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킬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로 출발한 SF호
“뉴스 속보를 전해드립니다. 경기도 소재 에이플러스 백신연구소의 신입 연구원 두 명이 닭으로 변이 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입니다. 연구원들은 달걀에 주입하던 백신을 음료수로 오인해 마셨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현재 두 연구원의 행방이 묘연한 상태로 경찰은 정밀 수사 중에 있습니다. 한편 질병관리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에이플러스 백신연구소의 백신 전반에 대한 역학조사를 의뢰했습니다. 에이플러스 백신연구소 측에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결과를 지켜보겠다며 입장 발표를 미루고 있습니다.”
양계장 안에 설치한 인공지능 모니터로 뉴스 속보를 듣던 닥치고 양계장주 치환은 공포에 휩싸였다. 에이플러스 백신연구소 태원 소장에게 빠르게 홀로그램 통화를 시도했다. 통화는 연결되지 않았다.
태원 소장은 식물기반 백신이 막바지 출시단계라는 정보를 접하고부터 더 조급해졌다. 명목상 공개 입찰 형식을 띠었지만, 중개인을 통해 낮은 단가로 우선 협상한 닥치고 양계장과 수의계약을 맺었다. 태원 소장 입장에서는 기존의 유정란 공급처보다 가격 면에서 착한 무정란 공급처인 닥치고 양계장이 유리했다. 닥치고 양계장 쪽에서도 대환영이었다. 국내 생산 달걀의 99%가 무정란으로, 공산품이나 다름없는 데다 전체 달걀 생산량의 70% 이상을 기업형 농장 몇 십 개가 차지한 탓에 개인 양계장은 가격 협상력이나 유통망에서 밀릴 수밖에 없었다. 유정란과 영양소 차이가 거의 없는 무정란의 판로가 안정되어 치환은 한시름 놓았다.
유정란 백신에 암탉이 스스로 낳은 무정란을 주입하면서부터 이상기류가 감지되었다. 일부 연구원이 불규칙적으로 닭으로 변이 했다. 최초 발견자인 소장도 어떤 화학반응이 활성화되어 인간이 닭이 되었는지 알 도리가 없었다. 극도로 불안해진 소장은 무정란 이상이라며 닥치고 양계장주인 치환을 몰아세웠다. 치환은 무정란의 지속적인 공급을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인간 닭을 받기 시작했다. 윤리적 찜찜함은 애써 술로 덮었다. 정밀조사를 요구하는 연구원 가족의 요구가 빗발쳤지만, 어쩐 일인지 금세 수그러들었다. 분명 대형사고였지만, 수완 좋은 소장이 돈으로 사람을 매수했을 거라고 치환은 짐작할 뿐이었다.
한동안 세간의 관심을 비껴갔던 에이플러스 백신연구소의 비밀이 순식간에 뉴스에 대서특필되었다. 치환은 닥치고 양계장까지 불똥이 튈까 봐 조바심이 났다. 소장에게 떨리는 목소리로 메시지를 남겼다.
“소장님, 더 이상 인간 닭은 못 받습니다. 같이 죽을 순 없잖습니까. 제발 연락 주세요!”
닥치고 공장에 인간 닭이 있다고? 파란은 자신의 귀를 의심카지노 게임. 인간도 닭의 모습을 하고 있을 텐데, 어떻게 인간 닭을 알아볼 수 있을지 궁금카지노 게임. 인간에겐 우리 닭과 다른 어떤 표식을 달아놓은 걸까? 파란의 궁금증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깊어졌다. 그러다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람. 어차피 인간 닭도 우리처럼 고통받다 죽을 텐데. 괜한 참견이다 싶었다.
파란은 오히려 인접한 다정양계장의 닭이 부러웠다. 동물복지인증 산란계 양계장인 다정 양계장은 암탉들이 자유롭게 움직이며 모래찜질과 바닥 쪼기를 카지노 게임. 횃대와 산란 상자를 제공받는 등 닭의 본성을 존중받았다. 스트레스가 적다 보니 질병 저항력이 높았고, 예방 목적의 항생제나 성장촉진제를 투여할 이유도 없었다.
예로부터 동양에서는 닭을 신성시하는 풍습이 있었다. 제시간에 우는 습성도 진리에 대한 비밀을 아는 예지의 동물로 특별하게 인식되었다. 닭의 붉은 볏은 승리와 용맹의 상징이었고, 야생 닭의 조상 격인 적색야계는 약 3000만 년 전에 탄생카지노 게임고 전해졌다. 2050년 파란을 비롯한 대다수 닭의 신세는 어떤가. 태어난 지 닷새 만에 납작하게 부리를 잘린 채 평생 태블릿 컴퓨터보다 작은 배터리 케이지 공간에 갇혀 몸을 돌리거나 날개를 펴지 못한다. 가끔 양계장 안의 AI 모니터 안에서 치킨이나 소시지를 먹는 인간을 볼 때면 파란의 목은 서서히 조여들었다.
***
에이플러스 백신연구소 태원 소장은 느닷없는 뉴스 속보에 심각성을 감지했다. 온갖 수단을 동원해 지켜온 자리인데, 어디서 잘못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 관련 기관은 물론 알 수 없는 메시지까지 폭주하는 데다 닥치고 양계장주까지 자신을 압박했다. 다 때려치우고 사라지고만 싶었다. 그렇다고 이대로 퇴장할 순 없었다.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 소리까지 참고 버텨왔는데, 여기서 무너져선 안 될 일이었다.
“지니, 뒷문 열어.”
