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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운 김동찬 Apr 27. 2025

봄을 바라보는 시인의 시선 3

브라우닝 '봄노래', 헤세 '봄이 하는 말', 석운 '이 봄엔'

봄노래
로버트 브라우닝 (1812~1889)

일 년 중 봄
하루 중 아침
아침은 7시
산비탈에는 진주이슬 맺히고
종달새는 날고

달팽이는 가시나무 위에

하나님은 하늘에
모든 것이 조화롭다!


Spring Song
Robert Browning


The year's at the spring

And day's at the morn;
Morning's at seven;
The hillside's dew-pearled;
The lark's on the wing;
The snail's on the thorn:
God's in His heaven—
All's right with the world!


이 시를 읽으면 평화로운 봄날 아침의 아늑한 시골 풍경이 머릿속에 그려집카지노 쿠폰. 그리고 어느덧 무척 춥고 유난히 눈이 많이 내렸던 지난겨울은 옛이야기처럼 마음속에서 아스라이 사라집카지노 쿠폰. 해가 새로 시작하는 계절인 봄의 아침 7시, 자리에서 일어나 문 밖으로 나와 기지개 한번 마음껏 켜고 바라본 시인의 눈에 들어온 정경은 아름답기만 합카지노 쿠폰. 아침 햇살이 내리는 산비탈 위 진주처럼 보이는 이슬, 나무 위로 날아다니는 종달새, 가시나무에 붙어있는 달팽이를 보며 시인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봅카지노 쿠폰. 그 하늘 어딘가에서 하나님이 자애로운 눈길로 내려다보고 계실 것이라 생각하며 그렇기에 ‘모든 것이 조화롭다’라는 고백으로 시인은 시를 끝냅카지노 쿠폰.


영국의 빅토리아 시대를 대표하는 시인인 로버트 브라우닝(Robert Browning)은 아주 활동적인 사람으로 영국 국교를 믿지 않는 비국교도(非國敎徒)였으며 정규 교육을 싫어했습카지노 쿠폰. 집안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었기에 홈스쿨링(재택학습在宅學習)을 받았고 정상적인 직업은 갖지 않았으며 삶의 대부분을 글쓰기에 바쳤습카지노 쿠폰. 그가 쓴 이 시(詩) ‘봄의 노래’는 ‘피파의 노래(Pippa’s Song)’라고도 하는데 그가 쓴 운문극(韻文劇) ‘피파가 지나간다(Pippa Passes)’에서 피파가 부른 노래이기 때문입카지노 쿠폰. 브라우닝이 살았던 시대는 영국에서 산업 혁명이 일어난 직후라 많은 어린 소년 소녀들이 생계를 위해 공장에서 장시간 노동을 해야 했습카지노 쿠폰. 어린 소녀 피파(Pippa)도 그중에 하나였는데 일 년에 하루 있는 휴일을 맞았을 때 무엇을 할까 하다가 평소 마을에서 가장 행복해 보였던 네 사람이 사는 곳을 가보기로 작정합카지노 쿠폰. 이 ‘피파의 노래’는 피파가 그 네 사람을 보러 가며 극(劇)의 첫 부분에서기쁜 마음으로 부른 노래입카지노 쿠폰. 하지만 극이 진행되며 부와 권력을 갖고 있었기에 행복할 것이라고 믿었던 네 사람이 실은 각각 불행한 삶 속에 고통을 받으며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피파는 슬픈 마음으로 돌아와 피곤한 몸을 잠자리에 누입카지노 쿠폰.


이런 사실을 알고 이 시를 다시 읽으면 겉으로 보이는 봄의 모습을 모든 것이 조화롭다!’라고 끝내는 시인의 말에 의아심을 품게 됩카지노 쿠폰. 그러면서 그 윗줄의 하나님은 하늘에라는 구절을 곱씹어보게 됩카지노 쿠폰. 세상이 이렇게 부조리로 가득한 것을 아는 시인이 하나님은 하늘에!’라고 한 것은혹시 반어적(反語的)으로 쓴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생깁카지노 쿠폰. 어린 피파는 물론이고 피파가 행복할 것이라고 믿었던 사람들까지 고통 속에 있는데 모든 것이 조화롭다!’라는 끝 말을 시인이 보다 의미심장하게 사용했다고생각할수도 있겠지요.


