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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오바니 May 11. 2025

혈혈단신 카지노 가입 쿠폰에서 살아남기 (32)

히드로 공항에서의 새로운 시작

2006년 어느덧 가을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었다. 그와 동시에 새로운 직장에 취업도 했다. 이번엔 파트타이머가 아니라 정식 직원이다. 학교에 다니면서 정직원이 될 수 있던 건 9-6의 데스크 사무직이 아니라 항공 스케줄에 따라 일하는항공사에 취직했기때문이다. 스칸디나비안 항공사(SAS)의 런던 히드로 공항 지상직으로 일하게 되었다. 물론 이 기회도 그곳에 이미 근무를 하고 있던 친구의 소개로 알게 된 케이스다. SAS는 자사의 항공편 외에도 한국의 아시아나항공, 타이항공, 에티하드 항공등의 런던 내 운영을 맡고 있다. 한국어가 가능한 직원을 뽑고 있다는 내부정보에 두 번 고민 않고 지원을 했다.


공항으로 면접을 보러 가는데 멋지게 유니폼을 입은 항공사 직원들이 이전과는 다르게 보인다. 내 전공과는 전혀 관계없는 일이지만 세계에서 가장 바쁜 히드로 공항에서 일하며 전 세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건 후에 무슨 일을 하든 도움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생각보다 면접은 편안했다. 런던에서 면접을 여러 번 봤지만 우리나라처럼 사람을 면전에서 면박 주거나 당황하게 만드는 압박면접 같은 건 없다. 대신 가장 편안한 환경을 만들어주고 그 사람을 제대로 알고자 하는 꽤 디테일한 대화가 오간다. 게다가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기에 전혀 어려울 것이 없었다.


항공사 카지노 가입 쿠폰으로 가장 우선순위에 두어야 할 3가지가 무엇인지
중요한 순서대로 얘기해 봐


이 질문에 대한 모범답안은 첫째는 안전(Safety), 둘째는 시간엄수(Punctuality), 마지막이 서비스(Service)다. 얼마 전 있었던 테러로 인해 공항의 보안 수준이 굉장히 높아지며 액체류 반입이 불가해졌을 뿐만 아니라 언제 또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겉으로는 평화로워 보여도 삼엄한 긴장감이 계속 감도는 요즘이다.그러니무조건 안전이 제일일 수 밖에 없다.그리고 공항에서 절대 하지 말아야 할 한마디가 있었으니 이는 바로 'Bomb! 폭탄'이란 단어다. 면접 말미에 면접관은 어떤 상황에서도 공항내에서는 절대 단어를 입 밖으로 내어서는 안 된다며 신신당부를 했다.


순조롭게 취업이 확정된 후 교육에 들어갔다. 열댓 명의 동기들과 함께 체크인, 보딩 시스템을 다루는 방법을 배우고 기본적인 소양 교육을 받게 된다. 나를 제외하곤 전부영국인들이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들과 같은 기수로 교육을 완료하고 마지막날 치른 최종 테스트에서 내가99.7점으로 거의 만점을 받으며1등을 차지했다. 20대부터 50대까지 나이와 성별이 전부 제각각인 그룹인 걸 감안해도 네이티브들을 제쳤다는 생각에엄청 으쓱한 기분이었다.첫날 출근해서 슈퍼바이저한테 내 이름을 얘기하니 다들 하나같이 네가 거의 만점으로 테스트 1등 한 아이구나 라며 이렇게 높은 점수는 처음 본다고 하나같이 칭찬을 한다. 그냥 한국에서 공부하듯이 한 것뿐인데, 여기선 엄청 대단한 일처럼 느껴진다. 높은 점수를 받은 덕에 첫날부터 몸이 편한 비즈니스석 체크인을 맡게 되었다.


본사가 덴마크이다 보니 그 나라 국민들 평균 신장에 맞춘 유니폼은 키 175가 넘는 내가 입어도 바지길이를 줄여야정도로 길다. 여태껏 바짓단을 낸 적은 있어도 줄여본 적은 없던 터라 재밌고 생소한 경험이다. 특히 덴마크가 추운 나라인 탓에 양모로 만든 널찍한 숄과 두툼한 롱코트까지 지급받았는데 가능적으로 아주 훌륭해서 마음에 꼭 다. 유니폼을 잘 차려입고 히드로 공항 보안출입카드까지 목에 거니 진짜 직장인이 된 기분이다.