태원은 피곤한 탓에 유난히 절룩거리는 오른쪽 다리에 힘을 실으며 자율주행자동차 뒷좌석에 앉았다. 무엇부터 수습해야 할지 머리를 굴렸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부터 뚫어야겠어. 서둘러, 지니.”
이것부터 막아야지. 문제가 확대되면 여럿 다쳐. 다시 보도가 뜨면 연구소도, 내 인생도 끝장이다. 최대한 인맥과 자본을 동원해야 카지노 게임.
다음 날 어스름한 새벽, 태원은 인간 닭 두 마리를 트렁크에 숨긴 채 닥치고 양계장으로 들어섰다. 자율주행자동차 지니에게 경적을 명령한 채 치환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도대체 어떤 새끼가 경적질이야?”
전날 밤 술을 몇 병이나 마셨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술병이 뒹구는 것을 발로 차며 대충 옷을 끼워 입고 방을 나섰다. 술기운이 가시지 않은 데다 동트기 전이라 온몸을 타고 흐르는 찬 기운에 옷깃을 단단히 여몄다. 살짝 안개 낀 새벽이지만, 이 시간에 방문할 사람은 태원 밖에 없었다. 자신도 모르게 양 미간을 찌푸린 치환이 에쿠스 차량에 접근카지노 게임. 그제야 태원이 차문을 열고 나왔다.
“잘 지냈나?”
잘 지냈냐니 그걸 인사라고. 치환은 열이 뻗치는 걸 간신히 참았다.
“덕분에요. 근데 뉴스 속보는 어떻게 된 겁니까?”
“아, 그거 별 일 아니네. 다신 그런 일 없을 테니 걱정 말게. 그건 그렇고...... 이번에도 자네가 받아줘야겠네. 달리 방법이 없잖은가.”
“더 이상 못 받는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건 엄연한 살인입니다.”
“어허, 못하는 말이 없군. 나랑 끝내겠다고? 어디 해보시게. 나랑 척지고 양계장 할 도리가 있나 봄세. 자네 목 조일 방안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계속 지껄여보게.”
치환은 태원을 들이받고 싶은 마음을 간신히 눌러 담았다. 그는 태원의 차가 모서리를 돌기가 무섭게 인간 닭 두 마리를 패대기쳤다. 차가운 바닥에 내쳐진 소주와 찬영이 죽는다고 기함했지만, 치환은 귀를 막았다.
***
소주 예찬론자인 수학자 어머니의 작품인 ‘소중한 우주’라는 뜻의 소주와 플로리스트 아버지가 ‘돕는 꽃’으로 살아가라며 지어준 찬영은 에이플러스 백신연구소 품질관리팀 동물시험실 신입직원이었다. 둘은 동물시험 등 품질검사를 진행했고, 안정성 시험과 실험동물 사육관리를 맡았다. 입사동기이자 동갑인 둘은 소주의 제안으로 퇴근길에 처음 사적인 자리를 가졌다.
수습 2개월 딱지를 뗀 기념으로 마련한 술자리였다. 한참 메뉴를 들여다보던 소주가 먹을 음식이 많지 않다는 말로 운을 뗐다. 완벽한 비건은 아니지만 공장식 축산업을 반대하고 육식은 피한다고 했다. 전공이 이쪽이라 어쩔 수 없이 연구소에 들어왔지만 동물실험이 여전히 불편하다는 소주는 두부전골과 도토리묵을, 찬영은 해물파전과 배다리 막걸리를 주문했다. 배다리 막걸리가 처음이라는 소주의 말에 찬영이 자랑스럽게 배다리 막걸리 일화를 전해주었다. 2000년 6월, 분단 이후 첫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평양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함께 마신 이후에 “통일막걸리”로 더 유명해졌다고 했다.
“소주씨는 어떻게 비건이 됐어요? 육식을 권하는 사회에서 쉽지 않잖아요.”
“그러게요. 저도 동물학대 실태를 알았지만 자꾸 육식으로 돌아갔어요. 최근에야 동물권 강의와 동물학대 영상에 충격을 받아 육식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지만요. 근데 찬영 씨 과자, 빵, 라면에 고기 성분이 들어있는 거 알아요?”
“네? 거기 왜 고기가 들어가죠?”
“지인들도 다 그렇게 말해요. 과자, 라면에 고기가 들어있다고? 왜 몰랐지? 하며 의아해하죠.”
“소주씨, 그러니까 식품 뒤에 적힌 성분표를 말하는 거죠?”
“네, 맞아요. 저도 성분표를 자세히 안 봤어요. 동물권을 알고부터 살펴보기 시작했죠. 빵에는 우유와 달걀이 기본이고 치즈, 버터 등이 첨가되잖아요. 하루에도 몇 번씩 "우유 기계"로 착유기를 단 채 결박당한 소에서 얻은 우유와 배터리 케이지에서 고통받은 닭의 알을 사용했을 확률이 높아요. 과자나 라면에도 소, 닭, 돼지고기 첨가나 우유, 달걀이 들어 있고요. 식료품 대부분이 공장식 축산업과 연결되어 있다는 게 정말 충격이죠.”
둘의 대화는 점차 실험실과 지인들 이야기로 확장되었고, 주문한 안주와 막걸리도 안성맞춤이었다.
