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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롤라 Apr 25. 2025

역사적인 날

Ep 7. A historic day

처음 어학원 밖으로 놀러 나간 건 세부 도착 후 6일 만이었다. 카지노 가입 쿠폰 한 명 없이 필리핀 생활을 마무리할 뻔하다, 아직도 연락을 주고받을 정도로 소중한 카지노 가입 쿠폰들을 사귀게 된 역사적인 날이기도 했다.


회사에 나갈 필요도 없고 일 생각을 할 필요도 없고 오로지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만이 미덕인 학생으로 다시 돌아간 기분을 만끽하는 일은 아주 행복했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수업이 없는 토요일에도 기숙사 방에서 자습을 했다. 생전 관심 없던 생물학과 물리학 지문이 어쩜 이렇게 재미있는지, 교재에 나오지도 않은 개념까지 더 찾아가며 공부했다. 오랜만에 일과 관련 없는 공부를 하며 안 쓰던 뇌를 써서 그런지 왠지 유식해지고 있는 것 같다는 착각마저 들었다.


일요일에는 한번 동네 카페에 가보기로 마음먹었다. 마음을 먹긴 했는데 사실 좀 무서웠다. 처음 부모님께 어학연수 이야기를 꺼냈을 때, 이제 막 어느 나라로 가는지 밝히려는 시점에 엄마가 “그래,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살아야지. 필리핀만 아니면 돼-”라며 온갖 필리핀 관광객 연쇄 납치, 실종, 살인 사건에 대해 알려주기 전까지만 해도 거리를 나서는 게 이렇게 떨릴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나라 이름 먼저 말하는 거였는데..


용기 내어 밖으로 나왔지만, 도보로 10분도 안 걸리는 카페가 너무 멀게 느껴져 한국에 있는 짝꿍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국에서도 가끔 길이 어둡거나 골목에 사람이 없어 오싹한 기분이 들 때마다 짝꿍이나 가족에게 전화 찬스를 쓴다. 목소리를 들으며 걸으면 마음이 조금은 편해진다. 짝꿍이 못 받으면 엄마→아빠→언니→동생 순으로 전화하려고 했는데 다행히 첫 시도 만에 성공했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혼자 다니지 말라는 걱정 어린 잔소리에는 그러고 싶지만 카지노 가입 쿠폰가 없다. 나도 슬프다- 전략으로 대응했다.


아무래도 카지노 가입 쿠폰를 못 사귈 것 같으니 카지노 가입 쿠폰 없이 공부만 하겠다는 선전포고에 짝꿍이 전혀 믿으려 하지 않아, 그룹 수업에는 가족과 함께 온 14살 중국 카지노 가입 쿠폰 한 명뿐이고 식당에서 모르는 사람 붙잡고 다짜고짜 말을 거는 방법 외에 카지노 가입 쿠폰를 사귈 방법이 없다며 나름의 논리를 보태려던 차였다. 놀랍게도 어제 식당에서 내가 무작정 말을 걸어 같이 밥을 먹었던 대만인 카지노 가입 쿠폰가 눈앞을 지나갔다..


방금 짝꿍에게 했던 말은 까맣게 잊은 채 카지노 가입 쿠폰에게 인사하고 오겠다며 서둘러 통화를 끊고 카지노 가입 쿠폰 이름을 불렀다. 카지노 가입 쿠폰랑 카페에 가서 더 친해지고 싶은 마음에 오후 일정을 물었더니, 다른 카지노 가입 쿠폰들과 시내에 나가기로 했는데 혹시 생각 있으면 같이 가자는 제안을 해주었다. 당연히 고민은 1초도 하지 않고 덥석 물었다.


혼자 카페에서 영어 단어나 외우며 세부에서의 첫 일요일을 보낼 뻔했던 나를 구원해 준 고마운 대만인 카지노 가입 쿠폰 1명, 일본인 카지노 가입 쿠폰 3명, 한국인 카지노 가입 쿠폰 1명과 함께 현지 사람들만 탄다는 교통수단 지프니도 타보고, 망고 음료도 마시고, 인생네컷도 찍고, 시장 구경도 하고 사람 구경도 하며 재미나게 시간을 보냈다.


