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일 없이 평범한 하루가 주는 기적.
2025년.
해가 바뀌고 많은 변화가 있었다. 더 이상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지 않게 되었고, 어느샌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원래 좋아하는 기획 일도 슬며시 시작했다.
내가 사람들을 모아 프로젝트를 하기도, 반대로 1년 넘게 벼루던 글쓰기 모임도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어쩌다 나는 잼머이자 편집자이자 매니저가 되었다.
‘당신은 나를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게 해요 (You make me want to be a better man.)’라는 애정하는 영화 대사처럼, 나는 다른 사람에게서 좋은 영감을 받고 나 역시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내가 감정적으로 좋지 않은 상태일 때는 사람들을 만나는 걸 기피한다. 가족과도 갈등이 생기면 터널 속에 들어가 혼자만의 회복 시간이 필요할 정도로. 그런 나라 지난 7개월 간 지인과의 만남이나 연락을 피했는데, 언제부턴가 다시 별일 없는 안부를 묻는다거나 급작스러운 추진력 발사 등 어느 정도 원래의 내 모습으로 돌아온 걸 느꼈다. 원래 그랬듯 내 일상은 다시 시트콤의 연속이었고 그러면서 드문드문 브런치의 글감도 생겼다.
그런데 도무지 쓸 시간이 없었다. 물론 책 읽을 시간이 없다는 것, 글 쓸 시간이 없다는 것, 만날 시간이 없단 말들. 어쩌면 핑계처럼 들리는 말이다. 그러나 자영업 하면서 아이를 키우는 현생의 엄마들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지난해부터 10 to 7으로 가게를 운영하고, 그 사이 4시 반에 어린이집에서 오는 아이와 함께 두세 시간은 육아와 일을 병행하고, 퇴근하고 집에 오면 정신없이 휘몰아치는 이름 그대로 육아전투. 잘 먹고 잘 놀고 잘 씻고 잘 자는 아기라면 수월할 그 시간. 잘 노는 것 외엔 어느 것 하나 쉬이 하는 법 없는 아이라 나에겐 돈 버는 일보다 훨씬 더 고된 과제의 연속이다.
이유식을 막 시작하던 신생아 때부터 예민한 미각에 툭하면 뱉던 아이는 어린이집 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뱉는 병은 많이 나아졌지만, 대신 한입 입에 넣었다 하면 무려 10분간을 씹는다. 재촉해도 서두르는 법 없이 자신의 페이스대로만 먹는다. 어린이집 가기 전 아침 전쟁 같은 등원시간에도 간단한 빵, 스프, 과일, 스크램블 같은 아주 간단한 메뉴임에도 30분 이상 먹는다. 밥 먹는 시간이 끼니마다 1시간씩 걸린다. 그마저도 아무리 불러도 식탁으로 먼저 오는 법이 없다. 아무래도 “노는 게 제일 좋아”는 뽀로로가 아니라 우리 아이 주제곡인 것 같다.
그리고 촉각 역시 감각이 뛰어나 입고 있던 옷을 벗는 일도, 차고 있는 기저귀를 벗는 것도 너무나 싫어한다. 심심찮게 변기에 대소변은 누지만 기저귀는 자기 몸에서 떼어내길 싫어하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 그토록 예민하면서 기저귀에 눈 응가는 대체 왜!(강조) 한두 시간씩 안 씻고 달고 다니는지 전문가에게 물어보고 싶은 심정이다.
그리고 잠. 이건 뭐… 시기마다 적정 평균 수면에서 한참 못 미치는 수면시간. 36개월인 지금까지 낮잠 잘 때마다 단 한 번도 먼저 침대로 자러 간 적도, 누워서 잔 적도 없다. 두 돌 때까지는 나에게 안겨서만 잤고 극심했던 카시트 거부가 겨우 좀 나아지고 나서는 차를 태워야지만 간신히 잠드는 아이다. 밤잠 역시 전문가들이 말하는 수면패턴(따뜻한 목욕-양치-전체소등-책 읽기-자장가)을 모두 지키지만 잠들긴커녕 침실에서 먼저 지쳐 잠든 엄마 아빠를 깨워가면서 짧으면 한 시간 길면 두 시간 반이 지나야 겨우 기절하듯 잠드는 아이다. 워낙 자극을 잘 받아 어떠한 자극도 주지 않으려 나는 한두 시간을 시체처럼 누워있는데 그 시간은 나에게 한결 같이 ‘침대감옥’ 같다. 잠에 있어서는 양가 부모님조차 인정한 정말이지 징한 아이.
