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헤어졌던 건데
세희에게서 전화가 왔을 때 나는 김해경과 어느 섬에 갇혀 있었다.
기상 예보를 확인하지 않고생각 없이 배를 타버린 탓이었다. 오전 내내 맑았던 날씨는 카지노 게임 섬에 도착하자마자 미친 여자 머리채처럼 날뛰기 시작했고, 모든 배의 운행이 무기한 중단되었다.
나와 김해경은 섬 안의 온갖 쓰레기들이 휘오리치는 것을 보며 슈퍼 안에서 넋 놓고 하드를 물고 있었다.
세희는 내게 지금 어디에 있느냐고 물었고, 나는 통영의 어느 섬에 갇혀 있다고 말했다. 세희는 잠시 한숨을 쉬더니, '오빠는'으로 시작하는 잔소리를 짧게 늘어놓았다.
나는 하드를 물고 세희의 잔소리를 들으며 파도치는 바다를 바라보았다. 세희의 잔소리는 내가 가장 경계했던 '안정'을 몰고 왔다. 세희와 헤어진 일이 아주 먼 과거처럼 느껴졌다.
카지노 게임 자연스럽게 내게 서울로 언제 돌아오냐고 물었다. 내가 김해경의 옆구리를 쿡 찌르며 대답을 요구하자 김해경은 슈퍼에 걸린 다 떨어진 튜브를 가리켰다.
"... 내일은 되어야 할 것 같아."
나는 김해경을 단번에 무시하고 카지노 게임에게 작게 말했다.
카지노 게임 침착하게 알겠다고 하더니, 엄마의 독감은 좀 나았냐고 물어왔다.
"... 카지노 게임 엄마가 독감이야?"
'오빠, 내가 어머니께 가끔이라도 전화드리라고 했잖아.'
"할 말이 없는데 어떻게 전화를 해..."
'할 말이 왜 없어? 요즘 무슨 드라마 보시냐, 무슨 음식 드시냐, 미세먼지 심한데 건강은 어떠시냐, 어른들 대화 맞추는 게 뭐가 그렇게 어렵다고 그래?'
"난 엄마가 뭐 먹는지 안 궁금한데..."
세희는 한바탕 잔소리를 퍼붓기 시작했고, 나는 우산을 쓰고 밖으로 나갔다.
통영의 작은 섬을 반 바퀴 가까이 돌며, 나는 거의 말을 하지 않았고 세희는 쉴 새 없이 말을 했다. 나는 반가움과 두려움, 안정과 불안, 연결과 고립을 동시에 느꼈다. 나는 세희가 요즘 먹고 있다는 그릭 요거트에 대한 감상을 마치자 가만히 입을 열었다.
"... 나는 아직, "
'오빠, 나 카지노 게임 만나자는 것 아냐. 나 바쁘고, 하루하루 정신없이 살고 있어. 그냥 가끔 얼굴 보고, 가끔 밥 먹고, 가끔 전화하자는 것뿐이야.'
"... 왜?"
카지노 게임 잠시 말이 없었다.
'이유가 필요한 사이인 거야?'
"나는 아무것도 모르겠어."
'그럼 알려고 하지 마. 카지노 게임 다 알려고 하지 말자.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하지 말자. 그래도 되는 거잖아?'
나는 전화를 끊고 먼바다를 바라보았다. 안개는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나는 잠시동안 그 자리에 서 있다가 김해경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