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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키럽맘 Mar 25. 2025

초카지노 게임 시대의 함정 아이를 조용히 망가뜨리는 것들

끊임없이 카지노 게임되는 아이들, 멈출 수 없는 불안

우리는 지금 '초연결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이제 사람과 사람, 사람과 기계, 기계와 기계가 언제 어디서나 연결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스마트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소셜미디어 등 다양한 기술을 통해, 우리는 이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연결되고 있습니다. 거리와 시간의 제약이 사라진 세상, 바로 그것이 초연결 시대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모두가 실시간으로 연결된 세상은 과연 아이들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그리고 그런 세상을 살아가야 할 아이들을, 우리는 지금 어떤 방식으로 준비시키고 있을까요?


초연결 사회는 단순히 정보가 많아졌다는 차원을 넘어서, 인간의 삶의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즉각적이고, 모든 것이 공개적이며, 모든 것이 비교 가능한 상태로 존재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아이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친구의 일상을 보고, 전 세계 뉴스와 유튜브 영상을 실시간으로 접하며, 누군가의 댓글에 웃고 상처받습니다.


한편으로는 너무도 풍요로운 세상입니다. 원하는 정보는 검색만 하면 금세 얻을 수 있고, 배우고 싶은 것도 영상 하나로 설명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지나치게 많은 연결은 아이들의 내면에 또 다른 종류의 혼란과 피로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미국 심리학자 장 트웬지(Jean Twenge)는 'i세대(iGen)'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디지털 기기와 함께 성장한 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더 안전하지만, 더 불행하고 더 불안하다.'

그는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아진 이후 십대들의 우울감과 고립감, 수면 부족, 자해 행동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지적합니다. 연결이 많아질수록, 아이들은 외로워지고 있다는 역설적인 결과가 나타난 것입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닙니다. 교육 현장에서 마주하는 아이들 중 상당수가 SNS 속 또래와의 비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밤늦게까지 온라인 게임과 유튜브에 머물며 현실의 인간관계를 피하거나 왜곡된 자아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초등 고학년부터 스마트폰 중독 징후를 보이는 아이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으며, '디지털 디톡스 캠프', '스마트폰 사용 상담' 같은 새로운 형태의 교육 프로그램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사실은, 이것이 단지 '기기를 너무 오래 사용하는 문제'만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초연결 시대의 본질적인 변화는 단순한 사용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과 감정, 관계를 어떻게 구성하는가'에 대한 방식 자체를 바꿔놓고 있다는 점입니다.


과거에는 또래와의 비교가 교실, 동네, 학원 정도의 좁은 범위에서 이뤄졌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전국, 전 세계의 또래들과 끊임없이 연결되고, 비교되고, 관찰당하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SNS 속 친구의 화려한 여행 사진, 유튜브 속 또래 크리에이터의 엄청난 인기와 수입, 실시간 게임 속 순위표는 아이들의 자존감과 정체성을 압박합니다.


'나는 왜 저 친구처럼 인기가 없을까?'
'저 유튜버는 벌써 1만 명이 보는데, 나는 아무것도 이룬 게 없어.'
'나도 뭐라도 올려야 뒤처지지 않을 텐데.'


이런 생각이 아이들의 뇌를 지배합니다. 끊임없이 연결된 세상 속에서, 아이들은 끊임없이 평가당하고 있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는 아직 정체성이 형성되지 않은 청소년기에 매우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초연결 시대는 아이들의 주의 집중력을 파괴하고 있습니다.


스탠퍼드 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멀티태스킹에 익숙한 아이일수록 한 가지 일에 몰입하는 시간이 짧고, 감정 조절력이 약하다는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알림 소리 하나에 집중이 끊기고, 짧은 영상에 익숙해진 뇌는 긴 글이나 깊은 사고를 견디지 못합니다. 학습에 필요한 ‘깊이 있는 몰입’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것입니다.


더 큰 문제는, 이 초연결 구조가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부모 역시 끊임없는 연결 속에 놓여 있습니다. SNS에서 다른 부모의 육아 방식과 성취를 보고 불안을 느끼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요즘 교육 트렌드’를 쫓느라 자녀와의 실제 대화는 줄어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부모와 아이 모두 연결되어 있으나 단절된, 외롭고 혼란스러운 세상 속에 살고 있는 셈입니다.


젠슨 황은 이런 세상의 방향성을 두고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기술은 인간의 감각을 확장시키고 있지만, 그로 인해 인간의 본질적인 능력은 오히려 위축될 수 있다. 우리는 카지노 게임의 기술을 만들고 있지만, 그 카지노 게임이 반드시 관계를 만든다고 볼 수는 없다.'

지금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연결된 세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집에서, 친구들과의 관계 속에서, 심지어 자기 자신과의 대화조차도 연결 속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연결은 아이들에게 안정감을 주기보다는, 자극과 비교, 피로와 불안을 더 자주 가져다주고 있습니다.


초연결 사회는 분명 놀라운 가능성을 가진 시대입니다. 정보와 기술, 문화가 실시간으로 교류되고, 새로운 기회와 만남이 끊임없이 생겨납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 속도와 범위가 인간의 마음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설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지금 아이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 누구와 연결되어 있는지, 어떤 감정을 품고 살아가는지 묻고 또 물어야 합니다. 단지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줄이는 것으로 이 시대를 이해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초연결 시대, 아이들은 더 많은 것에 연결되지만, 더 많은 외로움과 혼란 속에 놓여 있습니다.
우리는 이 시대를 어떻게 이해하고, 어떻게 아이 곁을 지켜야 할지 질문할 준비가 되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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