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은 누구?
평범하고 따스한 봄날, 새집으로 이사 온 지도 어느덧 석 달째 되어간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 이곳에서 이제 제법 살만하다고 느껴졌다.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간단하게 아침을 먹은 후 잠시 외출을 했다가 점심 무렵 집으로 돌아왔다. 집 앞 드라이브웨이를 따라 차고로 들어서는데, 뭔가 허전해서 주위를 살펴보니, 멀쩡하게 있어야 할 우리 집 하얀 카지노 쿠폰이 사라졌다. What the….! 카지노 쿠폰을 누가 훔쳐가리라고는 생각지 못했기에 주의 깊게 눈여겨보지는 않았지만, 오전에 외출할 때 분명히 카지노 쿠폰은 그 자리에 잘 있었던 것 같은데 확신은 서지 않았다.
카지노 쿠폰 지지대는 털끝하나 손상된 곳이 없고, 카지노 쿠폰만 덜렁 사라진 것이다. 미국에서는 카지노 쿠폰에 함부로 손을 대거나 열어보는 것도 범죄라고 들었는데, 대체 누가, 왜, 카지노 쿠폰을 가져간 걸까? 카지노 쿠폰만 가져가서 뭐 하려고? 내가 잘 몰라서 그렇지 카지노 쿠폰 도난이 미국에서는 흔한 일일까? 수초만에 꼬리에 꼬리를 물고 머릿속이 물음표로 가득 찼다. 집 앞에 놓인 택배가 사라지거나, 카지노 쿠폰 안의 우편물이 도난당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봤어도, 카지노 쿠폰이 사라졌다는 건 금시초문이었다.
카지노 쿠폰은 언제 사라졌을까? 모든 사람들이 잠든 밤이었다면, 우리 집은 밤새 어두웠고, 카메라도 없어서 범죄의 표적이 되기 쉬웠을 것이다. 누군가 우편물을 훔치려고 카지노 쿠폰을 통째로 가져간 거겠지. 에이 설마가능성 제로겠지만, 혹시 나도 모르는 사이에 강풍이 불어 카지노 쿠폰이 바람에 날려갔나 싶어 옆집, 앞집, 단지 입구, 집 근처 공원까지 찾아봤다. 어디에도 우리 집 호수가 적힌 하얀 카지노 쿠폰은 보이지가 않았다. 마침 옆집 부부가 차고 앞에 나와 있어서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더니, 옆집 아저씨가 쉐리프에 전화해 대신 도난 리포트를 해주었다. 따로 조사하러 나오지는 못하고, 주변을 잘 살펴보라는 이야기만 들었다고 전해주었다.
쉐리프에 신고하는 것 만으로는 마음이 놓이지 않아, 우리 집 바로 건너편에 살고 있는 HOA 커뮤니케이션 대표인 사라 아주머니에게도 이메일을 보냈다. 이메일을 보낸 지 십 분쯤 지났을까 사라 아주머니가 카지노 쿠폰이 어떻게 사라진 건지 직접 확인하러 우리 집 앞에 오셨다. 얼굴에는 당혹함이 서려있었고, 내가 “웰컴 몰래카메라는 아니죠??”라고 묻자, 사라 아주머니는 입술을 더욱 굳게 다물었다.
옆집 부부, 사라 아주머니와 한 시간 정도 집 앞에서 카지노 쿠폰 도난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고, 집에 돌아와 저녁을 하고 있는데 , 띵똥 하고 현관벨이 울렸다. 문을 열어보니, 사라 아주머니가 기쁜 표정으로 우리 집 카지노 쿠폰을 들고 활짝 웃으며 서 계셨다. 장을 보고 집에 들어오는 길에 단지 근처 길가에 내팽개쳐진 카지노 쿠폰을 발견했다고 가져다주신 것이다. 실종 반나절만에 카지노 쿠폰을 되찾았다.
옆집 아저씨에게서 장비를 빌려, 길가에 처참히 내팽겨졌다가 기적처럼 돌아온 ‘하얀 카지노 쿠폰'을 제자리에 다시 설치했다. 힘들게 나사를 조이며 설치하다 보니 더 괘씸하다.나사로 단단히 고정된 이 녀석을 떼어내려면 꽤나 계획적이고 고의성이 다분하다.