성장해갈수록 에너지 발산이 더 커지면서 잠에 드는 시간도 8시-9시-10시반-11시 점점 늦어져가더니,
최근 막 4살이 되고부터는 자정이 다되어야 간신히 잠에 든다. 늘 “제발 좀 먹자!!! 좀 씻으러가ㅓ자!!!!! 제발 좀 자자!!!!!!!!!” 뭐 하나 쉬운 일 없이 온라인 카지노 게임와 기싸움하거나 실랑이의 연속이니 육퇴한 시간이 되고 나면 기절하듯이 잠에 들기 일쑤다.
그렇게 한 두 달을 보내다 보니 최근에 우울증을 극복하고 난 후 수면 위로 올라와 취미활동도, 기획 일도, 여러 하고잡이 욕구는 생겨났지만 물리적인 시간도, 마음의 여유도, 쓸 에너지도 아무것도 뒤따라주지 않았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 대한 분노와 원망이 절정에 달하던 상황이었다.
토요일도 여느 날처럼 실랑이 중이었다. 저녁을 먹은 후 씻자고 해도 들은 채 만채하고 새로 사준 옥토넛탐험대 퍼즐 8판을(1판에 60피스가 넘으니 무려 500조각이 넘는) 거실에 온통 뒤집어 쏟아 다 뒤엉켜 섞여 있는 걸 보자마자 화가 치밀었다.
엄마를 왜 자꾸 힘들게 해!?“
하며 모진 말을 쏟아내자,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입을 삐죽 내밀더니 자동차 장난감을 던졌다. 요즘 종종 장난끼가 발휘되거나 심통이 나면 장난감을 던지는 일이 있었다. 의도한 건 아니었으나 마침 던진 자동차가 내 손등을 때려 몹시 아팠다. 이성의 끈을 놓아버린 순간.
“엄마가 장난감 던지는 거 나쁜 거라 했지! 네가 던지면 장난감들이 아프겠어 안 아프겠어? 장난감 맞은 엄마는 어떻고!”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장난감으로 엉덩이를 때려버렸다. 아픔을 참아내는 아이를 보고 아차 싶었다.
그러고 얼마 뒤, 씻지 않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뒤로 하고 저녁 먹은 걸 먼저 정리하고 설거지를 하려던 참이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씻자는 아빠와 논쟁을 벌이다가 옷방 깊숙이 숨겨놓은 새 장난감 상자를 발견하였고. 가지고 와 열어달라 하던 참이었다. 아빠는 뜯어서 건전지를 넣고 있던 그때,
“아악!!!!!! 으앙”
하며 자지러지게 우는 소리가 들렸다. 영문을 모르는 나는 무슨 상황이 벌어진 건지 물어보는데 바로 옆에 있던 남편도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한쪽 눈을 부여잡고 거세게 울었다. 양쪽 어깨에 맞는 주사 두방에도 눈물 한 방울 안 흘릴 정도로 통증도 잘 참고 어지간해서 잘 울지 않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이렇게까지 운다니, 뭔가 단단히 사달이 난 거다. 주변을 살펴보니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가지고 온 장난감 상자의 투명한 창 부분 가운데가 깨져 있었다. 얇은 ohp 필름 소재지만 깨지니 아주 날카로운 유리조각 같았고, 그 날카로운 부분이 눈을 찌른 것이다. 얼마나 아픈지 물어도 대답 없는 울음뿐, 다친 곳을 살펴보려 해도 눈을 가리고 절대 안 보여준다. 심상치 않은 상황에 남편에게 말했다.
“응급실 가자.”
남편은 별일 아닐 거라며 덤덤하게 말했다. 그런 그가 야속한 순간이었다. 아이는 계속해서 눈을 부여잡고 자지러지게 울었고 우리는 십여분 거리에 있는 지역 유일한 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도착해 아이를 안고 뛰어들어가 자초지종을 설명했더니,
“네?! 눈 안을 찔린 거라고요? “
자기들은 해줄 수 없으니 안과전문의가 있는 대학병원으로 가라고 손사래를 쳤다. 일단 눈 상태를 봐주기만이라도 할 수 없겠느냐는 부탁에도 단호히 거절했다. 아무래도 눈은 육안으로만 판단하기 쉽지 않고 치료도 어려우니 그럴 만도 했다.
