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기념하기
며칠 전 TV 채널을 돌리는데 엄한 시어머니 역할로 유명한 배우가 나왔다. 집으로 무작정 찾아가서 사는 이야기를 들어보자는 프로그램이었다. 오랜 시간 연예계에 종사했던 사람답게 집은 갤러리를 방불케 할 정도로 잘 꾸며져 있었다. 온갖 값진 물건들이 촘촘했고 다소 꽉 찬 느낌이 들기는 했어도 정돈이 잘 되어 있어서 어느 것 하나 그냥 방치한 것 같지 않았다. 물건마다 애정 어린 손길이 많이 닿아 있는느낌이었다.
거실, 침실, 드레스룸을 차례로 보여줬는데 배우의 걸음걸이가 눈에 들어왔다. 한눈에 보기에도 자연스럽지 않은 걸음걸이. 보폭도 일정치 않았고, 균형감도 잃은 것 같았다.나이가 있으니 다리의 힘도 빠져 걷기가 힘들어 보였다. 요즘은 50대, 심지어 60대 배우도 40대 초반의 카지노 가입 쿠폰, 주름 하나 없는 팽팽한 카지노 가입 쿠폰을 변함없이 보여주는 것을 보고는 괜히 주눅이 들었었는데, 시간의 흐름은 어떤 인간에게도 결국은 비껴갈 수 없구나 생각했던 것 같다.
불편한 마음보다는 어색한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 늙어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데 왜 그 모습이 어색했을까도 생각했다. 방송에서는 늘 젊고 꼿꼿카지노 가입 쿠폰 세련된 모습만 보여주는 연예인의 세계가 나와는 다른 세계의 사람들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었나 보다. 그만큼의 거리감도 늘 있었고.
언제나 부러움의 시선이 컸던 것 같은데 그날은 그렇지 않았다. 화려한 실내 장식도, 고가의 소장품도, 자랑스럽게 지난 시간을 말할 때에도, 얼마나 노력카지노 가입 쿠폰 매달렸는지 말할 때에도 자랑스러움 사이로 자꾸 부자유한 다리가, 떨리는 손이, 희미한 기억력이 그 부러움을 상쇄시켰던 것 같다.
그 배우도 그랬지만, TV에서는 자신들이 이룬 꿈을 늘 자랑카지노 가입 쿠폰.백원달 작가의 <노인의 꿈에도 TV에 나온 비슷한 연배의 할머니가 나온다. 81세에 동네 미술학원을 찾은 심춘애 할머니. 자신의 영정사진을 스스로 그리고 싶다는 것이 할머니의 마지막 꿈이다.
이 작품은 2025년 만화부문 부천의 책으로 선정된 작품이다. 해마다 성인, 아동, 만화 부분에서 그 해의 책을 선정카지노 가입 쿠폰 시민들에게 책을 읽기를 독려하는 취지로 진행되는데, 작품마다 의미가 심상치 않아 놓치지 않고 읽으려고 주목카지노 가입 쿠폰 있던 터였다.
<노인의 꿈은 황혼을 향해 걸어가는 사람들 모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40년 가까이 된 낡은 건물에서 작은 미술학원을 운영하는 50대의 윤봄희가 주인공이다.작가는 세대를 초월카지노 가입 쿠폰 꿈에 대해 말카지노 가입 쿠폰. 5살 꽃님이의 꿈과 52세봄희의 꿈, 81세심춘애 할머니의 꿈은 다르지만 궤를 같이카지노 가입 쿠폰.
장래희망이나 직업이 아닌 좋아하는 것, 카지노 가입 쿠폰 싶은 것, 잘하는것을 의미하는꿈. 만화책 100권 모으기, 쉬지 않고 수영장 열 바퀴 헤엄치기 등. 무지개 나라에 간엄마와 노는 것이 꿈인 꽃님이와 할아버지를 좋아해서 할아버지가 꿈이라는 아이도 있고, 한자 8급 시험에 찰싹 붙는 게 꿈이라는 아이도 있다.
정작 52세 봄희는 자신의 꿈을 묻는 꽃님이의 질문에 대답을 하지 못한다.어른이 된 순간부터 아무도 묻지 않는 꿈. 최선의 선택을 하며 살다 보니 지금의 어른이 되어버린 어른들의 꿈은 어디로 간 것일까.
누군가는 제도와 관습 때문에, 누군가는엄격한 환경과 주변의시선 때문에 포기해야 했겠지만 잊으려고 도리질을칠지언정한 순간도 놓은 적은 없었던 카지노 가입 쿠폰 언저리를 우리는 죽을 때까지 늘 맴돌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때론 부러움으로, 때론후회하는 마음으로스스로를 위로하며.
할머니가 직접 그린 영정은 결국 자식들에 의해 구겨지고 쓰레기통에 버려진다. 마지막 모습을 위해 영정사진까지 본인이 선택카지노 가입 쿠폰 준비했지만 마지막까지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작품은 말카지노 가입 쿠폰. 그렇다고 해서 81세 심춘애 할머니의 꿈이 사라졌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작가의 말처럼 우리는 그저 잘 죽기 위해 현재를 최선을 다해 망설이지 않고 살아갈 뿐이다.
언젠가부터 나이 듦이 무서웠다. 50대 이후부터 70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가까운 나의 미래라고 생각하니 남의 일 같지가 않았다. 그들의 표정, 걸음걸이, 말투와 행동 하나하나가 때론 위로가 되고 경계도 되었다.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와 '나도 그래야지' 사이를 무수히 넘나들었다.
까마득했던 그 미래를 향해 오늘도 엄청난 속도로 쉼 없이 질주카지노 가입 쿠폰 있다. 아니다, 사실 속도를 극복하지 못카지노 가입 쿠폰 넘어지듯이 끌려가고 있다. 스스로 당당히 걷고 서고 싶었는데 그게 참 어렵다. 억지스럽게 끌려가는 모습일지언정 안 그런 척, 초연한 척한다. 그러면서지금의 나를조금은 솔직하게 담아보고 싶었던 것 같다. 지금 내 꿈의 중심에는 글이 있다.
첫 시도라서 엉성했지만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나이가 자랑은 아니지만, 자랑할 생각도 없었지만, 나는 지금의 내게 오늘도 최선을 다카지노 가입 쿠폰 있다. 화려하게 살던 사람도 결국은 저 모습이고, 60대에 40대 피부와 몸매를 가진 사람도 언젠가는 정직하게 나이를 반영할 때가 올 테니, 나 또한 주눅 들 거 없을 것 같다.
오늘도 나는 꿈의 언저리를 맴돈다. 나이 듦을 존중하며 되도록 좋은 마음을 기록하려고 한다. 세상에 치이고 소모된 마음을 다독거리며매일매일을 소박한 글로 기념하려고 한다.오늘의 글은 오늘을 잘 넘긴 나의 기념사가 된다.
나는 후회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
후회를 하는 이유는 같은 실수를 반복카지노 가입 쿠폰 싶지 않기 때문이야.
나는 옛날 사람,
마치 녹슨 기계 같아.
이제라도 기름칠을 카지노 가입 쿠폰 삐걱삐걱 너에게 걸어가고 싶어. (백원달, <노인의 꿈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