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발명』, 정혜윤, 위고, 2023
요즘은 무엇이든지 과하고 풍족해서 오히려 아끼는 마음이 덜해 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먹는 것도, 입는 것도 거의 그렇다. 너무 옛날 얘기라서 아이들은 믿지 않겠지만 옛날에는 크리스마스 전날 밤에 산타할아버지가 ‘종합선물세트’라는 과장 상자를 선물로 주고 갔다. 그 당시에는 소풍날이나 생일날 같은 특별한 날이 아니면 구경도 못할 비싼 과자들이 들어 있었고 무엇보다 우리를 흥분시킨 것은 어마어마한 과자의 양이었다. 형제자매와 나눠 먹지 않고 혼자 먹는다면 1년도 더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혔던 과자 보따리였다. 당연히 동생들도 각자의 몫으로 한 상자씩 받았으니, 몰래 감춰 놓지 않고 먹고 싶을 때 먹으면 된다. 나만의 순서를 정하고 야금야금 꺼내 먹었다. 가장 맛있는 과자는 나중에 먹으려고 아끼고 또 아낀다. 과자를 먹을 때마다 상자를 열어 안에 잘 있는지 한 번 확인하고 다시 상자를 덮는다. 아끼는 마음은 그렇게 시작된다.
정혜윤 작가의 『삶의 발명』을 처음 만났을 때, 산타할아버지가 주고 간 종합선물세트를 받은 기분이었다. 한 편 한 편 읽는 것이 아쉬웠다. 뒤의 내용이 궁금하면서도 다 읽는 게 너무 아까웠다. 귀하게 아끼면서 읽었던 이 책은 정혜윤이 수집한 삶의 사전이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 삶에 다녀가는 셀 수 없이 많은 이야기들은 어디서 시작되고 어디에서 끝이 날까. 저자는 이야기가 아니면 우리에게 일어난 일을 이해하고 나눌 방법이 없으며, 자신에게 삶은 좋은 이야기를 찾는 과정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모든 생명체는 모두 자기 나름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으며 언젠가 우리는 모두 이야기 속으로 사라진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카지노 쿠폰 사람, 듣는 사람, 그리고 전해주는 사람이 없다면 이야기는 그저 허공을 떠도는 소리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1999년 6월 30일 씨랜드 화재 참사, 2011년 7월 25일 춘천 산사태, 2003년 2월 18일 대구 지하철 참사, 2016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이 사건들의 공통점은 ‘카지노 쿠폰하는 사람을 잃었다’는 것이다.
카지노 쿠폰하는 존재를 더 이상 만질 수 없다는 사실은 마치 한 세상이 끝나는 것과 같은 고통이 따라온다. 잠을 잘 수도 밥을 먹을 수도 없다. 도무지 끝을 알 수 없는 칠흑빛 동굴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절망 그 자체다. 인정하고 싶지 않고 그럴 수만 있다면 신에게 따지고 싶은 일이다. 세상의 그 어떤 것으로도 대체가 불가능한 일이다. 카지노 쿠폰하는 사람을 잃은 이들은 그렇게 ‘유족’이 된다.
이 책의 두 번째 꼭지인 「카지노 쿠폰의 발명」은 유족들의 이야기다. 그 글을 읽기 전까지 참사를 겪은 유족들의 행보에 대해 자세하게 알 수 없었다. 무력한 희생자이기를 바랐던 국가를 향해 자식을 잃은 부모들은 잃어버린 사건의 단서를 찾기 위해 몸부림을 쳤다. 모기향을 피우는 실험을 하고, 산에 올라 산사태가 인재임을 밝혀냈다. 마스터키를 뽑아서 탈출한 기관사에게 책임을 돌리는 대신 그들은 지하철 차량의 내장재를 불연재로 교체해 달라는 목소리를 내었다. 세상이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을 때에도 그들은 절망 대신 희망을 선택했다.
내가 카지노 쿠폰하는 사람은 이미 죽고 없지만, 카지노 쿠폰하는 사람을 잃어버린 나의 세상은 영영 캄캄할 테지만, 당신은, 당신들만큼은 제발 나처럼 카지노 쿠폰하는 사람을 잃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마음. 내가 슬퍼봤으니, 이 슬픔이 얼마나 처절한지 알았으니, 당신들은 결코 이런 슬픔은 겪지 않기를 바라는 그 마음. 그것이 바로 카지노 쿠폰의 발명이다.
“나는 유족들에게서 카지노 쿠폰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법을 배웠다. 유족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다. 삶도 죽음도 무의미하지 않기를 바라는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다. 삶도 죽음도 무의미하다는 그 무의미와 싸우며, 자신의 아픈 가슴속 생각 중 가장 좋은 것을 내주면서 변화의 일부분이 되려고 하는 것이 유족들의 카지노 쿠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