알고 보니 이날은 대만인 카지노 가입 쿠폰의 세부에서의 마지막 날이었다. 만나자마자 헤어져야 한다니 속상했지만, 이 카지노 가입 쿠폰는 한국에, 심지어 내가 고등학교 대학교 시절 거의 살다시피 했던 혜화에 살고 있어서 귀국 후에 다시 만나기로 약속했다. 한국어를 나보다 잘하는 카지노 가입 쿠폰라 아마 이 글도 읽고 있을 텐데, 다시 한번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이날은 일본인 카지노 가입 쿠폰 한 명의 생일이기도 했다. 또 다른 일본인 카지노 가입 쿠폰가 시장에서 갑자기 꽃을 열심히 고르더니 깜짝 이벤트로 이 카지노 가입 쿠폰에게 생일 선물로 꽃을 선물했다. 이 돈독한 관계가 너무 스윗해서 나도 이들과 더 친해지고 싶어 졌다(그리고 나는 훗날 꿈을 이루게 된다).


특별한 날인 만큼 우리는 야시장에서 필리핀 현지인들이 먹는 음식도 먹어보고 멋진 바에도 가보기로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세상에 돼지 뇌 요리가 있다는 사실도 몰랐는데 이날 연잎같이 생긴 풀에 싸인 밥을 돼지의 두피와 장을 끓여 만든 소스에 찍어 먹는 진귀한 경험을 했다. 사실 기대 안 했는데 진짜 맛있었다. 원래도 거의 모든 음식을 맛있어하는 편이지만 이 요리는 워낙 인상 깊었어서 그런지 아직도 생각난다.


든든히 식사를 마치고 카지노 가입 쿠폰가 선생님께 추천받은 멋진 바로 이동하는 길에 이날 생일을 맞이한 일본인 카지노 가입 쿠폰와 깊은 대화를 나눴다. 왜 영어를 공부하려 하는지, 이전에 하던 일은 뭐였는지, 이름은 무슨 뜻인지, 아는 일본어-한국어는 뭐가 있는지,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뭔지에 대해서 쉬지 않고 떠들다 보니 이 카지노 가입 쿠폰가 더욱 좋아졌다.


영어로 소통을 할 수 있다는 게 이렇게나 감사한 일이구나 싶으면서도 내 생각을 더 잘 표현하지 못하는 게 아쉬워 더 열심히 공부하고 싶어졌다. 이 카지노 가입 쿠폰는 세부에서의 공부를 마치고 나면 뉴질랜드로 워킹홀리데이를 간다고 했다. 진담 반 장난 반으로 놀러 가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한 달 뒤 나는 이 카지노 가입 쿠폰를 만나러 뉴질랜드에 가게 된다..)


만약 한국이었다면 돈 많은 사람들만 갔을 것 같은 화려한 바에 도착해 음료를 하나씩 시켜 마시며 우리는 서로의 이상형과 전 연애 이야기를 했다. 나고 자란 국가는 달라도 다들 생각하는 건 비슷했다. 다섯 명 중 유일하게 성별이 남자였던 일본인 카지노 가입 쿠폰는 때때로 “남자들은 왜 그래?”, “이런 건 좀 배워야 해-” 등의 공격에 시달리며 메모하는 척을 해야 했다. 그 카지노 가입 쿠폰에게도 이 대화가 부디 즐거웠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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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도 공부만 하겠다던 다짐을 했던 과거의 나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날을 계기로 나의 잠들어 있던 여행 본능이 깨어나고 만다. 주말마다 하루도 빠짐없이(가끔은 평일에도..) 카지노 가입 쿠폰들을 모아 세부 곳곳을 탐색하러 다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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