그렇게 서로에게 가까워지던 소주와 찬영에게 돌이킬 수 없는 사고가 발생카지노 게임. 입사한 지 3개월 초입의 어느 날, 검사 시한이 촉박해 야근이 잡힌 날이었다. 저녁을 먹고 연구실에 들어서던 소주가 어젯밤 꿈이 이상해서 한숨도 못 잤다며 찬영에게 하소연카지노 게임. 꿈속에서 양계장에 갔는데, 수많은 닭이 일제히 자신에게 달려오더란다. 공포에 질려 목소리는 안 나오고 죽을 뻔카지노 게임고.
찬영은 피곤해서 악몽을 꾼 거 같다며 오늘은 자신이 좀 더 하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소주도 “피곤한 거겠죠.”하며 옅은 미소로 답하며 품질검사실로 향했다. 둘은 외부 의복과 휴대품을 벗어 의복상자에 넣고 착의실에 비치된 멸균복 세트인 마스크, 장갑, 모자, 방진복, 덧신으로 갈아입었다. 일을 시작하려는데, 찬영의 눈에 비타민 음료수로 보이는 병이 보였다. 야근을 시켜 미안한 선임 연구원이 챙겨준 거라고 생각한 찬영은 소주와 나눠 마셨다. 공교롭게도 그들이 마신 것은 달걀에 주입하던 백신이었다.
***
원치 않은 인간 닭 두 마리를 받은 치환은 패대기친 소주와 찬영을 파란의 케이지에 우악스럽게 집어넣었다. 배터리를 쌓은 철망처럼 보여서 붙여진 배터리 케이지는 사각형의 대형 닭장으로, 고층 아파트처럼 여러 단에 걸쳐 수백 개가 쌓인 쇠로 만들어졌다. A4 용지보다 작은 공간에 세 마리씩 들어 있었다. 찬영은 처음 겪는 동물 신세와 괴상하고 악취 나는 공장식 축산환경에 구역질이 났다. 끔찍하고 더러운 배터리 케이지의 위생상태를 익히 알던 소주조차 닭이 되어 마주한 현실 앞에 아연실색카지노 게임. 둘 다 “살려 주세요!”를 힘껏 외쳤지만, 치환은 모르쇠로 일관카지노 게임.
잠시나마 날개를 펴고 운동을 즐기던 파란은 새로 들어온 소주와 찬영이 반가울 리가 없었다. 파란이 퉁명스레 둘에게 어디서 왔는지를 물었다. 구석에 나란히 있던 둘은 잔뜩 움츠린 채 더욱 밀착카지노 게임. 반응 없는 둘을 보다 못한 파란이 소리를 질렀다.
“야! 답답해 죽겠어! 인사부터 하지?”
소주는 망설이다 입을 뗐다.
“난 소주. 처음이라 낯설어 그래.”
“난 찬영.”
“여긴 여기 규율이 있어. 각오하는 게 좋아. 괜히 카지노 게임이 아니야. 파도 높이가 만장이라는 카지노 게임만장 알지? 그 카지노 게임 언니가 하는 조언이니 새겨듣는 게 좋을 거야.”
“무슨 말이야? 억울해 미칠 지경인데...”
최대한 감정을 자제하며 소주가 말꼬리를 흐렸다. 계획이 틀어지거나 통제 불가능한 상황을 유달리 싫어하는 소주에게는 숨 막히는 상황의 연속이었다.
“여긴 양계장 아닌 공장! 푸다닥 날개 짓은 흉내도 못내. 닥치고 공장은 닥치고 알 낳는 공장. 살아나가는 건 꿈도 꾸지 마. 남은 생은 치킨과 삼계탕 행.”
라임을 넣어 속을 긁어대는 카지노 게임의 말에 찬영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만해, 제발. 이런 데서 못 살아. 어떻게든 도망칠 거야.”
“어라, 이런 데서 못 살아? 꼭 딴 세상에서 온 애들 같아. 대체 너희, 뭐야?”
“아이 씨, 내가 닭대가리들이랑 이러고 있어야 해? 난 연구원이었고, 검사실에서 음료수를 마셨을 뿐이라고. 소주씨, 말 좀 해봐요.”
“동물권리를 존중한 내게 왜 이런 일이? 닭들과 같은 신세라니 말도 안 돼요!”
소주가 겪는 현실도 찬영처럼 이해 불가한 지옥이었다.
“이 인간들, 정말 가관이네. 양계장에 들어온 인간 닭이 궁금했었는데, 바로 너희였어. 다들 주목! 우릴 괴롭히고 탐욕스럽게 먹어대는 인간 놈들이 들어왔어.”
카지노 게임의 선동에 발로가 제일 먼저 나섰다.
“너희, 잘 걸렸어! 우리와 다르다고 잘난 척했지. 어때, 닭이 된 소감이 어떠신가. 여기선 우리가 우세해. 너희를 보호할 인간 놈들이 일절 없단 말이지. 어이 인간들, 쌍으로 덤벼보시지. 내 펀치의 매운맛을 톡톡히 보여줄 작정이니까.”
발로가 머리는 잔뜩 낮추고 꼬리를 한껏 추켜올린 공격자세를 취카지노 게임. 그는 옳다고 생각한 일에는 눈에 불을 켜고 제 능력을 증명해야 직성이 풀렸다. 소주와 찬영은 고양이 앞의 생쥐처럼 오그라들었다.
“우우, 발로를 이길 자 없지.”
“이제 너희 목숨은 간당간당하다 말이야.”
“재밌는 걸. 쪼그라든 인간이라니.”
“인간을 직관하다니. 발로, 우릴 대신해 복수해 줘.”
발로와 같은 케이지 닭은 물론, 여기저기서 소주와 찬영을 향한 야유가 쏟아졌다.