한 편의 시를 읽고 어떤 느낌이나 의미를 찾아내는지는 사람마다 다릅카지노 쿠폰. 4월도 중순을 넘어가는 이 늦은 봄날에 이 시를 읽고 기쁜 마음을 갖든, 아니면 보이는 세상 이면에 있는 다른 세상을 느껴보든, 읽는 사람의 자유입카지노 쿠폰. 선택은 여러분께 맡기고 또 다른 봄에 관한 시를 읽겠습카지노 쿠폰.


봄이 하는 말

헤르만 헤세(1877~1962)

어린이마다 알고 있습카지노 쿠폰, 봄이 하는 말을:
살아라, 자라나라, 피어나라, 희망하라, 사랑하라,
기뻐하라, 새싹을 움트게 하라.

온몸을 내던지고 삶을 두려워 말아라!


노인마다 알고 있습카지노 쿠폰. 봄이 하는 말을:
나이 든 사람이여, 땅 속에 묻히시오,
건강한 아이들에게 자리를 내어 주시오.
온몸을 내던지고 죽음을 겁내지 마시오.

Sprache des Frühlings

Hermann Hesse


Jedes Kind weiß, was der Frühling spricht:

Lebe, wachse, blühe,hoffe, liebe,
Freue dich und treibe neue Triebe,
Gib dich hin und fürcht das Leben nicht!

Jeder Greis weiß, was der Frühling spricht:
Alter Mann laß dich begraben,
Räume deinen Platz den muntren Knaben,
Gib dich hin und fürcht das Sterben nicht!


나이 드신 분들이 처음에 이 시를 접하면 언뜻 무척 서운한 느낌이 들 수도 있습카지노 쿠폰. 아니 나이 들었다고 살아있는 사람을 땅 속에 묻히라니 아무리 대시인 헤세라도 이건 망언(妄言) 아니야 하면서 시를 덮을 수도 있겠습카지노 쿠폰. 하지만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분히 시를 다시 읽으면 헤세가 ‘봄이 하는 말’을 통해서 어떤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하려고 하는지 알 수 있습카지노 쿠폰.


봄은 생명이 태어나는 계절이지만 태어난 생명은 언젠가는 죽습카지노 쿠폰. 생명이 태어나 제대로 살고 죽어가려면 자연의 순리에 따라야 합카지노 쿠폰. 어린이들은 태어난 생명을 대표합카지노 쿠폰. 첫 연에서 헤세는 어린이들이 잘 살기 위해서 필요한 마음가짐을 나열한 뒤에 마지막엔 ‘온몸을 내던지고 삶을 두려워 말아라’고 용기를 북돋우며 끝을 냅카지노 쿠폰.


둘째 연의 노인들은 죽음을 앞둔 생명을 대표합카지노 쿠폰. 죽음은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가 결국은 겪어야 할 과정입카지노 쿠폰. 태어나서 죽는 것은 또한 자연의 순리입카지노 쿠폰. 나이 든 사람들은 부모의 마음으로 어린이들에게 자리를 내어주기 위해서, 그리고 자연의 순리에 따르기 위해서,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고 담대히 죽음에 몸을 맡겨야 할 것입카지노 쿠폰. 헤세가 말하는 죽음은 끝이 아닙카지노 쿠폰. 헤세는 그의 소설 ‘데미안’에서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한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했습카지노 쿠폰. 죽음 뒤에 어떤 세계가 있는지는 오직 신(神)만이 압카지노 쿠폰. 그러나 그 세계에서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 인간은 현재의 세계를 파괴해야만 합카지노 쿠폰. 현재의 세계를 파괴하는 유일한 방법이 죽음입카지노 쿠폰. 따라서 노인들은 죽음을 겁내지 말고 담대히 죽음을 맞아 죽음너머의 새로운 세계에 태어날 준비를 하라고 헤세는 ‘봄이 하는 말’을 통해 메시지를 전해주는 것입카지노 쿠폰.