그런데 이유가 뭘까? 단순 카지노 쿠폰 분실 사건으로 치부한다면, 동네 틴에이저 아이들의 장난이거나 우편물을 노린 흔한 도난 범죄일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누군가 우리 가족을 탐탁지 않게 여긴 단지 내 사람의 소행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자, 괜히 몸과 마음이 움추러들었다.
아이들이랑 남편이 카지노 쿠폰 집 차고 앞에서 배드민턴을 쳤는데 소음이 거슬렸던 걸까? 남편의 깨방정 웃음소리가 너무 컸던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배드민턴을 쳤던 것 말고는 카지노 쿠폰가 특별한 잘못을 저지른 것 같지는 않은데…! 겨우 헨더슨빌에 정을 붙이려고 하는데 이런 일이 생겨서 정나미가 떨어진다.
그래도 그렇지 찌질한 분노를 애꿎은 카지노 쿠폰에 발산하다니!
혹시 모를 다음 사고를 대비해야 한다는 생각에, 다음 날 지역 쉐리프 사무실을 방문하기로 했다. 이번에는 직접 얼굴을 마주하고 리포트를 제출하며 눈도장을 찍었다. 쉐리프의 반응은 무척 사무적이었다. 밤낮으로 순찰을 늘리겠다는 말뿐이었다. 당장 할 수 있는 조치는 없다는 대답은 빈 껍데기처럼 허전하게 들렸다. 그냥 더 조심해서 몸을 사리고 다녀야겠네 라는 힘없는 결론을 내렸다.
해결책
한인타운으로 이사: 안 되겠다. 이곳에서 그나마 가깝고, 한인들이 많이 사는 애틀랜타로 이사 가는 게 마음도 몸도 더 편하고 안전할지도 모른다. 다만 어렵사리 집도 구하고, 가구도 이제 막 채웠는데, 막상 이삿짐을 다시 꾸리는 수고며, 게다가 집주인의 동의 여부까지 생각하니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였다. 결론은? 이사는 패스다.
방법 카메라 설치:
미국에서 카지노 쿠폰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정적이고, 이사라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현실적인 선택을 해야 했다. 우선 방범 카메라를 설치하기로 마음먹었다. 집주인과 비용을 반반씩 부담하기로 합의하고, 총 120달러를 들여 카메라 네 대를 준비했다. 프런트 도어와 백 야드 뒤편 데크에는 실물 카메라를, 차고 위와 뒤편 데크에는 가짜 카메라를 설치했다.
이웃들이 보란 듯이 천천히, 꼼꼼히 카메라를 설치하며 "카지노 쿠폰 집은 이제 철통방어 중입니다!"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 카메라가 모두 제자리를 잡은 뒤, 옆집 아저씨에게도 “이제 카지노 쿠폰 집은 안전해요!”하고 소식을 전했다. 작은 결정이었지만, 크게 마음이 놓이는 순간이었다. 아! 짧은 미국살이 중 별별 일을 겪어 본다.
위기는 기회로 :내편을 만들자! 옆집, 앞집과 더 친해져 내 울타리를 확장시켜야겠다.
카지노 쿠폰 실종 이후로 이웃들이 우리 집 카지노 쿠폰 앞에서 심각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보인다. 우리 집이 단지 내 중간이기도 하고, 옆집 아저씨가 이웃들과 사이가 좋은 신지 아저씨와 인사를 하며 스몰토크를 하다가 어느새 우리 집 카지노 쿠폰 앞에 모여서 수다의 장이 펼쳐진다. 아이를 데리러 나가는 길에 하이 인사를 하며 “오늘도 우리 집 카지노 쿠폰을 지켜봐 줘서 고마워”라고 말을 하니 껄껄 웃으며 너희 집 카지노 쿠폰의 안전을 위해 모두 기도하는 중이야 라며 농담을 건네주었다.
흠… 이웃들에게도 이 일이 보통 카지노 쿠폰이 아니었나 보다. 이웃들과 친해지라는 미션인가? 가족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그래야 할 듯하다.
이웃 탐색: 범인은 분명 가까이에 있다.