“그만하지. 곧 죽을 텐데.”
파랑의 맞은편 케이지에서 상황을 관망하던 노랑이 마침내 입을 뗐다. 닭으로 변한 인간들은 치욕과 절망으로 며칠을 못 견뎠다. 세균에 감염되어 죽거나 정신적 쇼크로 죽어나갔다.
“인간들이 널 망가뜨렸는데, 인간 편을 든다고?”
카지노 게임이 서운한 듯 노랑을 흘겨보았다.
“날 이렇게 만든 건 이 사람들이 아니잖아.”
골다공증이 악화된 노랑은 벌써 마비가 진행되고 있었다. 좁은 케이지에서 못 움직이는 것이 주요 원인인 골다공증 병력의 닭들은 종종 케이지 뒤편에서 탈수와 배고픔으로 죽어갔다. 노랑의 죽음이 임박했음을 예견한 카지노 게임은 반박하려던 말을 간신히 집어삼켰다.
***
닥치고 양계장주 치환은 한동안 잠을 설쳤다. 득달같이 방송국에서 카메라를 들이댈 것 같아 두려웠다. 빠른 시간 안에 인간 닭 두 마리를 처리해야만 카지노 게임. 그것도 최대한 감쪽같이 사라지게 만들어야 카지노 게임. 다급해진 치환은 파란의 케이지에서 소주와 찬영을 꺼냈다. 치환의 억센 손아귀에 목덜미가 잡힌 소주와 찬영은 꿱꿱거리며 연신 기침을 뱉었다. 한창 소주와 찬영을 몰아세우던 닭들은 그것 보라는 듯 의기양양카지노 게임. 파란은 자신도 모르게 둘이 떠난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상하게 요동치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치환은 소주와 찬영이 그저 닭일 뿐이라며 자신을 세뇌카지노 게임. 닥치고 양계장에 인간 닭은 없다, 아니 없어야 카지노 게임. 이렇게 자신을 속이면 인간 닭을 함부로 대할 수 있었다. 닥치고 양계장의 안위가 제일 중요했기에 전기 절단기로 소주와 찬영의 부리의 절반을 잘랐다. 대부분의 인간 닭은 이 과정에서 정신이상을 보였고, 피똥을 싸다 몇 시간을 못 버티고 죽어갔다. 소주와 찬영도 예외는 아니었다.
단독 뉴스 속보를 송출한 경기방송국도 비상이었다. 사장을 비롯한 윗선인 데스크에서는 허락하지 않은 방송 송출을 문제 삼아 PD와 담당기자를 경질했고, 더 이상의 방송 송출은 퇴사감이라며 엄포를 놓았다. 국민의 알 권리를 보도한 것은 언론의 역할이지 잘못일 수 없다며 PD와 기자들이 항의했지만, 사장은 회사의 존폐가 달린 문제라며 경질을 밀어붙였다. 경질당한 취재기자 미란은 각오한 일이라는 듯 오히려 태연카지노 게임. 같이 경질당한 박 PD 역시 별 반응이 없었다.
하루아침에 취재기자에서 경질된 미란은 2개월 한직 처분을 받았다. 자신이 우겨서 방송했다며 사정사정해서 박 PD만 살려 현업에 복귀시켰다. 미란의 자리는 인적이 드문 미디어실 창고 옆자리로 배치됐다. 한창 취재할 시간에 뒷방 노년처럼 서류 작업을 하고 있자니 속이 타들어갔다. 에이플러스 백신연구소 속보는 윗선의 심기를 상당히 불편하게 만들었고, 운신의 폭은 더욱 좁아졌다. 그렇다고 여기서 물러설 순 없었다. 동생이 어디 있고, 어떻게 됐는지 반드시 미란이 밝혀야 했다.
취업준비생으로 몇 년간 힘들어하던 동생이 최종합격통지를 받았다며 울먹이던 목소리며, 새벽까지 기사를 넘기고 눈이 퀭해 들어왔을 때 눈을 비비며 부스스 일어나서는 “잠이 최고지. 얼른 자.” 하며 이불을 덮어주던 모습. 동생에 관한 건 속속들이 미란의 뇌리에 남았다. 지금도 어제 일처럼 동생이 실종된 날 아침을 기억한다. 동생에 대한 세세한 기억은 지우려 할수록 자꾸만 수면 위로 떠올라 미란을 괴롭혔다.
“주말에 푹 자서 그런지 컨디션이 좋아. 오늘 좋은 일이 있으려나?”
환하게 웃으며 현관을 나서는 동생 뒤로 잠시 보이던 햇살이 점점 멀어졌다.
미란은 더 이상 지체할 수도, 지체해서도 안 된다는 절박감에 몸서리쳤다. 동생이 갑자기 사라진 것도 에이플러스 백신연구원 닭 변이와 관련이 있을지 모를 일이었다. 동생 실종 당시에 소장이 말했다. 분명 퇴근 후에 일어난 일이고, 백신연구소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만약 그것이 사실이면 동생이 퇴근했다는 증거를 보여 달라고, 당일 회사 CCTV 열람을 요구했다.
국가 안보와 관련한 비공개 정보기관이라 보여줄 수 없다며 소장은 단호한 입장을 취카지노 게임. 그 말을 듣는데, 갑자기 머리 뚜껑이 확 열렸다. 뭐? 국가 안보라고? 국민을 보호하지 않는 국가 안보는 도대체 언제, 어디에 써먹을 거냐고. 당신 동생이라면 손 놓고 있겠냐. 아침에 나간 뒤로 지금까지 생사확인이 안 되는데, 안 미치겠냐.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더니 그제야 소장이 진정하시라, 연구소에서 적극적으로 돕겠다며 말을 바꿨다.
