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석 Apr 03. 2025

폐차장에서 구한 재료로 현대무료 카지노 게임의 아이콘을 패러디하다

석기자미술관(174) 남다현 개인전 <국립무료 카지노 게임폐차장

무료 카지노 게임


재미있다! 국립무료 카지노 게임폐차장(National Junkyard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이란 전시 제목부터가 그렇다. 국립현대무료 카지노 게임관(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을 비튼 것이다. 제목부터 뭔가 심상치 않다고 느꼈는데, 직접 가서 보니 기대 이상이었다. 현대무료 카지노 게임이 어렵다고들 말한다. 물론 진지하고 심오한 예술도 필요한 법이다. 하지만 어렵게 느껴지는 미술은 관람객을 미술에서 멀어지게 할 뿐. 구구절절한 설명이 없어도 생각의 공간을 만들어주고 울림에 함께 공명하는 예술, 그런 예술이 나는 좋다. 남다현의 작품엔 그런 미덕이 있다.


무료 카지노 게임The Chariot, 2025, Purchased, Junkyard
무료 카지노 게임


<국립무료 카지노 게임폐차장이란 제목에서 보듯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의 재료는 폐차장에서 구한 자동차 부품이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작품은 <The Chariot(2025)이다. 바퀴 두 개 달린 받침대 위에 서 있는 키 크고 깡마른 여인의 형상. 어디서 많이 본 이미지다. 그렇다. 자코메티다. 2014년 소더비 경매에 나온 같은 이름의 자코메티 작품을 패러디한 작품이다. 무중력 상태에 놓인 나약하고 고립된 인간 존재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수명을 다해 폐기된 자동차의 부품이 새로운 쓸모를 얻어 인간의 형상으로 다시 태어났다.


Larmes, 2025, Purchased, Junkyard


대각선으로 맞은편 벽에는 사진 석 장이 나란히 걸려 있다. 제목은 <Larmes(2025). 역시 어디선가 많이 본 이미지다. 미국의 유명 사진작가 만 레이의 대표작 중 하나로 꼽히는 <눈물.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게티 미술관 소장품이다. 만 레이의 사진에 보이는 속눈썹이 긴 여성 모델 대신 작가가 직접 모델이 돼 자기 얼굴에 자동차 부품을 올려놓고 사진을 찍었다. 보자마자 피식 웃음이 나온다.


Three Panles: Orange, Dark Gray, Green, 2025, Purchased, Junkyard


그 옆으로 채색된 자동차 문짝 세 개가 전시장 벽에 붙어 있다. 이 작품의 제목은 <Three Panles: Orange, Dark Gray, Green(2025). 색채의 관계성과 공간적 상호작용을 탐구한 이 작품의 원본은 뉴욕 현대무료 카지노 게임관이 소장한 미국의 추상미술 작가 엘스워스 켈리의 1986년 작이다. 세 개의 패널을 정교한 비율과 공간 계산을 통해 배열함으로써 남다현 작가는 색채들이 서로의 관계 속에서 움직이며 나타나는 역동적인 시각적 경험을 만들어낸다. 엘스워스 켈리의 원작보다 더 강렬한 시각적 쾌감을 선사한다.


Equal (Corner Prop Piece), 2025, Purchased, Junkyard


그 옆으로 벽과 벽 사이 모서리에 걸치듯 놓인 작품이 있다. 자동차 보닛을 수직으로 세우고 그 위에 머플러를 지면과 평행하게 얹은 이 작품의 제목은 <Equal (Corner Prop Piece)(2025). 물론 이것도 원작이 있다. 추상 조각으로 유명한 미국 조각가 리처드 세라의 작품으로, 뉴욕 현대무료 카지노 게임관 소장품이다. 남다현은 원작 그대로 모서리에 작품을 배치함으로써 전통적인 조각 방법론에 도전해 주변 환경을 점유하고 조각을 환경의 확장으로 만든다. 극도로 미니멀한 원작보다 더 다채로운 감각을 보여준다.


Big Red, 2025, Purchased, Junkyard


전시장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건 모빌이다. 모빌 하면 떠오르는 그 이름. 맞다. 알렉산더 칼더. 전시장 한가운데 매달린 작품 <Big Red(2025)는 의심의 여지 없이 칼더의 작품을 떠올리게 한다. 미국 뉴욕 휘트니미술관에 소장된 같은 이름의 칼더 작품을 재현하되, 철사 끝에 매단 조각의 소재가 자동차 헤드라이트 커버다. 공기 흐름에 따라 움직이도록 세심하게 균형을 맞춘 칼더 작품의 특성을 고스란히 반영했다.


Semiotics of the Garage, 2025, Purchased, Junkyard


그리고 또 하나, 놓쳐선 안 될 영상 작품이 있다. <Semiotics of the Garage(2025), 차고의 기호학이란 제목이 붙은 이 작품은 마사 로슬러라는 미국 작가가 1960년대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끈 텔레비전 요리 시연 프로그램을 패러디해 앞치마 입은 가정주부를 연기하는 퍼포먼스를 다시 패러디한 작품이다. 패러디의 패러디인 셈. 남다현 작가는 앞치마 대신 자동차 정비공 복장을 하고 작품의 소재로 사용한 자동차 부품을 하나하나 가져다가 소개하며 자기 멋대로 가지고 논다. 흑백 무성영화에나 나올 법한 작가의 천연덕스러운 표정과 몸짓은 영상을 끝까지 안 보고는 못 배기게 만든다. 전시장에서 혼자 보면서 얼마나 낄낄거렸는지 모른다.


Fish, 2025, Purchased, Junkyard


자, 이제 정리해 보자. 남다현의 작품에는 모두 원작이 있다. 세계적인 미술관과 기관에 소장된 세계적인 작가들의 세계적인 작품. 제목도 같고, 형태도 같다. 심지어 전시장에 붙어 있는 작품 설명의 내용도 원작의 설명문에서 작가 이름만 남다현으로 바꾼 게 전부다. 그러면서 작가는 설명문 아래에 원작이 소장된 미술관의 해당 페이지를 볼 수 있는 QR 코드를 죄다 붙여 놓았다. 카메라를 갖다 대면 뜨는 링크에서 원작을 볼 수 있다. 심지어 전시장 입구에 놓인 무료 입장권마저 국립현대무료 카지노 게임관 것과 똑같다. 철저하게 계산된 전시의 일부다.


전시 정보

제목:남다현 개인전<국립무료 카지노 게임폐차장

기간: 2025412()까지

장소:아뜰리에 아키(서울시 성동구 서울숲232-14갤러리아 포레1)

문의: 02-464-7710 / 070-4402-771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