이번 카지노 쿠폰 실종 사건을 계기로 헨더슨빌이 ‘아시안에게 위험한 도시’라는 불길한 예감은 적중한 것 같다. 이것은 단순한 도난 사건이 아니다. 분명 ASIAN HATE(아시안 혐오 범죄)로 보인다.
KOREAN=ASIAN이라는 카지노 쿠폰의 정체성이 혐오의 대상이 되다니 공포스럽다. 설마 교과서에서 접했던 남부의 Red Neck들이 사는 지역에 헨더슨빌도 포함되는지 검색을 해보았다.
Hendersonville, NC는 일반적으로 "레드넥(Redneck)" 지역으로 간주되지는 않는다. 레드넥이라는 용어는 주로 미국 남부 및 중서부 지역에서 전통적인 농촌 문화, 노동 계층, 그리고 특정 정치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을 지칭하는 데 사용된다. Hendersonville은 남서부 노스캐롤라이나에 위치한 작은 도시로, 애팔래치아 산맥 근처에 자리 잡고 있으며 이 지역은 역사적으로 농업과 관련이 있긴 하지만, 최근 몇 년간 관광업과 은퇴자 커뮤니티로 많이 알려져 있다. 특히, 사과 축제와 같은 지역 축제가 열리고, 자연을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많아 전형적인 레드넥 지역의 이미지와는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다. (휴~다행이다)
게다가 Hendersonville은 Southern Hospitality를 느낄 수 있는 남부 도시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남부식 환대(Southern Hospitality)는 미국 남부 지역에서 흔히 경험할 수 있는 따뜻하고 친절한 문화를 말하며, 지역 주민들이 관광객이나 새로 이사 온 사람들을 환영하고 손님을 대접하는 데서 잘 드러난다.
그러나 Southern Hospitality라는 남부의 환대와 다정함도 백인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었을까? 백인 사회를 지탱하는 필수 노동력을 제공하는 히스패닉은 지역사회에서 받아들여진다지만, 아시아인은 다른 이야기다. 작고 찢어진 눈, 낮은 코, 불룩한 광대, 그리고 익숙하지 않은 언어. 이런 외모와 문화적 차이가 그들에게 거부감을 일으키는 이유일까? 환대를 기대한 적은 없지만, 이유 없는 혐오까지 받아야 할 이유는 없지 않나. 어쩌다 다문화 가족이 된 내가, 이런 환경에서 눈칫밥을 먹어야 하는 현실은 속상하고 서글프다. 한국에 돌아가면 다문화 친구들에게 힘이 되어줘야겠다.
뜬금없지만 문득 내가 지금 바이블 벨트 한가운데 살고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갑자기?!)
"죄는 미워하되 죄인은 사랑하라",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성경 구절을 떠올리며, 이웃을 더 깊이 알아가라는 뜻이겠거니 하고 스스로를 달래며 불안을 잠재워본다. 하지만 지금은 이웃 사랑보다도 범인의 정체를 밝혀내는 것이 우선이다. 그래야 두 발 뻗고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다.
이웃들 1. 빵 달인, 매튜 아저씨
옆집에 사시는 매튜 아저씨는 작년에 은퇴하신 후, 대부분의 시간을 집 주변의 나무와 꽃에 물을 주고 화단을 가꾸며 보내신다. 항상 차고에서 뭔가를 수리하고 계시기도 하다. 하루도 빠짐없이 아내인 간호사 제니퍼 아주머니가 병원 근무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두 분은 집 앞 공원에서 산책을 즐기신다. 이분들은 용의 선상에서 제외다. 우리가 이사 온 이후로 늘 갓 구운 초콜릿 브라우니, 쿠키, 바나나 브레드를 나눠주시고, 이탈리아 와플인 프렛즐도 구워주시며, 유용한 정보가 있으면 아낌없이 알려주셨으니까. 이번 사건에서도 누구보다 먼저 신고해 주셨고, "내 고향인 뉴욕에서는 이렇지 않을 텐데, 여긴 남부니까..."라며 말끝을 흐리시며 힌트를 주셨다.
이웃들 2, G.I Jane
모처럼 집에서 쉬고 있었는데 앞집 제인에게서 텍스트가 왔다.