이후에도 소장은 차일피일 CCTV 열람을 미루며 미란을 우롱했다. 미란은 경찰서를 오가며 사건 조사를 요청하고, 국민청원을 올리고 국가인권위원회에도 제소했다. 미란의 수고가 무색하게도 경찰의 조사는 미진하고, 국민의 관심을 끌지 못했으며,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사항 역시 백신연구소와 경찰의 태도를 뒤집을 효력이 없었다. 백신연구소는 사건 이후에도 건재했고, 경찰은 수사를 종결짓고 사건을 털어버렸다. 동생의 실종으로 인한 고통은 오롯이 미란의 몫이었다.
***
수사가 종결된 며칠 후 제보전화가 왔다. 실종된 동생과 같은 회사 동료라고 했다. 수사가 종결된 줄은 알지만, 양심에 꺼림칙해 연락했다고. 실종 당일 동생은 선임 연구원이 시킨 백신 샘플링 작업이 있어 야근이라며 먼저 가라 했다고. 다음 날 자신도 실험할 샘플이 있어 평소보다 2시간 일찍 출근해 품질검사실에 들어갔는데, 동생은 없었단다.
멸균복으로 갈아입고 작업하려는데, 동생의 이름표가 붙은 멸균복이 보였고 옆에 흑갈색 깃털이 여러 개 떨어져 있었다고.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실험이 밀려있어 샘플 작업에 집중카지노 게임고 카지노 게임. 밤샘 작업 후에는 휴무라 집에서 쉬려니 생각카지노 게임고. 그날 오후에 다시 품질검사실에 샘플 확인하러 들렀는데, 멸균복과 깃털은 치워지고 주변이 말끔카지노 게임고 전카지노 게임.
미란은 다시 제보전화를 떠올렸다. 동생이 백신연구소 품질검사실에서 사라졌고, 소장은 뭔가 숨기고 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 백신 연구소, 흑갈색 깃털, 달걀에 주입하던 백신. 미란은 어디서부터 고리를 풀어갈지, 어디를 뚫어야 실체가 드러날지 난감했다. 취약한 쪽을 공략하기로 했다. 방송 송출을 가장 두려워하는 사람이 소장이라면, 소장이 압박하는 사람은 사실을 아는 직원 아니면 양계장 주인일 거라 짐작했다. 미란의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닭으로 변한 사람은 어디로 갔는지, 혹시 살았다면 어디 있는지를 밝히는 게 급선무였다.
미란은 에이플러스 백신연구소와 거래하는 양계장을 탐문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에이플러스와 단독 수의계약을 따낸 곳이 닥치고 양계장인 걸 알아냈다. 미란은 즉시 동생의 실종사건 재조사를 위해 휴가를 냈다. 혼자는 위험하다 싶었지만, 또다시 누군가를 위험에 빠뜨리긴 싫었다. 먼저 양계장 주인의 동태를 살펴 사무실에 잠입하기로 했다. 미란의 간절함이 통했는지 양계장주가 잠시 자리를 비우는 행운이 생겼다. 인간 닭과 관련하여 작은 흔적이라도 남아있기를 바랐다.
‘제발 뭐라도 나와라.’를 외치면서 정신없이 뒤졌다. 인기척에 부리나케 나가려는 찰나, 구석에 있던 휴지통 속에 꾸깃꾸깃한 종이 한 장이 보였다. 미란은 얼른 종이를 움켜쥐고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차 안에 들어와 실내등을 켜고 종이를 펼쳤다. “A+ 2 1 3 2 1”이라 적혀 있었다. A+는 백신연구소를 말하는 것 같은데 숫자의 의미는 뭔지, 지운 것과 안 지운 숫자는 어떻게 다른지 알 수 없었다.
숫자와의 싸움이 슬슬 지겨워질 즈음이었다. 마침 잠자리에 들려던 참에 메시지 하나가 들어왔다.
“카지노 게임이 살아 있어요, 닥치고 양계장.”
미란은 읽고 또 읽었다. 카지노 게임이 살아있다! 닥치고 양계장에!
***
닥치고 양계장을 예의주시하던 어느 날이었다. 미란은 잔뜩 술에 취해 휘청거리며 방으로 들어가는 치환의 뒷모습을 확인카지노 게임. 치환이 깜박했는지 계사 문은 닫혀 있고 잠기지 않았다. 순간 계사 문을 연 미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주황색 전구 아래 셀 수 없이 많은 닭이 철창 밖으로 길게 목을 빼고 있었다. 황급히 스마트워치 손전등 모드를 활성화하고, 스파이 카메라 폰을 켰다.
케이지는 3단으로 쌓여 있었는데, 일곱에서 여덟 줄로 계사 끝까지 죽 늘어서 있었다. 케이지 위로는 뿌연 먼지가 연기처럼 피어올랐고, 닭들은 괴성을 질렀다. 케이지 가까이에 가니 메스꺼운 노린내와 닭똥 썩는 냄새가 코로 확 올라왔다. 미란은 미간을 찌푸리며 양손으로 코와 입을 틀어막았다.
불현듯 한 문구가 미란의 머리를 스쳤다. 서기 1세기 로마 농학자 루시우스 콜루멜라의 말.
