기장판과 귤이면 역시 제인 오스틴이다. 이불 카지노 쿠폰모로 누워 책장을 휘적휘적 넘기는데 카지노 쿠폰이 목도리를 두르며 안방에서 나왔다.
"이 추운데 어디 가시려고요?"
내가 벌러덩 누운 채로 귤을 우물거리자 카지노 쿠폰이 차분하게 나를 내려다보았다.
"이대리는 귤이 되는 게 목표인가요?"
"더 바랄 게 없죠."
"한 박스 해치웠으면 거의 달성한 것 같네요."
"과장님, 냉장고 한 번이라도 열어보셨어요? 귤 밖에 없어요."
나는 귤을 한입에 털어 넣으며 머리 뒤로 손베개를 했다.카지노 쿠폰은 그런 나를 머리털에 전구 달린 심해 생물 보듯이 쳐다보았다.
"이 대리가 한 번이라도 외출을 하면 다른 음식이 채워져 있지 않겠습니까?"
"과장님 여자친구 들어오게 저보고 알아서 좀 나가 있으라는 거죠?"
"이 대리 여자친구일 수도 있죠."
"과장님, 저는 전기장판 카지노 쿠폰서 귤 까먹으면 더 이상 인생에 바라는 게 없고요, 여자는 여기 한 트럭 나와요."
내가 제인 오스틴을 심드렁하게 들어 보이며 말했다.
"전기장판의 소중함을 더 느끼고 싶어지면 오늘 중에 경춘선 타고 춘천으로 와요."
카지노 쿠폰이 코트를 걸치며 말했다.
"아니이 추운데 춘천은 또 왜 가시는데요?"
"데이트라도 하겠죠."
"...과장님은 춘천에도 여자가 있어요?"
"여자는 어디에나 있다면서요."
"헤밍웨이식의 '자기 여자'요."내가 분명하게 말했다.
카지노 쿠폰은 대답하지 않고 목도리를 풀어 내게로 던졌다. 나는 엉겁결에 목도리를 받아 들며 귤을 우물거렸다.
"호수가 쌀쌀하니까 하고 나와요. 이 대리가 얹혀살고 있는 이 집에게도 혼자 있을 자유를 좀 주고요. 저녁은 춘천에서 먹죠."
"저 아직 간다고 말도 안 했는데, "
카지노 쿠폰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가버렸다. 나는 투덜대며 누워서 귤을 마저 까먹었다. 이제 책에서는 여자들이 결혼 못한 만혼의 부유한 남자를 고기 재듯이 재어보고 있었다. 저렇게 친절하고 사려 깊은 남자가 왜 아직도 결혼을 하지 않았을까요? 저 집에는 마차가 세 대에 말이 여섯 대인데요!
나는 옆으로 돌아누워 책장을 넘기며 귤을 한 입에 밀어 넣었다.
가방에 대충 책을 쑤셔 넣고 경춘선을 타니 오후 여섯 시였다. 카지노 쿠폰의 목도리를 목에 둘둘 두르고 기차 안에서 책장을 넘기자 눈 깜빡할 사이 춘천이었다. 춘천역에 나와 있던 카지노 쿠폰과 아무 밥집에나 들어가 닭갈비 한 판을 다 먹어치울 때쯤에서야 중요한 것이 빠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여자는요?" 내가 뜨거운 닭갈비와 양배추를 집으며 얼른 물었다.
"무슨 여자요?" 김해경이 처음 듣는 소리라는 듯이 말했다.
"춘천 오면 과장님이랑 데이트한 여자랑 저랑 셋이서 저녁 먹는 거 아니었어요?"
"그 여자가 이 대리랑 먹고 싶어 할까요?"
나는 김해경을 노려보며 깻잎 카지노 쿠폰 닭갈비와 고구마와 양파와 고추를 싸서 한 입에 욱여넣었다. 막국수까지 훌훌 마시자 어느덧 막차 시간이 가까워져 있었다.
휘적휘적 경춘선에 올라타 나는 제인 오스틴의 책을 마저 봤고, 카지노 쿠폰은 열차 복도로 나가서 누군가와 오랫동안 통화를 했다.
집에 도착하니 내 카지노 쿠폰이 어느 때보다 따뜻하게 나를 반겼다.나는 목도리를 벗어던지고 카지노 쿠폰의 영원한 단짝인 귤을 찾아 신나게 냉장고를 열었다.
그러나 냉장고에 남아있던 귤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어리둥절하게 냉장고 문을 닫으려다가 우뚝 멈춰 섰다. 불이 붙을 것처럼 새빨간 딸기가 침묵 속에나타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