가장 가까운 도시인 진주 경상대 병원으로 향했다. 그러면서 안과 진료를 받을 수 있는지 검색하고 또 했다. 문득, ‘아 119에 문의해야겠다!’라는 생각이 스치며 당장 남편에게 119에 전화해 보라 했다. 119에 전화했더니 상황실에서 경남 119 센터로, 또 센터에서 병원이랑 연결되어 있는 부서로 전화를 몇차례 전화를 돌려주었다.
결론은, 주말에 안과전문의가 근무하는 병원이 경남이나, 대구나 부산이나 모두 없다는 것이었다. 그나마 가까운 곳이 한 시간 반 거리의 창원이나 진해인데 거기도 저녁 9시인 이 시간에는 진료시간이 종료된 터라 내일 아침까지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했다.처음엔 남편도 나도 모두 다음날이 출근안하는 주말이라 다행이라 생각했는데, 응급진료를 못 받는다 하니 왜 하필 주말에 이런 일이 생겨서.. 양가적인 감정이 들었다.
그럼 일단
1. 가까운 다른 도시이자
2. 친정집이 있는 곳이자
3. 대학병원이 많은
대구로 가기로 결정하고
함양에서 진주를 가던 중 산청ic에서 다시 차를 돌려 대구로 향하기 시작했다. 응급실에서 혹시 받아주지 않더라도, 다음날인 일요일 아침에 진료를 보는 전문병원이 있으니 친정집에서 자고 오픈런을 할 계획이었다.
그리고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대구와 부산에 각각 계신 친정엄마와 시어머니 두 분께 상황을 알렸다. 그사이 울다 지친 아이는 잠이 들었다. 품에서 고이 잠이 든 아이를 내려다보는데 이 어리고 작고 연약한 존재에게 왜 그리도 무섭게 몰아세우고 높은 잣대를 기울였나 싶고. 문득 3년 전 1월 1일 오후 3시 9분,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태어난 순간 처음 품에 안아 들었을 때 스쳤던 그 생각이 다시금 들었다.
‘아파도 내가 아프고
죽어도 내가 대신 죽을게
넌 내내 건강만 해라.’
늦은 밤 차 안엔 끊임없이 걸고 또 거는 전화와,
그 전화 끝엔 무거운 공기만 가득했다.
1분이 1년처럼 느껴지던 시간. 한 시간 반을 달려 마침내 도착한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응급실. 너무나 곤히 잘 잠든 아기라 남편이 먼저 들어가고 이후에 안고서 들어갔다. 아이는 잠에서 깨서 눈을 꿈뻑꿈뻑하고 있었다. 눈에 보이는 혈흔이 없다는 것, 잠에서 깨어나서 통증에 다시 울지 않는다는 것. 이 두 사실만으로도 일단 안도를 했다. 한참 눈을 살피던 교수님도 컨디션이 나 빠보이지 않는 아이를 보고 항생제와 소염제를 줄 테니 우선 이 밤 잘 지켜보고 내일 안과에 가서 정밀검사를 해보라 하셨다.
어느새 병원에 적응해서 침대에서 웃음을 보이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보고 확실히 마음이 놓였다. “아빠가 주스 사줄게.” 라며 남편은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고르는 주스도 사주었다.
친정식구들에게 알리고 친정집으로 갔다. 그때가 밤 11시 반. 모두 한달음에 나와 손주를, 조카를 안고 살폈다. 언제 울었고 언제 아팠냐는 듯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좋아하는 할미집에서 그러고 한 시간을 뛰어놀았다. 또다시 안 자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 나는 힘은 들었지만, 이렇게 웃음을 다시 볼 수 있다는 사실에 그것만으로 어디랴.
다음날 우리는 안과로 향했다. 마침 친정집에서 차로 멀지 않은 곳에 일요일 아침 9시에 문을 여는 안과 전문 병원이 있었다. 주말이고, 안과라는 다소 비인기(?) 분야니만큼 크게 환자가 없을 거라 생각한 우리는 아뿔싸. 로비에 들어서는데 접수를 기다리는 열댓 명의 사람을 보자 눈으로 아픈 사람들이 이렇게 많구나 했다. 한참을 기다려 마침내 진료실로 들어갔다. 안과전문의가 총 20명이나 있는 대형 안과이지만 주말이라 소아전문의도 부재하고 단 한 명의 의사만 진료 중이었다. 그러나 지금 찬물 더운물을 가릴 처지인가. 혹시 들어갔을지 모를 조각이나
각막의 손상 확인이 시급했다. 정밀검사 끝에 각막 이상 무 진단을 받았다. 마음이 온전히 놓였다.