제인 : Do you want to come on a short walk with me and Dolly around the neighborhood?
나 : Sounds great
제인 : Ok we will meet you out front.
카지노 쿠폰 집 대각선 건너편에 사는 제인의 둘째와 카지노 쿠폰 첫째가 같은 학교에 다니는 덕분에, 자연스럽게 제인과 알게 되었다. 아이들이 제인의 집에서 자주 놀기도 하고, 봄부터는 두 아이가 같은 축구팀에서 활동하게 되어 주말마다 함께 축구 경기를 응원하며 더욱 가까워졌다. 미 공군 출신인 제인은 호탕한 웃음소리가 매력적이다. 카지노 쿠폰 둘 다 아들 둘을 키우고 있어서 대화도 잘 통하고, 씩씩한 제인과 함께 있으면 항상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Thought you might be on the couch. Wanna go for a walk? “
너 소파에서 뒹굴고 있을 것 같아서 연락했어. 걸을래?
“ready to walk?”
“want to walk?”
"short walk?"
간단명료하고 유쾌한 그녀의 텍스트를 읽으면 이유 없이 웃음이 나온다.
이웃들 3, 4 일렌과 베스
어느 날 제인과, 강아지 달리와 산책을 하며 단지 두 바퀴를 돌다가 이웃들을 만났다. 제인은 이웃들에게 날 소개해줬다. 일렌과 베스. 특히 일렌은 지금 넷플릭스 드라마 우영우를 보고 있어서 나에게 한국과 드라마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다. 주인공 우영우를 떠올리며 그녀의 머리 스타일도 예쁘고, 마음이 천사고, 주인공의 모든 것에 감동을 받으신 것 같다. 삼각형, 동그라니, 네모처럼 생긴 귀여운 글자들, 아름다운 제주도, 그리고 화려한 서울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흥미로워했다. 또 변호사 우영우가 자주 먹는 김밥을 분명하게 세 번이나 발음해 보더니 스시와는 어떻게 다른 맛인지 눈을 반짝였다. 김밥을 한 번 먹어보고 싶다는 그녀에게 조만간 꼭 만들어주겠노라고 약속을 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이사 온 베스는 비빔밥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무지갯빛처럼 알록달록한 비빔밥!" 그녀는 그 색감과 맛을 떠올리며, 자신이 비빔밥을 먹어 본 경험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정말 건강한 음식이야!"라며 비빔밥의 매력을 열심히 설명하더니, 주변 사람들에게도 꼭 한번 먹어보라고 권했다. 그러면서 Flecher에 있는 한국 레스토랑 Stone Bowl을 언급하며, 기회가 되면 꼭 가보라고 추천하셨다. 헤어지면서 두 분 모두 나에게 이웃이 된 것을 환영한다고 말씀해 주시니 뭉클해졌다. 카지노 쿠폰 실종 사건으로 이웃 모두가 우리를 환영하지 않는구나 생각하고 있던 차에 Welcome이라는 단어를 들으니주책없이 눈물이 쏟아질 뻔.
제인 덕분에 처음으로 모르는 이웃들과 인사를 나누며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하니 긴장된 마음이 누그러졌다. 카지노 쿠폰 때문에 이사를 할까 했는데 또 안면을 트고 대화를 나누니 이곳이 무시무시한 곳은 아니구나 싶다. 그런데 범인은 과연 누구일까? 적어도 확실한 건, 그 사람이 제인도 일렌도 베스도 아닌 것 같다.
이웃들 5. 벨라
앞집 Jane에게 또 텍스트가 왔다.
“Want to walk or too cold and windy?"
추워서 안 나갈까 하다가 바람 쐬러 나가기로 결정!
오늘은 조금 걷다가 아침에 공원 산책을 할 때 안면이 있었던 벨라 아주머니를 만났다. 이곳에 사시는 줄 몰랐는데 카지노 쿠폰가 이웃사촌이었다니. 세상 참 좁네.
제인이 먼저 벨라 아주머니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며칠 전 벨라 아주머니가 전체 이웃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언급한 사라 아주머니의 근황에 대해서 물었다. 건강 상태가 급격하게 나빠진 사라 아주머니의 소식을 듣고, 벨라 아주머니 부부는 미시시피에 사는 여동생 집에 머물고 있는 사라 아주머니를 방문했고 한다.
