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lancé
*소설 '발레리나' 속 모든 에피소드와 인물은 허구입니다.
하나와의 두번째 약속에 대해 이야기 했을 때, 준석은 진심으로 걱정하는 얼굴이 됐다. 예주처럼 그도, 그들의 만남이 일회성일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근데, 사이비인 건 맞아? 지금까지의 얘기로는 평범하게 들리는데."
준석이 숨을 슷, 하고 들이마시며 물었다. 예주는 어떻게 이야기 해야할지를 고민무료 카지노 게임. 어쩌면 단순히 그녀의 착각이거나 오해일지도 모른다. 하느님을 하날님이라고 부르는 건 하나의 말대로 그저 번역된 호칭의 차이일 뿐.
"근데 내가 뭘 봤거든."
예주가 생각에 잠기며 손톱을 잘근잘근 물어뜯었다. 그녀의 시야각에 들어왔던 젊은 여자의 얼굴이 떠올랐다. 삐쩍 말라 뼈에 가죽을 발라 놓은 듯한 얼굴에 눈빛만은 또렷하고, 한편으로는 너무 반짝거려 무서웠다. 한창 이야기를 나누던 그 순간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얼굴이었다. 하지만 시간을 확인하고 일어섰을 때, 하나가 그녀를 잡으며 삼상담인지 뭔지에 대해 이야기할 때 왠 날카로운 눈매가 그들을 쳐다보는 것을 느꼈다. 물론 예주는 그 쪽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녀의 고개는, 시선은 하나와 그들의 테이블을 벗어난 적이 없었다. 그러니 뭘 봤다고 말하는 게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예주는 그 낯선 눈빛이 그저 그들을 지나쳐 가는 우연은 아니었다고 확신했다. 준석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어서 예민하게 받아들인 거 아니냐고 물었다. 그러나 예주가 '발레 눈'으로 세상을 보는 연습을 한게 꼬박 10년이었다.
"그 여자가 자기를 감시하고 있었던 거라고 생각해?"
준석은 시큰둥했지만 무료 카지노 게임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그는 부드러운 눈길로 예주를 바라보다가 물었다.
"그럼 진짜 위험한 거 아냐? 굳이 왜 또 만나려고?"
"그 여자 초짜 같았거든. 이제 막 사이비 교인이 된 거 같았어. 첫상담이라고 하는 것도 그렇고, 무슨 마일리지 어쩌구 하는 것도 그렇고. 뭘 쌓아야 된대. 왠지 그런 소리를 나한테 하면 안됐는데 해버려서 감시하던 여자가 쳐다본 것 같았어. 할말 못할 말 구분 못하는 거 보면 거기 들어간지 얼마 안되는 거고, 그러면 완전히 거기에 빠진 건 아닐 수도 있잖아."
"구해주고 싶어?"
"헤어지기 전에 물어봤어. 전도 마일리지가 뭐냐고. 왜 그걸 쌓아야 하냐고."
"뭐래?"
"한 사람에게 전도를 열심히 해서 세번의 상담을 성심껏 마치면 전도 마일리지라는 게 나온대. 그리고 상담 끝나고 내가 자길 따라서 교회에 나오면 마일리지가 세배는 더 많이 쌓인대."
"많이 쌓으면? 하늘나라 갈 때 퍼스트 클래스라도 태워 준대?"
준석이 실소를 터뜨렸다. 예주는 그런 짜치는 용어 선정마저 싸구려 사이비 같다고 생각무료 카지노 게임. 그도 마찬가지인 듯 무료 카지노 게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는데 하나만 모르는 것 같았다. 아니, 그걸 어떻게 모르지? 누가 봐도 이상하게 들리는 것들이 왜 그녀에게는, 그 종교에 빠져있는 누군지 모를 다른 이들에게는 그렇게나 진지하게 들리는지 궁금무료 카지노 게임. 그러므로 하나를 향한 예주의 감정은 고상하게 '구해주고 싶어서'만은 아니었다.