새로 태어난 어린이들은 열심히 살고 삶의 여정을 마쳐가는 노인들은 삶 다음에 있는 세계로 들어가기 위해 담대하게 죽음을 맞으라는 교훈이 해마다 돌아오는 봄이 모두에게 상기시켜 주는 말입카지노 쿠폰. 삶과 죽음은 생명의 교차이며 자연의 순리라는 것을 이 시를 통해 다시 깨닫게 됩카지노 쿠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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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충지(顯忠池)의 봄


이 봄엔

2025년 우리나라의 봄은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는 누구라도 즐거운 마음으로 맞기 힘든 봄입카지노 쿠폰. 지난해 말 내려진 계엄령으로 대통령이 탄핵되자 그렇지 않아도 분열되었던 국민들이 둘로 나뉘었습카지노 쿠폰. 주말은 말할 것도 없고 평일에도 거리 곳곳에서 탄핵을 반대하는 사람들과 탄핵을 찬성하는 사람들의 시위가 벌어지고 확성기를 통해 외쳐대는 구호 소리로 나라가 모두 시끄러웠습카지노 쿠폰. 이런 판국에 영남 지방에서 일어난 사상 최악의 산불이 꺼질 줄 모르고 타올라 재산피해는 물론 인명 피해까지 생기자 사람들의 마음은 더욱더 흉흉했습카지노 쿠폰.


이런 가운데에서도 무심한 계절은 바뀌었고 봄이 왔습카지노 쿠폰. 봄이 오자 겨우내 죽은 것 같이 엎드려 있던 자연이 생기를 되찾으며 잎을 내고 꽃을 피워냈습카지노 쿠폰. 이런 모습을 보며 봄이 즐거워야 할 텐데 금년엔 봄이 전혀 즐겁지 못했습카지노 쿠폰. 오히려 필자의 입에선 때때로 ‘國破山河在 城春草木深’이란 옛 시인의 시구(詩句)가 흘러나왔습카지노 쿠폰. 당(唐)의 시성(詩聖) 두보(杜甫712~770)가 ‘나라는 깨어져도 산하는 그대로 있고, 성안에 봄이 오니 초목은 무성해진다’라고 반군(叛軍)에게 점령된 장안(長安)의 봄 거리를 바라보며 춘망(春望)이라는 시의 첫머리에서 탄식했던 심정이 2025년 봄이 오는 대한민국의 불안한 거리를 바라보는 필자에게 전해졌나 봅카지노 쿠폰.


티브이와 신문에서 흘러나오는 안타까운 소식을 애써 외면하다가 마음을 달랠 겸 지난주에 국립묘지 현충원에 안장되어 있는 친구를 찾아갔습카지노 쿠폰. 친구의 영정 앞에서 같이 보냈던 지난 시절의 추억을 회상하다 나와서 옆길로 정문을 향해 걷다가 현충원 한쪽에 있는 연못 현충지(顯忠池)에서 잠깐 발걸음을 멈추었습카지노 쿠폰. 다양한 봄꽃이 만발하고 연꽃잎이 고즈넉하게 떠있는 아름다운 연못을 바라보며 즐거웠어야 할 내 마음은 여전히 편치 못했습카지노 쿠폰. 입에선 다시 ‘國破山河在 城春草木深’이 흘러나왔습카지노 쿠폰.


그날 집에 돌아와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켜고 이것저것을 정리하다 예전에 써 놓았던 시(詩) 한 편을 발견하곤 그때도 무엇 때문인지 올봄처럼 마음이 편치 않았나 보다 하며 읽어 본 시가 다음과 같습카지노 쿠폰.


이 봄엔

석운(夕雲)


이 봄엔

그냥 가슴이 시리다


봄이 와도

떠나는 봄의 모습이 먼저 보여 가슴이 시리다

봄 뜨락에 꽃이 피기 시작해도

지는 꽃의 모습이 먼저 보여 가슴이 시리다


이 봄엔

바람이 불면

묻어오는 추억을 받아내기에 가슴이 시리고

하늘이 푸르면

세월의 멍인 양 온몸에 내려 쌓이는 푸르름에 가슴이 시리다


이 봄엔

햇살이 너무 밝으면

그 투명(透明) 안에 내 모습이 드러나 가슴이 시리고

비가 내리면

빗속으로 사라지는 옛사람들의 환영(幻影)에 가슴이 시리다


이 봄엔

오는 봄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떠나는 봄의 모습만 보여

내내 가슴이 시리다.


2025 4월 석운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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