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지고 배고픔이 떠오르는 저녁 시간. 후각과 청각은 이미 저녁 요리를 시작한 요란한 주방으로 향한다. 엄마의 메뉴가 무엇인지 맞추는 것은 언제나 즐겁고 설렜다. 초등학생 나는 자석에 끌리듯 주방으로 향한다. 가스레인지 앞에 엄마의 뒷모습이 보인다. 프라이팬의 이소리는 마치 빗소리와 흡사하다. '쏴아아. 치. 치' 고소한 기름 냄새가 온 집에 피어오르는 듯하다. 곧 '탁' 프라이팬 소리와 함께 팬 위로 떨어지는 '착' 소리가 따라온다면 분명 000일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숨죽여 기다린다.
'탁... 착!'
"와, 무료 카지노 게임이다."
이미 여러 장을 부치셨다. 다시 올려지는 밀가루물 뒤집어쓴 무료 카지노 게임 한 장 그리고 또 한 장... 엄마 뒤에서 지글거리는 기름과 만나 익어가는 무료 카지노 게임을 뚫어지게 보다가 속으로 '지금이야'라고 외친다. 곧 눈 깜짝할 사이 뒤집힌 배추의 다른 면을 만나면 엄마와 통한 그 타이밍으로 짜릿함을 느낀다. 달력 한 장을 북 찢어서 깐 소쿠리 위엔 무료 카지노 게임이 계속 교차해서 오르고 적당히 식는다. 먹을 줄 아는 사람은 지금 먹어야 한다. 배추의 길이 대로 길게 찢어서 돌돌 말아 호호 불며 입에 넣으면 겉은 바삭하고 안은 촉촉한 달큼한 맛. "츄르릅" 그게 그렇게 맛있다는 거다.
어른이 된 나는 입맛이 없거나 허전하면 지금도 냉장고에서 배추를 꺼낸다. 배추전은 경상북도 토속 음식이다. 친정 엄마 고향, 즉 나의 외갓집이 문경이어서 경상도식 음식에 친숙하다. 만드는 방법이 워낙 간단해서 누구나 도전가능하다. 우선 밀가루 반죽을 준비한다. 반죽이 국자로 들었을 때 뚝뚝 떨어질 만큼 묽어야 하는 게 포인트. 배추는 뚝뚝 낱장씩 뜯어서 씻어주고 물기를 제거한다. 대충 무심하게 하면 된다. 이렇게 재료 준비 끝이다. 이제 배추를 반죽에 묻혀서 뚝뚝 흘려가며 적당히 달궈준 프라이팬에 올려준다. 조리대 주변이 떨어져서 굳어진 밀가루로 닦지 않으려면 최대한 반죽물이 프라이팬과 가까이 있는 것을 추천한다. 불조절은 몇 번 부치다 보면 타이밍이 보일 것이다. 너무 낮은 온도로 오래 지지면 기름 잔뜩 먹은 축축하고 허연 배추전을 먹어야 한다. 인생은 타이밍. 요리도 타이밍.
서너 장 금방 부쳐서 자를 필요 없이 접시에 올린다. 세로로 죽죽 길게 찢어서 간장 양념에 찍어서 먹으면 '이거야, 이거.' 내가 아는 그 맛이 올라온다. 익숙하면서 왠지 모르게 착해지는 맛이다. 얼핏 보면 맛을 예측할 수 없는 소박한 자태를 띄고 있어 그런 느낌이 들었을까. 먹다 보니 어느새 혼자 다 먹었다. 남편은 무료 카지노 게임에 손을 못 댄 것인지, 안 댄 것인지 모르겠다. 장모님이 만든 무료 카지노 게임을 보고 남편은 결혼하고 처음 먹어봤다고 했다. 그때 내가 한 말을 기억한다. "배추 이렇게도 먹어." 분명한 것은 남편은 내가 느끼는 무료 카지노 게임에 대한 나의 추억을 모를 것이고 상관없다. 그도 그만의 추억이 깃든 음식이 있을 것임으로.
내게 당신의 소울푸드가 무엇인지 누군가 묻는다면 나는 배추전이라고 말하겠다. 배추전에 무엇이냐고 또 묻는다면 나는 그런 게 있다고 말할 것이다. 딱히 설명하지 못하고 설득할 이유 없이 나는 이 음식에 채워진 추억이, 이미지에 편안함을 느낀다. 한 개인의 시간과 공간이 녹아 있는 느낌이랄까. 사회생활 하면서 맛집을 찾고 음식을 다양하게 먹었다. 화려한 플레이팅과 그 맛에 감동하면서 즐겁지만 음식은 음식일 뿐이다. 배추전은 음식이 아니라 안식과 위로의 메타포가 되었다. 피곤하고 지친 미각을 '작은 감탄'으로 깨우고 무뎌지고 내 안의 감각들을 진동한다. 그 울림이 더 소소한 것들에 지나치지 않고 나답게 반응할 힘을 불어준다. 다행이다. 배추와 밀가루만 있으면 되니 말이다. 그 별거 아님까지도 맘에 든다. 언제든 손이 닿는 곳에 위안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