"그걸 물어볼 생각이야. 딸을 위해 열심히 해야한다고 했거든. 난 그 여자가 말도 안되는 일들을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 하는 게 그 딸 때문이지 않나싶어."
"그래서? 상담을 다 하고, 그 다음엔 어쩌게? 교회라도 따라갈 건 아니지?"
무료 카지노 게임 말문이 막혔다. 그러게. 내가 뭘 더 어쩌려고 그런거지? 상담에 응하는 것 말고는 별 대책이 없었다. 영화 주인공처럼 용감하게 사이비의 본거지에 잠입하여 하나를 구할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하나가 구해지길 바라는지도 아직은 알 수 없었다.
"나는 그냥 한번 설득해 보고 싶어."
예주가 한참만에 대답무료 카지노 게임. 그까짓 상담이라는 거 세번만 하면 된다니, 그냥 그렇게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그녀의 생각을 바꿀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상담을 끝낸 것만으로도 하나에게 도움이 된다니 무언가 대단한 일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그건 또 그것대로 그녀에겐 나쁘지 않은 일일테고.
"그랬다가 네가 설득 당하면? 우리 와이프가 사이비에 빠지면 난 어떡해?"
준석이 얼굴을 턱에 괴고 입술을 쭉 내밀었다. 귀여워 해달란 뜻이었다. 그들의 이야기가 아닌 다른 사람의 이야기로 저녁 시간이 다 채워지고 있는 게 싫다는 뜻이기도 무료 카지노 게임. 예주는 준석이 귀엽다고 생각무료 카지노 게임. 아이가 있다면 이런 느낌일까? 애교많고 다정한 남편은 한번씩 아이처럼적당히 칭얼거려 예주는 전혀 심심하지 않았다. 그들이 결혼과 동시에 딩크 선언을 했을 때 주변에서 보냈던 우려와 걱정은 현실화되지 않았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그랬다.
예주는 그 이유를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자신들의 모습에서 발견무료 카지노 게임. 대외적으로나 대부분의 시간은 성숙한 남편와 아내의 역할을 무료 카지노 게임.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한번씩 서로에게 어린 아이처럼 굴기 시작무료 카지노 게임. 어쩌면 밖에서 너무 힘든 날을 보내고 왔을 때가 시작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들은유치해지기도 하고 연약해지기도 하고 막무가내가 되기도 무료 카지노 게임. 약속한 적은 없지만 둘이 한꺼번에 그러진 않았다. 그러면 싸움이 났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한번은 예주가, 또 다음 한번은 남편이, 사이좋게 한번씩 아이가 되어 보살핌을 요구하고 또 상대를 귀여워 하며 기꺼이 베풀었다.
"그럴리 없지. 나는 사후 세계를 믿지 않아. 종교는 사후 세계에 대한 보험이라고. 보험이 필요 없는데 어떻게 가입을 시킬 수 있겠어?"
무료 카지노 게임 쭉 내민 준석의 입술에 쪽 하고 입을 맞췄다. 전혀 필요하지 않다. 아무것도. 지금 현재 말고는.
예주는 하나와의 약속을 위해 수업시간을 조금 당겼다. 제일 일찍 시작하는 수업을 듣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그녀와 만날 예정이었다. 원래 듣는 수업을 듣고 하나를 만나면 찰랑이의 산책 시간이 너무 늦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레벨에 따라 나뉘어진 학원의 첫번째 수업은 기초반이었다. 그 이후 레벨에서는 스트레칭과 웜업 운동을 각자 해결해야 하지만 발레를 시작한지 6개월이 채 되지 않는 이들이 듣는 기초반은 매트를 깔고 스트레칭을 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발레를 하는데 필요한 근력을 기르는데 꼭 필요하다고 해도 예주는매트 운동을 좋아하지 않았다. 너무 힘이 들었다. 초반에 힘이 너무 빠지면 수업 끝까지 집중하는 게 어려웠다. 물 한잔 마시고 나면 체력이 금방 충전되는 아이들과 다르게 그녀는 중년이 아니던가. 다시 에너지를 채우려면 집에 가서 한숨 자고 와야할 판이었다.