굿 뉴스는 사라 아주머니는 여동생 가족과 따뜻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그녀가 외롭지 않게 조카들, 여동생에 둘러싸여 있어서 다행이라고 했고, 배드 뉴스는 안타깝게도 대장암이 악화되어 곧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길 예정이라고 한다. 사라’의 시간이 사실 not long 하다고 말하고 그녀의 눈은 순식간에 눈물로 가득 찼다.이사 온 후 처음으로 우리 가족을 따뜻하게 맞아주셨던 사라 아주머니……카지노 쿠폰도 찾아주셨고... 아직 젊으신데... 기적이 일어나 그녀가 조금 더 오래 사시길 바라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그녀에게 이메일이라도 보내야겠다.
벨라 아주머니도, 사라 아주머니도 범인일 리가 없다. 함께 나온 강아지 달리가 우리의 대화를 이해하는지 갑자기 얌전해졌다. 똑똑한 녀석, 다 알고 있는 게 분명하다. 새로 산 보랏빛 반짝이 옷이 하얀 털에 더욱 돋보인다. 종종 걸어야겠다. 꽁했던 마음이 시원해졌다.
이웃들 6. 사라 아주머니의 메모리얼 데이
짧은 만남이었지만, 사라 아주머니가 우리 집 가까이에 계셔서 든든했다. 우리가 이사 온 것을 가장 먼저 알아봐 주시고, 남편이 위중한 상황에서도 따뜻하게 인사해 주셨으며, 잃어버린 카지노 쿠폰도 찾아주셨다. 특별한 날이면 생각나곤 했는데, 거짓말처럼 이제 그녀는 없다. 누군가의 죽음이 마치 여행을 떠나는 것처럼 느껴진다. 다시 돌아올 것만 같은데... 그녀에게 고맙다는 인사도 전하지 못했는데.
사라 아주머니의 장례식을 조용히 치르고, HOA 커뮤니케이션에서 그녀의 여동생이 사라 아주머니의 집에서 그녀를 기억하는 메모리얼 파티를 마련했으니, 시간이 되는 동네 이웃들은 참석하라는 이메일을 보내왔다.
영화에서 봤던 것처럼, 사라 아주머니의 메모리얼 데이는 너무 슬프지도 않았고, 그녀와의 좋은 기억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였다. 그동안 고마움의 의미로 사라 아주머니께 꼭 꽃다발을 드리고 싶었는데, 난 꽃 화분을 사 들고 그녀의 집을 방문했다. 다과와 술, 음료수가 준비되어 있었고, 동네 이웃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그녀의 사진을 들여다봤다. 고인이 된 그녀의 남편도, 하늘나라에 간 그녀의 아버지도, 젊은 그녀도 환하게 웃고 있다. 이웃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있는 메모리얼 데이에서, 범인 탐색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동네 사람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카지노 쿠폰는 영원히 살 것처럼 수많은 고민을 등에 짊어지고 살아가지만, 언제 불쑥 하늘로 여행을 떠날지 누구도 알 수 없다. 그러니 미래에 살지 말고, 현재를 살아야 한다. 사랑하고, 감사하며, 바로 오늘, 여기서 최선을 다하는 것. 지금 이 순간들이 하나하나 모여 카지노 쿠폰의 삶을 빚어내기 때문이다.
사라 아주머니는 자신의 메모리얼 데이에 낯선 이방인을 이웃들에게 인사시키고 사람들과 연결해 주고 하늘로 떠나셨다. 당신에게 고마웠습니다. 편히 쉬세요.
이웃들 8, 9, 10. 동네 지킴이 호크 아저씨, 티비를 좋아하시는 에릭 할아버지 그리고 사차원 아가씨 티나. 모두 카지노 쿠폰 사건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3주 여정으로 헨더슨빌을 다니려 왔던 시어머니와 시누언니가 귀국하는 날 애틀랜타 공항에 바래다주고, 애틀랜타 메가마트에서 장을 보고, 아씨 마트 옆의 한식당에서 맛있는 고등어구이와 순두부를 먹고, 한국 커피까지 마시니 다시 헨더슨빌로 돌아가도 괜찮을 것은 생각이 들었다.