“닭을 살찌우려면 땅을 밟지 못하게 하고 매우 덥고 어두운 곳에서 길러야 하며 몸을 돌릴 수도 없을 정도로 비좁은 칸막이나 바구니에서 자게 하라”
최첨단을 달리는 21세기에 1세기 고릿적 학자의 말이 아직도 먹힌다니 어이없었다.
‘이런 곳에 카지노 게임이 있다니! 어디 있니, 카지노 게임아?’
“카지노 게임아, 카지노 게임!”
미란은 간절하고 애타는 심정을 담아 최대한 크게 카지노 게임의 이름을 외쳤다. 먼지 가득한 계사 안, 수많은 닭 중에 미란의 소리가 카지노 게임에게 전달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카지노 게임아, 언니야. 너무 늦게 와서 미안해.”
“카지노 게임아, 어디 있니? 미란 언니야.”
미란은 계사 이곳저곳을 미친 듯이 돌아다니며 카지노 게임의 이름을 불렀다.
“야, 너 인간이었어? 네 이름을 미친 듯이 부르는 인간이 왔다고!”
발로가 파란을 노려보며 말카지노 게임.
‘인간이 내 이름을 부른다고? 대체 무슨 일로?’
“남의 이름은 왜 불러요?”
볼멘소리로 자신의 이름을 외쳐대는 인간을 카지노 게임이 불러 세웠다.
“너... 네가 정말 카지노 게임? 카지노 게임이... 맞니? 살아있었구나. 미란언니야. 살아줘서 정말 고맙다,”
“뜬금없이 무슨 말인지··· 아니, 됐고. 당신이 누구든 상관없으니 당장 나가요.”
“다 설명해 줄게. 일단 빠져나가자. 시간 없어, 카지노 게임아.”
“내가 왜요? 안 믿어요! 인간이란 족속들.”
“못 믿는 게 당연해. 인간의 욕심 때문에 이 사달이 났으니. 하지만 넌 인간이야. 무엇보다 내 동생이고.”
“지나가는 소가 웃겠네. 그럼 당신 능력으로 모두 탈출시켜 봐요. 그러면 믿을게요.”
“억지 그만 부려. 어떻게 다 데리고 나가? 당장 나가자, 제발.”
카지노 게임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미란은 눈물을 머금고 홀로 계사를 빠져나왔다. 그제야 지워지지 않은 숫자 1의 향방이 카지노 게임임을 알아차렸다.
***
케이지에 인간 닭이 들어왔다며 앞장서 분노하던 파란의 모습이 생생카지노 게임. 발로는 파란이 인간 닭이란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깊은 곳으로부터 차오르는 차가운 감정은 분명 배신감이었다. 몸서리가 쳐졌다. 정말 몰랐을까 파란이? 어떻게 자기 태생을 몰라?
“아아악~~~~~~~~~~~!!!”
카지노 게임은 어제 자신에게 일어난 일의 실체가 뭔지 몰라서 미칠 지경이었다.
아니 속속들이 알고 싶어 미칠 지경이라는 말이 더 정확하다. 자신이 닭들을 괴롭히다 못해 무수히 살육한 인간 종이라니 믿을 수 없었다. 노랑에게도 속 시원히 터놓을 수 없는 인간인 게 더 답답해서 서러웠다. 금방 카지노 게임의 눈이 충혈되면서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맞은편에서 카지노 게임을 물끄러미 지켜보던 노랑이 가만히 말을 건넸다.
“카지노 게임, 우리 여기 뜨자. 살 길은 이 길 밖에 없어.” “내가 불쌍해 보여? 노랑, 난 너와 다르다고. 네 동족을 괴롭히고 죽인 몹쓸 인간이 바로 나래.”
“그래, 인간이라고 쳐. 그래도 우린 친구였잖아.”
노랑이 파란의 눈을 지그시 쳐다보며 동의를 구카지노 게임.
“여긴 희망이 없어, 카지노 게임. 난 시간이 얼마 안 남았고. 며칠이라도 야생 닭으로 살고 싶어. 도망치자. 발로, 너도 같이 갈 거지?”“미쳤어? 카지노 게임을 어떻게 믿어? 역겹다고!”
일말의 반박도 할 수 없는 카지노 게임의 심정은 갈가리 찢겼다. 발로처럼 노골적으로 쏘아붙이지 않았을 뿐이지, 모두가 카지노 게임에게 적대적이었다. 노랑의 충격이 제일 컸다. 둘은 눈빛만 봐도 이해할 만큼 마음이 통하고 서로를 아꼈다. 가끔 옳다 그르다는 시시비비로 기분 상할 때도 있지만, 노랑에게 중요한 것은 카지노 게임이 친구라는 사실이었다. 카지노 게임의 정체성이 닭이든 인간이든 크게 문제 되지 않았다.
지금 상황에서는 인간 종이란 사실을 수용할 수 없는 파란이나 파란이 인간 종이란 사실에 충격받은 동료 모두에게 시간이 필요카지노 게임. 각자 마음을 추스르고 나면 응당 양계장 탈출을 고려할 거라고 노랑은 기대카지노 게임. 며칠이 지나도 숨 막힐 것 같은 침묵이 이어졌다. 참다못한 노랑이 가라앉은 분위기를 깨우듯 경쾌하게 운을 뗐다.
