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고독한 농부의 편지』, 이동호, 책이라는신화, 2025
봄이 오는 것 같더니 이내 다시 바람이 차다. 겨울에는 어서 봄이 오기를 기다리고, 아기를 품은 엄마는 출산을 손꼽아 카지노 게임 사이트. 집에 가는 버스를, 방학을, 주말을, 일일연속극을 기다리고, 누군가는 민주주의를, 종전을 그리고 내일을 카지노 게임 사이트. 어쩌면 인생은 기다림의 연속이 아닐까.
서울대 농대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가 부모가 계신 고향으로 귀농을 한 농부가 있다. 대한민국에서 서울대면 내로라하는 자리에 갈 수 있었을 텐데, 그는 주류의 삶을 버리고 비주류의 영역으로 넘어갔다. 무엇이 그를 끌어당겼을까?
시골에 내려간 그는 농사를 짓는다. 몸을 써서 하는 일이 그렇듯이 농사는 고단한 하루를 모으는 일이다. 새벽부터 들로 나가 해를 맞이하고, 씨를 뿌리고, 풀을 매고, 물을 대고, 터덜터덜 지친 발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오는 그런 하루 말이다. 해가 저물고 나른한 저녁이 되면 농부는 하루를 되돌아본다.
『어느 고독한 농부의 편지』는 이동호 저자가 가족과 지인들에게 그날의 일을 적어 보낸 편지를 묶은 책이다. 농사를 지으며 그가 느끼는 작은 배움들을 모은 지혜의 보따리다. 농사는 하느님과 하는 동업이고, 그는 늘 하느님 눈치만 보며 산다고 한다. 날이 맑아도, 비가 많이 와도, 가물어도 걱정거리가 많다. 하지만 농부는 걱정하지 않는다. 비가 와서 감사하고, 해가 떠서 감사하다. 걱정을 감사로 바꾸며 매일을 산다.
“활시위를 힘껏 잡아당겨 활이 둥카지노 게임 사이트 모습으로 변하는 모습을 만궁이라 하지요. 저는 무가 만궁이 되기를 기다립니다. 그때 무의 참맛이 나옵니다.
자기가 하는 일이 시위를 한껏 잡아당길 때 활처럼 서서히 둥그런 모습으로 변하는 긴장감과 짜릿함이 온몸을 전율시키던 그런 기억들이 있을 겁니다. 그런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무를 기를 때도 있습니다.”
한껏 활이 당겨져 둥그렇게 만궁이 된 모습, 만궁이 되어야만 화살을 쏠 수 있고, 그래야만 멀리 날려 보낼 수 있다. 내가 만궁이 되었는지 아닌지는 남들의 눈에는 절대 보이지 않는다. 나만 알 수 있다. 지금 얼마만큼 휘어져서 얼마나 멀리 달려 나갈 준비가 되어있는지.
그는 만궁을 기다리는 것이 아닐까. 줄곧 왜 그가 고향으로 돌아갔는지 의문이었다. 왜 비주류의 삶을 택했는지 의아했다. 답은 ‘자기만의 만궁’이었다.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와 실제가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기준과 달랐다. 기준을 뒤집으면 주류는 비주류가 되고, 비주류는 주류가 된다. 입장이 바뀐다. 그래서 누구의 삶도 내 기준으로 판단할 수 없음을 알게 된다.
그는 열무씨와 경종 배추 씨앗을 뿌리고 싹이 올라오길 기다린다. 들큼한 벼꽃의 향내를 기다린다. 가을을 기다린다. 댑싸리가 자라기를 기다린다. 비를 기다린다. 그는 만궁을 기다린다. 그런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무를 기르고, 사람을 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