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살이와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기억
Written by 변건우
서울살이에 내몰릴수록 환상은 그녀를 더 옥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그녀를 좇아오는 것인가, 그녀가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좇아가는 것인가?
인터넷에서 ‘예술가는 직업이 아니라 상태다’라는 우스갯소리를 본 적이 있다. 그렇다면 소설가도 상태라고 할 수 있겠지. 아직 낸 책은 없지만 언젠가 단편집을 낼 계획으로 소설을 쓰고 있다. 서울 곳곳의 지역이나 랜드마크를 소재로 한 단편을 모을 예정이다. 그렇게 한 곳 한 곳, 평소에 보지 못했던 시각으로 서울을 기록하면 내가 사는 이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실체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다.
스물한 살에 서울로 올라왔다. 스무 살은 경기도 산골에서 재수학원에 다녔고, 그 이전에는 대구와 근교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오갔다. 많은 입시생이 그러하듯 나도 ‘인서울’을 목표했다. 내가 살아본 경험이 대구의 전부는 아니겠지만, 대구는 변함이 없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였고, 그보다 미래가 없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였다. 나를 포함한 주변 친구들의 부모님은 대게 공무원, 자영업자 아니면 전문직이었는데 셋 다 나의 선택지는 아니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지만 반대로 보는 만큼만 알기도 한다.
그 당시 내가 가장 이해하기 어려웠던 단어는 ‘회사원’이었다. 회사라는 걸 제대로 본 적이 없어서 그런가, 그들이 무슨 일을 하고 어떤 삶을 사는 사람들인지 알 수 없었다. 주변의 모든 어른이 공무원, 자영업자 아니면 전문직인 곳에서 나의 미래는 안 보였다. 삶의 모양이 그려지지 않았다. 그래서 오히려 ‘난 꼭 서울로 가야만 해’라고 생각하는 타입은 아니었다. 내가 수능을 치고 서울로 대학을 가는 것이 마치 해가 지면 밤이 오듯 너무도 당연했다. 대구를 비롯한 지방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서의 삶을 전혀 상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두 번의 수능을 치르고 겨우 원하던 학교에 붙었다. 서울은 기대 이상이었다. 여태까지 살던 온라인 카지노 게임보다 훨씬 많은 기회와 경험과 자극이 있었다. 사람들은 꿈을 꾸고 미래를 그리고 있었다. 돌이켜 보면 그도 그럴 것이 내가 대학에 입학한 당시는 코로나19로 시장에 돈이 왕창 풀리고 유동성 잔치를 벌이고 있던 때였다. 전대미문의 전염병이 창궐하는 가운데, 사회는 한껏 들떠 있었다. 여기저기서 축제가 일어나고, 사람들은 ‘스타트업’이나 ‘투자’ 따위의 단어를 떠들어 댔다. ‘사적 모임 인원 제한’이라는 규칙이 실행되던 중에도 어딜 가나 사람이 많고 어딜 가나 시끌벅적했다. 답답하지만 즐거운 날들을 보내며 스물한 살과 스물두 살을 보냈다.
“퇴근 시간에 맞춰 승이 회사 앞으로 찾아왔다. 우리는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TV 뉴스는 어디 고속도로에서 몇 중 추돌사고가 발생해 몇 명이 죽었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다음 뉴스는 서울 어디 빌라에서 화재가 발생해 몇 명이 죽었다는 소식이었다. 그다음 뉴스에서는 명문대생 누가 자살을 했고, 또 그다음 뉴스에서는 어디 공장에서 누가 기계에 끼여 죽었단다. 이렇게 죽어 나가는 사람이 많은데 그래도 서울에는 사람이 많다. TV를 보며 넋을 놓고 있으니 승이 나를 깨운다.”
유튜브 알고리즘에 이끌려 이 영상 저 영상을 떠돌다 한 밴드의 무대 영상에 다다랐다. 여성 2인조 밴드가 곡이 시작하자마자 악기를 파괴했다. 대못을 박고 망치로 장구를 때려 부쉈다. 기타를 치며 노래인지 괴성인지 구분하기 힘든 소리를 질러댔다. “나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 안이 아니라 온라인 카지노 게임 밖에서 사는 사람” 산산이 조각난 장구를 바구니에 담더니 관객석으로 내려가 조각을 하나씩 나눠줬다. 그들의 노래와 퍼포먼스는 충격적이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방화 사건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한 곡이었다. 사람들은 파괴된 장구에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이입하며 퍼포먼스를 관람했다. 생각해 보니 내가 고등학생이었을 땐가, 그들은 이미 페이스북에서 컬트적인 인기를 끌어 낯이 익은 밴드였다. 그들의 정보와 무대를 샅샅이 찾아보며 한동안 그들의 곡을 반복 재생했다.
2008년에 일어났던 온라인 카지노 게임 방화 사건에 대해서도 알아봤다. 그래 봐야 나무위키를 정독한 게 다지만, 그날 이후로 한동안 온라인 카지노 게임 방화 사건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서울은 사람도 많고, 차도 많고. 건물도 많다. 어딜 가나 들떠있는 사람들. 날마다 어딘가에선 시위가 일어나고, 사람이 죽는다. 그런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어디 서울밖에 없겠느냐마는, 뉴스는 온통 서울의 사건 사고를 퍼 날랐다. 그러니까 서울은, 그것도 모자라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불타는 기이한 일까지 벌어지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라는 인상이었다. 서울은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불타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 나는 그때까지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실제로 본 적도 없었지만 온종일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 사로잡혀 있었다.
