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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Apr 11. 2025

오늘도 그 카지노 쿠폰와 스쳐 지나갔는데 8

얼굴이 기억나지않는다

카지노 쿠폰


8.


나: 저 사실 행복한 적이 별로 없는 거 같아요. 아니 행복했던 순간을 아무리 떠올리려고 해도 잘 떠오르지 않아요. 오래전의 일들은 떠오르지만 그건 너무나 먼 이야기입니다. 근래의, 최근 몇 년 동안의 일들이 기억나지 않아요. 불행하지만 않으면 괜찮다는 주의지만 지금은 불행한지 어떤지 아무것도 알 수 없는 기분입니다. 그저 세상과 연결고리는 로지 님 당신과 생각 대화를 할 뿐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카지노 쿠폰: 책 님? 호호호. 이름이 너무 웃겨요. 앗 죄송. 독특하군요. 당신은.


나: 전 독특한 게 아니에요. 행복의 종류는 너무나 비슷하잖아요. 불행의 종류는 다양하고 깊이도 다르고, 그래서 행복하지는 않더라도 불행하지만 않으면 전 괜찮다는 주의였는데 지금은 비슷한 행복이라도 느껴보고 싶어요. 남들과 똑같으면 어때요. 돈의 많고 적음에 따라 행복해하는 깊이가 달라져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카지노 쿠폰: 아무튼 우리는 생각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에요. 이 순간을 즐겁다고 생각해 봐요.


그렇게 로지와 나는 잠자는 시간 빼고는 계속 생각 대화를 나눴다. 로지와 이야기를 하면서 마주치던 카지노 쿠폰는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로지의 외모를 전혀 모르는 가운데 로지의 생김새를 떠올리는 건 흥미로운 일이었다. 얼굴은 예쁠까? 머리는 단발일까(이상하지만 로지는 자꾸 단발이라는 느낌이었다)? 키는 얼마나 될까? 옷은 어떤 스타일일까? 그런 것들을 머릿속에서 종합해 봤다. 답이 있는 건 아니지만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다.


우리는 그렇게 한 달 가까이 매일 생각 대화를 하면서 지냈다. 재미있었다. 정말 채팅을 하는 기분이었다. 채팅하면서 대화가 잘 맞으면 내일도 그 채팅방을 찾아서 그 사람과 대화하던 기분이 들었다. 잠자는 시간을 빼고라지만 잠자는 시간까지 대화를 나누었다. 누워서 정신이 수마에 빼앗길 때까지 로지와 대화를 나누었다. 잠을 자다가도 눈을 떴을 때 대화를 걸면 로지는 바로 받아 주었다. 로지는 잠자는 시간이 나와 비슷한지 내가 누워서 잠들 때까지 생각 대화를 걸면 무조건 받아 주었다. 우리는 그렇게 마음에 있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로지에게 자꾸 생각났던 카지노 쿠폰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로지: 책 님, 전혀 타입이 아닌데 계속 생각이 났다고요?


나: 네, 참 이상하지요. 전혀 나의 이상형이나 내가 좋아할 타입이 아닌데 매일매일 생각이 났었죠.

로지: 책 님? 났었다고요? 과거형?


나: 네, 났었죠. 그런데 로지 님과 생각 대화를 나눠서 그런지 지금은 전혀 생각이 나지 않아요. 근데 정말 이상한 건 카지노 쿠폰의 얼굴도 전혀 기억나지 않아요. 분명 생각 대화를 하기 전까지 생활할 수 없을 정도로 카지노 쿠폰가 생각이 났어요. 내가 점점 미쳐가는구나. 그러다가 머릿속에서 카지노 쿠폰의 목소리가 들렸어요. 나는 정말 미쳤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목소리는 로지 님의 목소리였어요. 그 뒤로 그 카지노 쿠폰가 더 이상 생각이 나지 않아요.


로지: 책 님? 우린 사실 미쳤어요. 그렇지 않고서 이렇게 생각 대화를 나눌 수 있겠어요?


나: 로지 님? 우리 어디에 사는지? 지역이라도 물어보는 게 나을까요?


로지: 아니요. 물어보지 말기로 해요. 비밀은 지켜질 때 신비로운 거니까.


나: 어떻든 로지 님과 생각 대화를 하면서 더 이상 그 카지노 쿠폰가 생각이 나지 않았어요.


로지: 늘 생각나던 그 카지노 쿠폰에게 미안한 거 아니에요?


나: 미안해야 할까요? 제가 누군지도 모를 텐데요.

로지: 그 카지노 쿠폰 입장에서는 서운할 것 같아요.


나: 로지 님, 카지노 쿠폰는 저의 존재도 알지 못해요. 그저 같은 건물이라 오고 가면서 스쳐 지나간 것뿐이니까요.

로지: 그러면 이제 그 카지노 쿠폰는 찾지 않을 거예요?


나: 그럴 생각이에요. 이제는 전혀 생각이 나지 않아요.

로지: 그럼 나를 상상해 본 적은 있죠?

나: 로지 님, 네 사실 상상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매일 상상하는 거 같아요. 당신은요?


로지: 책 님? 저는 당신을 상상해 보지 않았어요. 호호호.


나: 실망이군요.


로지: 실망할 것 없어요. 상상하고 기대하면 그와 반대로 실망하게 되니까요. 그러니 마음 편하게 가져요. 호호호. 아, 책 님? 저 당신이 말한 영화와 소설을 몇 편 봤어요. 사람들의 리뷰를 찾아봤는데 전부 명작이라고 하더군요.


나: 로지 님, 그래도 보셨군요. 명작이나 소설과는 거리가 있는 거처럼 굴더니 말이에요.


로지: 책 님, 네, 저는 책과는 담을 쌓은 사람이거든요. 저는 친구가 별로 없어요. 친구가 없는 사람들은 책과 친하다고 하던데 전 아닌가 봐요. 그런 점에서 책 님도 친구가 없죠?


나: 아니에요. 저는 친구가,,,[생각이 나지 않았다. 나의 친구들이 생각나지 않아서 대답이 늦었다] 있 어 요. 근래에는 자주 못 만나지만 말이에요.


로지: 그렇군요. 친구들과 만나면 뭐 해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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