더구나 기초반이라고 해서 발레가 쉽진 않았다. 바를 두손으로 잡을 수는 있지만 순서가 단순하고 음악이 느렸다. 쉬운 순서와 느린 음악은 동작 하나 하나의 완성도를 올려야 한다는 뜻이었다.선생님은 말버릇처럼 '동작을 날리지 말라'고 했다.발레는 작은 스텝 하나도 날려선 안된다. 그러면 전체적인 완성도가 확 떨어진다. 그러니 단순하면 단순할수록, 느리면 느릴수록 힘이 들 수 밖에 없다. 조여진 부분이 조금이라도 풀리면티가 난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레벨이 올라가면 올라갈 수록 기초반 수업이 가장 어렵고 힘들게 느껴졌다.
"발무료 카지노 게임는 스텝의 하나에요. 그냥 걷는 거죠. 점프도 아니고 턴도 아니에요. 동작과 동작을 연결하면서 지나가는 거에요. 왈츠 박자로 발-랑-세, 발-랑-세."
선생님이 덩실거리는 발무료 카지노 게임 동작을 보여줬다. 포인한 다리를 옆으로 들었다가 다시 내려놓으면서 앞발과 뒷발을 수스한 채 한번씩 잘게 밟으면 된다. 별 것 아니다. 자연스럽게 3/4박자를타면서 춤 추는 것처럼 발랄하게 스텝을 맞추면 된다.실제로 작품에서는 언제 발무료 카지노 게임가 지나갔지? 할 정도로 순식간에 흘러가는 동작이다. 그러나 기초반 학생들은 머리속 회로가 단단히 엉킨듯 발, 에서 랑세로 넘어가질 못했다.
"여러분, 이게 그렇게 어려운 게 아니에요. 쿵짝짝, 쿵짝짝, 가볍게 춰야 하는데 지금 다들 쿵하고 떨어지기만 하고 짝짝이 없잖아요. 이거 다음 동작이 중요한 건데 지금 쿵짝짝도 안되면 어떡해요?"
선생님은 또 학생들을 다그쳤다. 어리버리 어수선한 어른 학생들은 푸스스 하고 멋쩍게 웃었지만 속으로는 이런 간단한 것도 마음대로 안되는 자신들의 몸뚱이를 자책무료 카지노 게임.
"그냥 후루룩 하지 마세요. 날리지 마세요. 다 보여줘야죠. 발레에는 날리는 동작이 없어요! 쿵, 하고 떨어질 때 뒷발 포인하고 쿠드피에 보여주고! 짝! 짝! 하면서 수스한 발 한번씩 바닥에서 떼고! 그때도 포인! 저한테 그런 도끼발 보여주지 마세요!"
에주는 전혀 중요하지 않으면서 중요하지 않은 티를 내면 안된다는 모순이 발레라는 생각이 들었다. 힘들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어렵지만 쉬운 척, 중요하진 않지만 허술하지도 않게. 그 양립할 수 없는 두 가지가 하나의 선상에 놓일 때, 세상이 말하는 역설과 모순이 파괴되는 순간, 그 순간의 쾌감이 발레에 자꾸만 중독되게 했다. 발무료 카지노 게임의 이름이 왈츠가 아니라 균형을 뜻하는 Balance(Balancé)인 이유도 거기 있을 것이다. 말이 되지 않는 것들이 서로 어우러져 완벽한 균형을 이루는 그 순간이 곧 발레니까.
무료 카지노 게임 다시 한번 힘차게 발을 뻗었다. 포인! 이라고 소리치는 선생님의 뾰족한 목소리가 귀를 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