아이러니한 건 이런 인상을 서울 사람들은 공감하지 못했다. 언젠가 서울에서 나고 자란 동기에게 내가 느끼고 있는 것들에 관해 얘기했다. 그는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건 그냥 그때 일어난 사고일 뿐이잖아.’라고 했다. 그때 일어난 사고. 서울 사람들은 그런 일을 가까이서 겪고도 그걸 납작하게 눌러놓을 수 있구나.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다면 나는 왜 이토록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 사로잡혀 있을까. 초현실적인 화재가 일어났을 때, 나는 고작 아홉 살이었다. 대구에 살고 있었고 화재 현장은 뉴스 너머로만 봤을 뿐이다. 서울 사람들은 그 사건을 다 잊은 걸까. 화재는 이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넘어, 당시를 살았던 사람들에게 무엇을 남겼을까. 불현듯 계시처럼 다가온 이 기이한 감각을 규명해야 했다.
“역겨운 10대와 재수 생활을 버틴 것은 서울이라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 익명 상태의 나를 던져놓기 위함이었다. 내가 살던 집과 나의 동네. 병든 아빠와 무식한 엄마, 한심한 오빠. 멋대로 나를 수식하는 것들로부터 나를 떼어내야 했다. 그러지 않고선 미래를 감히 상상할 수 없었다. 대학을 졸업한들 이 작은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서 내가 할 일은 없을 것이며, 직장을 구해 결혼한들 심각한 하자가 있진 않지만 자신 있게 화목하다고도 할 수 없는 가정을 또 하나 생산할 뿐이었다.
아빠와 병원비에 대해 다투거나 엄마와 TV를 보며 연예인의 외모를 평가하는 게 내가 나눌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대화 주제였고, 오빠는 집에 잘 없었다. 서울로 대학을 가고부터는 집에서 돈은 거의 안 받았다.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병행하는 건 쉽지 않았지만 불가능하진 않았다. 학비와 건강 문제로 두 번의 휴학을 하고 겨우 학부를 졸업했다.
취업이 어렵다던 과였지만 눈을 낮추니 들어갈 구멍은 있었다. 많은 돈을 벌진 못하지만 달리 선택지도 없었다. 고향에 돌아갈 수 없는 나는 어떻게든 이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 붙어있어야 했고 그게 스물한 살부터 내 인생의 목표였다. 돌아가면 낙오자다. 그렇게 생각하며 살았다.”
주인공은 30대 여자다. 지방 소온라인 카지노 게임에서 나고 자라, 대학을 위해 상경했다. 연상의 남자친구와 결혼을 준비하고 있다. 좁은 오피스텔, 피로한 출근길,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남자친구, 나를 싫어하는 그의 어머니. 서울이라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갖가지 방법으로 그녀를 찔러댄다. 겨울마다 편두통을 느끼는 주인공은 어느 날부터 같은 꿈을 반복해서 꾼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불타는 꿈. 현실과 꿈, 환상이 교차한다. 서울살이에 내몰릴수록 환상은 그녀를 더 옥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그녀를 좇아오는 것인가, 그녀가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좇아가는 것인가?
소설의 주인공은 나이기도, 내가 아니기도 하다. 돌이켜 보면 내가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이미지에 사로잡혀 있던 즈음부터 서울살이에 스트레스 내지는 환멸을 느꼈던 것 같다. 끝없이 나를 증명해야만 살아남는 공간, 자신을 갱신하고 개발해야 하는 공간, 뒤처지면 도태되는 공간. 그런 인상이 강해질수록 불타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자주 떠올리게 되었다. 내가 한동안 겪던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 대한 이상한 감각을 떨쳐내지 못했다면, 더 심해졌다면 나도 주인공처럼 돼버리지 않았을까. 이 소설을 쓰는 건 내 안에서 자란 염증을 끄집어내는 과정이었다.
서울은 2008년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처럼, 그 안의 사람들을 연료로 타오르는 거대한 불꽃이다. 불꽃은 거대하고 화려해서, 우리를 매혹한다. 서울이라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맴도는 사람들은 불꽃으로 뛰어드는 날벌레다. 몸이 뜨겁게 타올라도 불꽃에서 빠져나갈 수 없다. 그렇다면 불꽃이 우리를 좇아오는 것인가? 그 화염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
소설은 홍익대학교 교지 <와우 83호에 수록되어 있다. 여기서 소설의 모든 내용을 알려줄 순 없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홍익대학교에 방문해 한 권 챙겨 가시길. 홍익대학교 교지편집위원회 웹사이트에서 E-Book으로 볼 수도 있다. (https://ibook.hongik.ac.kr/Viewer/E5MNDK4WOLXN)이 소설로 시작해 서울을 소재로 한 작품을 계속 쓰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소설을 모아놓고 보면 서울의 다른 면들을 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