쾌차 기념으로(?) 삼촌은 조카가 좋아하는 딸기케이크를 사놓고 기다리고 있다 했고, 병원에 오느라 아침을 거른 우리는 오랜만에 나의 소울푸드 가운데 하나인 콩국을 먹고 가기로 했다.
‘제일콩국’.
부모님 따라 아주 허름한 주유소 옆 낡은 식당에서부터 좋아했던 이곳은 언젠가 건물을 크게 이전하더니, 몇 해 전 런닝맨에서 유재석이 다녀가면서 나만이 알고 싶던 곳에서 이제는 타지 사람들까지 줄을 서서 먹는 인기맛집이 되었다. 아무튼 30년이 넘게 단골이던 이곳을 3살이 된 나의 아기랑 처음 오니 감회가 새로웠다. 입맛 까다로운 온라인 카지노 게임도 처음엔 낯선 찹쌀을 먹어보지도 않은 채 다 덜어내고 거부하더니 한입 먹고는 미소를 머금으며 아주 맛있게 먹었다.
친정집에 가니 어젯밤 들어설 때 마주한 할비할미는 염려 가득한 표정이었는데, (미리 검사결과를 전화로 말한 이후라) 어제의 표정은 온데간데없고 화색이 돌며 맞이했다.
이번 일로 너무나 당연하지만 잊고 있었던 몇 가지를 다시 되새겼다. 첫 번째는 역시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는 가족만한 울타리가 없다는 것. 이 일이 있고 나만큼 전전긍긍하지 않는 남편이 처음엔 야속했지만 그는 언제나 늘 그랬듯 묵묵하게 일을 해결해 나갔다. 친정식구들은 내가 놓친 다른 병원 응급실이나 건너 안과의사 지인들에게 수차례 통화하며 도움을 주었다. 멀리 계신 어머니도 같이 걱정해 주시며 조언을 주셨다. 남편은 군 복무를 하던 시절, 손가락 하나가 잘리는 사고가 있었는데 그때 소식을 들은 어머니가 400km가 넘는 부산에서 인제까지 쉬지 않고 한달음에 운전해 가셔서 남편을 데리고 다시 대구로 내려가 응급수술을 시키셨다. 그때 어머니의 마음이 어땠을까 생각하니 눈물이 차올랐다.
두 번째는 아이는 잘 안 아프고 건강하게 크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단 것, (워낙 신생아 때부터 지금껏 줄곧 잘 안 먹고 잘 안 씻고 잘 안 자는 것으로 괴롭힌 것 외엔 다치는 일이나 병치레도 없던 아이였다.) 한동안 잘 먹지 않고, 잘 씻지 않고, 잘 자지 않는 아이에게 분노가 생겼다. 너란 작은 존재가 가져온 변화들이 원망스럽기도 했다. 휴무날이면 내가 좋아하는 산으로 들로 바다로 나가고 마음껏 사람들을 만나며 에너지를 얻고, 또 멀티가 안돼서 한 가지 일을 할 때 온전히 쏟아내어야 하는 나인만큼 일을 할 때 집중해서 장시간 하고 싶은데 아이가 하원하는 4시부터는 일도, 육아도 그 어떤 것도 잘 되지가 않았다.
그렇게 지쳐가고 있던 중 주말의 이슈로 문득 ‘평범한 일상이야말로 기적이다.‘ 는 생각이 들었다. 김난도작가가 쓴 2025 트렌드코리아에서 이번 2025년을 대표하는 10가지 키워드로 ’아보하‘를 제시했다.
알로하? 같기도 한 아보하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행복을 찾는 ‘아주 보통의 하루‘의 줄임말. 아보하가 묵묵히 이어지는 게 어쩌면 완벽한 인생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등원과 하원 그 사이 잠시 앉아 못다 쓴 브런치 글을 적어 내려가본다. 오늘도 나의, 모두의 아보하를 소망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