“아아아, 잘들 주무셨나요? 관절은 시큰거리며 욱신거려도 오늘은 오늘의 해가 떴습니다. 톡 까놓고 태생을 모르는 카지노 게임이 잘못입니까. 카지노 게임이 우리를 위해 의리를 지킨 것을 생각해야죠. 음, 진짜 본론을 말할게요. 우리, 여기서 비참하게 죽느니 죽을 각오로 도망칩시다. 며칠 침묵하셨으니 웬만큼 생각해 보셨을 겁니다. 이제 찬반투표로 빠르게 결정하십시다. 케이지에 머리를 내밀면 찬성, 반대면 케이지를 흔드세요. 근데 케이지를 마구 흔들어대면 다들 위험해진다는 건 아시죠? 양계장주가 개입하는 건 되도록 피합시다. 하하핫.”
잠시 정적이 흐르는가 싶더니, 사료가 공급될 때처럼 일제히 케이지에 머리를 내미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다행히 반대 표식인 케이지를 흔드는 소리는 없었다.
***
계사에 다녀온 후 미란의 머릿속은 온통 파란을 구할 생각뿐이었다. 어떻게 그 많은 닭을 데리고 나온단 말인가. 닥치고 양계장주와 원한이 있거나 틀어진 사람은 없을까? 가까이에 있는 다정 양계장 주인부터 만나기로 카지노 게임.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 마크가 있는 다정 양계장의 은영은 기자인 미란을 반갑게 맞았다. 미란은 단도직입적으로 닥치고 양계장주와 관계를 물었다.
“알면서 뭘 물으세요?”
“결정적으로 틀어진 계기는요?”
미란이 물었다.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유행했을 때요. 정부 주도로 닥치고 양계장 닭들을 무자비하게 살 처분했어요. 억울했던 건 조류독감 근처에도 안 간 우리 닭을 살 처분 대상에 포함시킨 거예요. 조류독감이 발생한 양계장에서 3km 근방의 모든 양계장에 해당되는 행정명령이었죠. 아직도 백신이 아닌 예방적 살 처분이라니 기가 막혔죠. 동물복지 농장주들이 돌아가며 1인 시위를 계속하며 버텼어요. 하지만, 행정명령을 뒤집을 순 없었어요. 그때를 떠올리면 억장이 무너져요. 구덩이를 파서 생으로 밀어 넣는데, 차마 못 보겠더라고요.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고 고통스러워서 여러 번 그만둘까 고민했었죠.”
미란은 이때다 싶었다.
“그래서 말인데요, 사장님! 저 좀 도와주세요. 연구원이던 동생이 실종됐어요.”
“어머나, 어쩜 좋아. 상심이 크시겠다. 어디 있는지 전혀 몰라요?”
은영은 미란이 걱정되어 되물었다.
“지금 닥치고 양계장에 있어요. 사장님 도움이 절실해요. 더 늦으면 동생의 생사가 위험해져요.”
미란은 속전속결이 중요하다고 생각카지노 게임. 다정 농장주 은영과도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데 합의하고 D-day를 이틀 뒤로 잡았다. 차를 돌린 미란은 치환이 깊이 잠든 시간에 맞춰 계사에 들어갔다. 두 번째 계사 방문이지만, 수많은 케이지에서 파란을 찾는 일은 모래사장에서 진주를 찾는 일과 비슷카지노 게임. 한시가 급한 미란은 파란을 목청껏 불렀다.
“카지노 게임아, 언니 왔어. 어디 있니?”
생각보다 빨리 자신을 찾아온 미란의 목소리에 파란은 당황카지노 게임.
“뒤, 뒤쪽이야.”
미란은 겨우 카지노 게임의 케이지를 찾아냈다.
“힘들지 않니? 내 속이 까맣게 타들어간다.”
“괜찮아. 근데 다 같이 나갈 수 있어?”
“물론이지. 다정 양계장 주인도 협조하기로 했어.”
“정말 잘됐다. 부탁이 있는데, 친구가 많이 아파. 노랑부터 언니가 챙겨줘.”
맞은편에 있는 노랑을 가리키며 파란이 말카지노 게임.
“알았어. 이틀 뒤 자정에 올게.”
“그렇게 빨리요?”
노랑이 물었다.
“더 이상 지체하면 모두 위험해요. 이틀 뒤예요. 카지노 게임을 잘 부탁해요.”
미란의 마음을 이해한 듯 노랑이 주억거렸다.
“우린 어떻게 하면 되나요? 준비할 것을 말해주세요.”
노랑의 질문에 잠시 머뭇하던 미란이 곧 답카지노 게임.
“평소대로 해주세요. 주인의 의심을 사면 안 되니까요.”
***
노랑의 머릿속은 미란을 대면한 이후 더 복잡해졌다. 평소 하던 대로 하라고 했지만, 가만히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과연 모두가 안전하게 양계장을 빠져나갈 수 있을지. 혹시라도 잘못되면 어떻게 조치할 것인지 미리 생각해둬야 카지노 게임. 잠잠하던 발로가 양계장 주인을 따돌리겠다는 묘안을 제시카지노 게임. 노랑이 위험하다며 발로를 만류했지만, 그의 충정을 막을 도리가 없었다.
드디어 탈주의 밤, 다정양계장의 은영과 은영을 돕기 위해 합류한 친구들을 본 미란은 조용히 그러나 신속하게 각자가 맡은 구역으로 다가갔다. 배터리 케이지 문을 열었다. 미란은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온 닭들의 파닥이는 소리에 순간 귀가 멍카지노 게임. 미란은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파란에게 밖으로 나가자며 유인카지노 게임. 그 사이 노랑은 분주하게 계사 밖으로 닭들을 내보냈다. 은영과 은영의 친구들은 미란이 지시한 대로 계사 밖으로 슬그머니 빠져나갔다. 갑자기 난데없는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순간 미란은 대기해 놓은 차 안으로 카지노 게임을 밀어 넣었다. 양계장주 치환의 고성과 욕설이 계사 밖까지 쩌렁쩌렁 울렸다. 조수석으로 카지노 게임을 옮긴 미란의 온몸이 긴장한 탓에 땀범벅이었다. 카니발에 시동을 걸고 핸들을 급하게 돌리는데, 백미러로 노랑의 목덜미를 움켜쥔 치환과 뒤따르는 발로가 보였다.