영어 공부를 하러 다니고 있는 블루리지 커뮤니티 칼리지의 인터내셔널 푸드 파티에 참석하고, 주말이 되어 남편 지인 가족이 놀러 오고, 이스터에 에그헌팅을 하느라 교회에 갔고, 유쾌한 드라이브 스루 이스터 헌트도 경험하고, 이스터데이에 캠프 카누가에서 멋진 점심을 먹고 잔잔한 호수를 보고 있으니 마음이 평화로워졌다. 아기자기한 여러 이벤트가 내 걱정과 근심을 쏙 빼놓는 건지 공포로 요동쳤던 마음이 안정이 되었다.
봄이 되니 눈을 돌리는 어디든 이뻐졌다. 날이 화창한 어느 날 시인 칼 샌드버그 홈이 있는 글래시 마운틴으로 하이킹을 갔다. 산 정상의 납작 바위에 몸을 큰 대자로 누워서 보는 파란 하늘과 구름이 나를 다정하게 내려다보고 있는 것 같다. 한번 더 용기를 내보자.
집에 돌아가는 길에 영어 튜터가 매칭되었다는 연락을 받았고 다음 주 화요일부터 영어 수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주말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헨더슨빌 옆동네인 Breavard에 나들이를 갔다. 울창한 국립 산림원이 있는 Pisgah mountain 일대는 드라이브하는 것만으로도 눈이 맑아지고 코가 뻥 뚫린다. 드라이브 중간에 glassy fall 주변에 많은 차량들과 사람들이 모여있길래 카지노 쿠폰도 근처에 주차를 하고 차에서 내렸다.
미국 사람들은 폭포를 참 좋아한다. 나도 폭포를 매우 좋아하는 여느 미국인들처럼 폭포 앞에서 사진을 찍어보았다. 폭포 소리를 들으니 시원하긴 하다. 활짝 웃고 있는 사진이 매우 마음에 든다. 억지로 웃는 게 아니고 저절로 웃음이 나온 미소라서 더욱.
두려움에 떨던 한 달이 순식간에 지나고, 카지노 쿠폰 사건은 어느새 기억 저편으로 사라졌다. 아이들의 학교, 교회, 그리고 영어 공부를 통해 사람들과 연결되면서 소속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나를 알아보고 인사해 주는 손짓과 말들이 이곳이 안전하다는 확신을 주었다. 4월이 되자 아이들의 축구 시즌이 시작되어, 그들을 따라다니느라 걱정할 틈도 없이 시간이 흘러갔다.
결국 범인은 찾지 못했다. 카지노 쿠폰 실종 사건은 나를 불안에 빠뜨려, 아이들에게 사소한 일로 화를 내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 사건은 겁쟁이인 나를 용감하게, 적극적인 성격으로 살짝 변신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원래 일이 복잡해지거나 어려워지면 재빨리 외면하거나 합리화를 했지만, 이번에는 처음으로 해결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비록 뾰족한 수는 나오지 않았지만, 한 달 전에 비해 난 겁을 상실한 것 같다. 좋은 의미의 상실이다.
헨더슨빌은 어디를 가든 부드러운 초록으로 가득해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삶은 결코 쉽지 않다. 그렇다고 이곳에서의 생활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힘든 것도 아니다.
버텨보자! 시간이 해결해 주는 일들이 있다.
이웃들을 알아가며 범인을 찾으려 할수록 더욱 혼란스럽다. 그들의 선한 웃음과 다정한 몸짓이 거짓말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만약 옆집 아저씨가 범인이라면?' 또는 '제인의 십 대 아들이 범인일까?'라는 생각을 했던 것이 미안해졌다. 꼼꼼쟁이 남편이 며칠 출장을 갔다. 이웃과 안면을 트자 이제 더 이상 공포심이 생기지 않았다. 너무 안심이 된 나머지, 심지어 차고 문을 활짝 열고 잤는데도 아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다.
“헨더슨빌은안전지대”라는 결론을 내리고 카지노 쿠폰 실종사건은 미제로 남겨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