처음 맡게 된 건 한국행 아시아나 비행기다. 밤 9시에 출발하는 비행기의 체크인과 보딩을 담당하고 필요할 땐 입국하는 한국 승객들의 이민국 통역도 도와줘야 한다. 5시 체크인 데스크 오픈 시간에 맞춰 출근하려면 오후 수업은 가끔 중간에 나오거나 아예 수업신청할 때 모든 수업을 오전으로 밀어 넣어야 하는데 이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꼭 필수로 들어야 하는 수업이 오후에 있는 경우도 있어 난처할 때가 많다. 정직원으로 일하게 되니 마음가짐도 달라져 일과 공부 어느 하나도 허투루 할 수 없어 매일이 긴장의 연속이다.


그러나 이 정신없는 와중에도 공항에서 일하는 건 생각보다 더 흥미롭고 즐거운 경험이다. 무엇보다 좋은 점은 매일시프트에 맞춰 일을 하다 보니 언제나 새로운 슈퍼바이저와 동료들, 그리고 당연히 새로운 승객들과 일을 하게 된다는 점이다. 항상 새로운 사람들과 일하게 되니 딱히 사람 스트레스도 없었고 9시가 넘어 비행기가 하늘에 뜨는 순간 (airbourne) 10시가 업무 종료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퇴근하는 것이 허락된다. 내일 일을 걱정하거나 업무가 남아 집으로 가져가는 일 따위는 없는 참으로 단순한 일이다.

물론 승객들이 진상인 경우는 언제나 있다. 대부분의 경우는 한국 승객들이 엄청 많은 짐을 실으면서 추가금을 안 내겠다고 버티며 '내가 누군지 아냐'라고 공항이 떠나가라 고래고래 소리를 지를 때다. 그럴 때면 우리 회사는 무조건 직원의 안전과 신변이 최우선이기에 먼저 경고를 하고 말이 안 통하면 보안요원을 불러 조치하라고 교육한다. 그러나 아시아나 항공의 대처는 이와는 사뭇 달랐다. 달래고 얼르고 지점장님까지 나서서 상황을 무마하고 나서도 그 고객이 후에 컴플레인을 하면 그 직원은 뭔가 불이익을 받게 되는 시스템이다. 그럴 땐 내가 SAS 직원인 게정말다행이다 싶다.

카지노 가입 쿠폰외국인 동료들사이에서도 난 키가 큰 편이라 항상 끝에 섰다.

히드로 공항에는 한국의 유명인들도 자주 찾아왔다. 축구선수, 영화감독, 배우, 가수 등 다양한 사람들이 무수히 런던을 오간다. 그러나 2003년 이후로 한국 티브이를 본 적이 없는 나는 이전부터 아주 유명한 이들이 아니면 전혀 알지 못한다. 한 번은한국의여배우라는 사람이 비즈니스 티켓을 들고 보딩 게이트에 서서 나를 한참 째려보았다. 말은 안 해도 '너 나 모르니? 알아서 빨리 들여보내줘'라는 무언의 압박 같았다. 보딩이 시작하면 어련히 알아서 입장시켜 줄 건데 뭔 놈의 성미가 그리 급한지... 나중에 알고 보니 그녀는한국에서진짜로 꽤 유명세를 타고 있는 배우였다.


이민국에서 통역을 하다 보면 황당한 경우도 많이 맞닥뜨리게 된다. 어느 날은 30대 초반쯤 되어 보이는 어떤 여자의 통역을 지원하게 되었다. 대부분 평범한 사람들은 이민국 직원 앞에 서면 긴장한 웃음을 짓거나 직원의 말을 잘 알아듣기 위해 주의를 집중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녀는 서 있는 자세부터 삐딱할 뿐 아니라 몸을 건들거리며 흔들기까지 했다. 아무래도 이 승객의 행동이불안해서 승객에게 똑바로 서라고 눈짓으로 말하며이민국 카지노 가입 쿠폰을 향해 어색하게웃었다.빨리 이 시간이 지나가길 간절히 바라던 찰나, 그녀가 그 건들거리는 몸을 잠깐 멈추더니 한 손을 올려 손가락으로 이민국 직원을 가리켰다. 동시에 총을 쏘는 흉내를 내며 소리 내어 '빵'하는 것이 아닌가! 난 순간 이 미친 × 이 정말 돌았구나 싶었다. 천만 다행히도 이민국 직원이 여권을 내려다보고 있던 덕에 그 모습을 보지 못했기에 망정이지, 분명 정신이 이상하다며 다시 한국으로 돌려보내졌을만한 사건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비행기와 사람들이 오가는 공항인 만큼 매일매일 이처럼 생각도 못한 일들이 빵빵 터진다. 그 덕에 지루할 틈 없이 세계 각국의카지노 가입 쿠폰들과 직접 부딪히며더 넓은 세상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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