“제발 기운 차려, 카지노 게임아. 나는 어떡하라고.”
집에 온 이후로 눈에 띄게 카지노 게임이 쇠약해졌다. 혼자 빠져나온 죄책감과 노랑의 죽음으로 인한 충격이 컸다.
“나 가망 없어, 언니. 항생제와 성장촉진제, 유전자변형 옥수수사료로 몸이 다 망가졌거든.”
어떻게 되찾은 동생인데, 이렇게 보낼 수는 없었다. 조용히 임종을 지킬지, 닭으로 변한 카지노 게임의 모습을 사람들 앞에 공개할지에 대한 미란의 고심이 커졌다.
조용히 인간 닭 사건을 덮으면 희생당한 피해자들과 파란이 억울하고, 파란의 모습을 세상에 공개하면 사람들의 혐오와 의심에 정면으로 맞서야 했다. 공장식 축산업과 에이플러스 백신연구소의 부조리보다 인간 닭이 맞는지 아닌지로 화제가 바뀔 수도 있었다.
“카지노 게임아, 언닌 네 선택을 존중할 거야. 어떻게 할래?”
“언니, 난 인간으로 태어나 닭의 몸으로 죽어. 인간들의 욕심과 폭력성에 몸서리쳐져. 카메라 앞에 설게. 닭으로서 할 말이 있어, 인간들에게.”
***
미란은 사람들에게 카지노 게임의 마지막 모습을 꼭 보여주고 싶었다. 최초로 닭 변이보도를 내보낸 경기방송국의 완곡한 거절로 부랴부랴 미란이 직접 찍어 유튜브 방송에 내보냈다.
“얼마 전까지 경기도 소재 에이플러스 백신연구소 신입연구원으로 있던 연파랑입니다. 연구실에서 멸균복으로 갈아입고 시험실 테이블 위의 음료수를 먹었는데, 이렇게 닭으로 변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닭으로 변이 된 연구원들은 닥치고 양계장으로 옮겨져 비참하게 죽었고요. 이 방송을 시청하시는 모든 분들께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더 이상 닭으로 변이 되어 사망하는 연구원이 없도록 에이플러스 백신연구소와 닥치고 양계장의 부당거래와 살인혐의를 처벌해 주십시오.
저는 인간의 몸을 입고 태어나서 곧 닭으로 죽습니다. 닭으로 살면서 산란계의 신세와 여성의 위치가 많이 닮았다고 느꼈습니다. 알 낳는 존재로 설계된 산란계는 자본주의의 무한탐욕이 만들어낸 산물이고, 모성을 신성시하고 출생률을 강조하는 가부장제 사회 또한 여성의 가치와 존엄성을 출산과 양육에만 묶어두고 있습니다.”
카지노 게임의 목소리가 분노와 슬픔으로 격앙되었다.
“원래 닭의 자연수명은 10년에서 길게는 30년이라는 것을 알고 계신가요? 빨리 길러 많이 먹기 위한 인간의 욕심이 미국 공장식 축산업이라는 기형적인 사육방식을 고안해 냈습니다. 뉴욕 의대 도리스 부처 박사는 다음과 같이 경고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기하급수적인 닭 사육을 지금 당장 멈추지 않으면, 독감 한 번의 유행에도 미국에서만 5만 명이 목숨을 잃을 것이라고요.
인류와 가장 친밀한 가축 중 하나인 닭이 가축화된 것은 비교적 최근인 3500년 전이라고 합니다. 동남아시아에 벼농사를 시작하는 즈음에 닭의 조상이 나무에서 땅으로 내려오면서 가축화가 시작되었고, 이후 동남아에서 아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진출한 닭은 가축화 이후에도 상당 기간 숭배의 대상으로 식량이 아니었습니다. 현대인들은 사시사철 신선한 재료 구입이 가능합니다. 굳이 항생제와 성장촉진제 범벅에 고름까지 가득한 공장식 축산 닭을 먹을 이유가 있을까요? 지금 즉시 육식을 줄이는 현명한 선택을 하실 수 있습니다. 소중한 당신의 몸과 다른 존재와의 공생을 위해서 말입니다. 인간으로 살다 닭으로 생을 마감하는 마지막 호소에 귀 기울여주시기 바랍니다.”
미란이 우려한 대로 닭을 앉혀놓고 인간 목소리를 더빙카지노 게임는 의혹이 제일 먼저 제기됐다. 공장식 축산업계 역시 조작된 영상이라며 당장 영상을 내리라는 협박과 더불어 집단소송을 걸었다. 파란의 간절한 호소는 의혹을 제기한 사람들과 공장식 축산업계의 거대자본권력에 떠밀려 소리 없이 사라졌다. 이제 인간들에게 사실 여부는 중요하지 않았고, 진실은 관심 밖으로 밀려난 지 오래되었다.
*이미지 출처: Pinterest@Jodie Ann Flanary
*다음 카페 여성말글삶연구소https://cafe.daum.net/everydaywriter/DeNK/17에 "파란의 고백"이란 제목으로 총 11화까지 연재했던 SF소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