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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오바니 Dec 29. 2024

카지노 게임 추천 혈혈단신 살아남기(13)

희로애락

2004년 어느덧 3월


한 달가량 머물던 친구가 떠난 한동안 그 빈자리가 너무나 썰렁했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테가 나기 마련이다. 그녀가 있는 동안은 그녀의 재력(?) 덕에잠시나마 관광객처럼 지낼 수 있었다. 그 비싼 한국식당에 가서 마음껏 김치전골을 먹고 렌터카를 빌려 소도시로 나들이도 다녀왔다. 펍에서 돈 걱정 없이 스테이크도 시켜 먹고 택시 타고 집에 오기도 여러 번, 하지만 이제 다시 가난한 고학생의 현실로 돌아와야 할 시간이다.


이제 카지노 게임 추천생활도 4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오전에 수업 듣고 오후에 맥도널드에서 일하는 생활 패턴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물론 아직도 맥도널드에서 기계처럼 취급받는 시스템에 대한 거부감은 여전하다. 얼마 전엔 탈의실에서 결국 혼자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너무 컨디션이 안 좋은 날이었다. 그런데 그날따라 손님들은 끊이질 않았고 정말 발바닥에 감각이 없어질 정도로정신없이 주문을 쳐내야만 했다. 점심시간이 끝나도 손님들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결국 말릭은 나의 예정된 업무 시간이 끝났음에도집에 보내줄 생각이 전혀없었다. 힘들다고, 내 쉬프트는 끝이 났다고 보내달라 요구했지만 그는 묵묵부답이었다. 평소였다면 한 푼이라도 더 벌 수 있음에 기뻐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날 난 너무 힘들어도 차마 자리를 박차고 나갈 수 없어 힘겨운 몸을 가까스로 지탱하며 매장이 한산해질 때까지 버텨야만 했다. 그러다 결국 서러움이 북받쳐 올랐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말이 이렇게 서럽고 비참한 뜻이라는 걸 처음 깨닫게 되었다. 바로 얼마 전, 일할 수 있게 된 것에 뛸듯이 기뻤던 기억이 너무나 무색하게도 이렇게 난 바로 그 '일'때문에 분노와 슬픔으로 마음이 무너지는경험을 해야만 했다.

카지노 게임 추천Hammersmith Bridge

그렇게 마음이 힘든 날이면 난 어김없이 해머스미스 브릿지에 간다. 템즈강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곳이다. 우리나라의 멋진 한강처럼 크고 웅장하진 않지만 템즈강도 나름의 운치가 있다. 강변을 따라 늘어선 펍 앞에는 맥주병을 손에 든 사람들이 저마다 하루의 회포를 풀고, 그 앞 풀밭에는 나들이를 온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술도 못 먹는 나는 기껏해야 주전부리를 사들고 그 앞 벤치에 앉아 강을 바라보는 게 전부다. 그러나 그 길지 않은 시간이 내겐 힐링이다. 이곳에서 강을 지나가는 배와 다리 위를 끊임없이 오가는 차들을 보고 있으면 흘러가는 카지노 게임 추천이 체감된다. 그러면그 카지노 게임 추천의 감각들이 내가 이곳에 왜 왔는지 다시 한번 곱씹고 마음을 다잡게 만들어 준다. 지금의힘든 이 카지노 게임 추천도 곧 과거가 될 것임을상기시키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다.


그리고 사실요즘 또 하나의 큰 위안거리가 생겼다. 이곳에 온 후로 처음 맛본 오락거리라고 해야 할까. 바로 한국 드라마 대장금이다. 새로 이사 온 룸메이트 언니를 따라 얼마 전부터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다. 거기서 사람들끼리 돌려보는 비디오테이프를 언니가 빌려온 것이다. 영어공부 해야 하는데 무슨 한국 드라마냐며 탐탁지 않아 했던 스스로가 부끄럽게스리 첫회부터 5회까지 정주행을 하고 말았다. 방에는 당연히 티브이가 없어 1층 거실에 있는 마이클의 티브이를 빌려 봐야 하는데 문제는 이 집이 방음이 너무 형편없다는것이다. 드라마는 봐야겠고 일과를 마치면 허락된 시간은 늦은 밤밖에는 없으니 아무리 소리를 줄여도바로 옆방에서 자고 있는 마이클이 깰까 봐 심장이 두근거렸다. 녹화 상태도 좋지 않아 화면 중간에 까만 줄이 쭉 가 있고 심지어 계속 지직대는 테이프를 보면서도언니와 나는 쉴 새 없이 낄낄댔다. 그러다 결국 시끄럽다며 잠을 깬 마이클에게핀잔도 들었다. 너무 미안해서 숨죽이고 티브이 볼륨을 최소한으로 맞춘 뒤 화면에 얼굴을 고정시키고 몇 시간을 집중하니 새벽녘엔 눈이 빠질 지경이다. 그런데도 차마 포기할 수없었다. 한국말을 하는 사람들이 예쁜 한복을 입고 맛있는 한국음식을 만드는 저 모습에 내 오감이 반응했다.

한국에서도 잘 보지 않던 드라마를 카지노 게임 추천이렇게 다음 편을 눈 빠지게 오매불망 기다리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유야 어찌 됐든 대장금은 나의 헛헛한 뱃속을 맛있는 음식이미지로 채워주고 한국말에 목말라하던 내 귓속을 찰진 한국말로 축여줬다. 대장금과 함께 하던 몇 주의 밤은 이렇게 갑작스러운열병처럼 지나갔다.

비록 주간은영어공부엔 도움이 되지 않았을지언정 아주 오랜만에 잊고 있던 웃음을 되찾았다.


사람의 인생엔 희로애락이 있다고 하질 않던가. 기쁘고화나고 슬프고 즐거운 일. 항상 기쁠 수만도 화만 낼 수도 없다. 이 모든 감정이 균형이 잘 맞아 중도를 이뤄낼 수 있다면 하루를 잘 살아내는 것이 아닐까. 그러니 다시 슬픔과 분노가 닥쳐오면 이를 상쇄시킬 기쁘고 즐거운 일을 찾아 나서면 된다. 내 하루가 바로 설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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