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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Apr 30. 2024

어제의 카지노 게임보다 오늘의 카지노 게임이 9

203

카지노 게임

203.


마른번개가 며칠 동안 이렇게 꾸준하게 내리친 적은 없었네. 마른번개가 잦아지고 해무도 이렇게 짙어져 버렸어. 꼭 무슨 일이 일어날 것처럼 말이네. 자연은 인간들이 자신들의 영역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바라지 않지. 인간들은 그 사실을 잘 모르는 거 같네. 나 역시 잘 모르지만 말일세. 사실 사람들은 마른번개가 친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있네. 믿지 못할 사실이지만 사람들은 지금 저 멀리서 내리치는 마른번개를 보지 못하네. 아니, 인식하지 못해. 신경 쓰지 않지. 왜 그럴까? 뉴스에도 나오지 않고 일기예보에도 보도되지 않지. 어째서 그럴까?


송림 속의 소나무들은 자신들이 이곳의 주인이라는 것을 뽐내듯 도도한 자태를 자랑하며 해무를 한껏 빨아들여 수줍게 젖어 있었다. 숲은 장군이 주인의 말에 귀 기울이고 있었다. 장군이의 주인은 걸으면서 땀을 닦았다. 숨이 차오르는 모양이었다.


“며칠 전 장군이가 카지노 게임을 향해 한참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나는 카페 안에서 목격했네. 장군이가 다른 개들과 다르다는 걸 알아서 그런지 장군이가 저 먼 카지노 게임을 바라보며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도대체 장군이는 어디를 그렇게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나는 카페의 뒷문으로 나가서 장군이에게 다가갔네. 장군이는 주인인 나를 보며 반갑다고 꼬리를 흔들었고 나는 장군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장군이가 바라보는 카지노 게임을 쳐다보았네. 그곳에서 거대한 마른번개가 내리치고 있더군. 자 보게, 지금처럼 말이야.”


장군이 주인이 손가락을 들어 카지노 게임의 한 점을 가리켰다. 뿌옇고 짙은 해무 속 저 먼 곳에서 번쩍하며 한줄기 마른번개가 카지노 게임에서 바다를 향해 떨어졌다.


“자네는 카지노 게임를 언제부터 보았나?”


마동은 생각했다.


언제부터 카지노 게임가 눈에 들어왔을까.


장군이처럼 며칠 전이었다. 멀쩡할 줄 알았던 집에 연일 계속되는 비로 느닷없이 물이 새어 들어오듯 마동의 눈에 띄었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며칠 전부터 저에게도 카지노 게임가 보였습니다. 카지노 게임가 낮에도 쳤는지 알 수는 없지만 전 요즘 낮에는 몸살 때문에 사투를 벌이는 지경입니다. 사무실에서 탈수가 덜 된 젖은 수건처럼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렇군. 자네는 역시 다른 이들과 달라. 마른번개에 대해서 누군가와 이야기를 해보게. 마른번개가 저 멀리서 내리치고 있지만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네. 알고 있지 않아. 저렇게 눈에 보이는데 말이야. 장군이도 며칠 전부터 카지노 게임을 향해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던 거야. 나도 그런 장군이의 모습을 처음 봤네. 한참을 그러고 있더군. 마른번개 역시 어쩌면 단순하게 해무처럼 거기에 존재하고 있는 자연의 부산물일지도 모르지. 하지만 저 마른번개는 그렇게 느껴지지가 않아.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말이네.”


등대 곁으로 다시 갈수록 드문드문 보이는 벤치에서 이미 술에 취한 사람들과 공원 관계자들의 실랑이가 보였다. 그들은 이미 만취했고 자신들의 자유와 권리를 제지하고 협박으로 받아들여 공원관리원들에게 소리를 지르며 공원관리원의 의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고 있었다. 취객에게는 생각이라는 것이 없었다. 좀 더 큰 소리와 퇴색한 눈빛으로 공원관리인들을 대할 뿐이다. 타인의 말은 절대 듣지 않는다. 일이 벌어지기를 바라는 사람들 같았다. 취객은 관리원들이 자신에게 해코지를 하기를 바라고 있었다.그렇게 되면 수월하게 뒷일은 진행되기 때문이다.


저들은 평소에는 동네 슈퍼 아저씨 같은 사람들이다. 공원관계자들은 이미 많은 사람들을 겪은 듯 삿대질하며 만취한 이가 말하는 공원관계자들의 의무수행 규칙이 1절도 끝나지 않았는데 송림공원을 내려가기를 권유하고 있었다. 취객의 눈에 공원관리원들은 그저 아파트 관리인처럼 보일 뿐이었다. 관리인은 취객의 안전에 대해서 말했다. 취객들이 앉아서 술병을 비우고 있는 벤치는 낭떠러지에서 2미터도 안 되는 곳에 있었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관리인의 말투는 권유에서 점점 훈령조로 바뀌었다. 취객이 원하는 대로 슬슬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카지노 게임는 더 자주 더 강하게 내리치고 있다네. 자네는 이미 느꼈을 거라 생각이 드네만. 카지노 게임는 환희 적으로 내리치는 동시에 경악스러움을 가득 짊어지고 있네. 앞으로는 더 그러하겠지. 저 카지노 게임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장군이 주인은 많은 땀을 흘렸다. 해무는 땀과 함께 얼굴과 팔과 등에 붙어서 더욱 많은 양으로 흘러내렸다. 마동의 윗도리는 해무로 인해서 축축해졌고 장군이의 주인이 입은 운동복 역시 땀과 해무로 젖어 있었다. 20분 정도를 송림의 코스를 따라서 걸어 들어갔다. 해무는 성에가 낀 안경알처럼 더욱 뿌옇고 폐병환자의 혈액처럼 짙어졌다. 달짝지근하고 시큰한 냄새도 났다. 향을 피울 때 나는 연한 향내 같은 냄새도 섞여 있었다. 하지만 마동이 단지 그렇게 느끼는 것일지도 모른다. 해무는 무취를 지니고 있을 뿐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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