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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 and Jan 08. 2025

와세다카지노 게임 하루키, 발리카지노 게임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현장 독서와 현장 영화 관람

올해는 책과 영화를 유난히 즐겼던 운 좋은 해였다. 연말에 한 해를 돌아보면 기억에 남는 책이나 영화가 한 두 권, 한 두 편 있기 마련인데, 올해에는 감동받은 것을 넘어서 온몸으로 경험을 한 책과 영화들이 여러 개이니, 나의 2024년은 참으로 운이 좋았다 할 수 있겠다.


이전 브런치 글에도 썼지만, 빔 벤더스 감독의 [퍼펙트 데이즈]를 보고 난 후 도쿄행 비행기표를 끊어 도쿄에 다녀왔다. 한국에서 20년도 넘게 살면서 그 가까운 일본을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었는데 오히려 더 멀리 떨어져 살고 있는 지금, 영화 한 편으로 일본에 가게 될 강력한 동기를 느끼게 되다니... 주인공, 히라야마가 살던 아파트, 도쿄 스카이 트리, 스미다 강 주변과 다리, 아사쿠사 역의 야키소바 가게, 그가 날마다 청소하던 우에다 공원 쪽의 화장실과 간단한 점심 식사를 하며 쉬곤 하던 한 신사까지... 꼼꼼하고도 천천히 돌아보았다. 어떤 장소들은 달려서 가 보았고, 어떤 장소들은 걷거나 자전거로 돌아보았다. 물론 그 장소에 충분히 머물며 노트에 글을 쓰며 온전히 그 시간에 흠뻑 젖어 보았다. 사실, 8월에 영화를 봤고 11월에 도쿄에 갔으니 영화의 장면들은 이미 희미해진 지 오래였다. 하지만 이 영화와 영화로 시작된 내 일본 여행은 이미 영화의 장소에 가 보고 싶다는 마음을 넘어서 나의 8월 학기를 온통 흥분과 기대로 가득 채웠으니 내 인생의 한 부분을 의미 있게 만들었다는 데에 그 의미가 매우 컸다. 학기가 시작하기 바로 전에 영화를 보고 학기 마지막 수업이 끝나는 날 도쿄행 비행기표를 끊어두었으나 사실 내 마음속에선 비행기표를 산 날부터 이미 여행은 시작되었다. 그로 인해 느낀 벅차오르는 감정, 이것은 아마도 그 어떤 소비 (돈과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다는 측면에서)보다 '가성비 갑'이다. 영어로 말하면 intangible outcome, 즉 무형의 결과물라고 할 수 있는데 중요한 건 강력한 감정이 지속되는 시간은 놀라울 정도로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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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 간 김에 하루키의 서재를 재현해 놓은 와세다 대학의 국제학부도 안 가 볼 수가 없었다. 이번 도쿄 여행에선 하루키가 가끔 달리기 연습을 했다고 쓴 우에노 공원과 도쿄 인들에게 인기가 많은 황궁런을 모두 경험했기 때문에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고 지하철로 와세다 대학까지 갔다. 가을 은행잎으로 노랗게 물든 교정, 나의 모교인 외대와 비슷한 모습에 친근함을 느꼈다. 하루키 서재에 들어가 여러 언어로 번역된 그의 책들로 가득 찬 서재에 앉아 나도 나의 하루키 책을 꺼내어 읽기 시작했다. 마치 하루키와 대화를 나누는 듯한 느낌에 책을 내용에 더욱 스며드는 기분이었다.

와세다 대학카지노 게임 도보로 얼마 되지 않는 곳에 소세키 산방 기념관이 있다. 내 핸드폰의 오디오북 앱에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가 들어 있으니,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들으면서 와세다카지노 게임 산방 기념관까지 걸어가 보기로 했다. 산방 기념관으로 가는 길은 정겨운 동네 골목길인데 신경증이 심했다던 그가 고즈넉이 살기 위해서 선택했을만한 곳으로 보였다. 아아, 현장 독서가 주는 이 강렬한 경험이란! 마치 소세키의 집에 살고 있는 고양이가 [미녀마법사 사브리나, 어렸을 때 즐겨 보던 미드]의 고양이처럼 나에게 말을 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산방 기념관은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도 있어서 그의 삶을 알게 되니 책이 더더욱 재미있게 느껴진다.


일본에 다녀오고 한 달 후, 올해 크리스마스 가족 휴가는 발리에서 지냈다. 발리는 벌써 세 번째이지만 갈 때마다 동행자들이 다르고, 또 묵는 장소가 다르다 보니 매번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게 된다. 이번 휴가의 테마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 (마치 유명 휴양리조트의 광고 문구처럼)'였다. 친환경 리조트의 빌라에서 책을 읽고, 요가를 하고, 내키는 사람은 서핑을 하러 가고, 음식도 대충 먹고, 동네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그 와중에 아이들과 발리를 더욱 색다르게 즐기기 위해 내가 계획했던 것은 줄리아 로버츠가 발리에서 찍은 영화 두 편을 함께 보는 것이었다. 생각해 보니 줄리아 로버츠가 참으로 발리를 좋아하나 보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에서 사랑을 찾는 장소도 발리이고, [티켓 투 파라다이스]에서 줄리아 로버츠의 딸이 사랑에 빠지는 곳도 발리이니... 아무튼 우리는 발리의 한 조용한 빌라에서 발리를 배경으로 찍은 할리우드 영화 두 편을 보면서 얼마나 낄낄거렸는지... 그중 [티켓 투 파라다이스]에서 에피소드에 펼쳐진 따나롯이라는 사원이 우리 빌라에서 매우 가까워서 영화를 본 다음 날은 따나롯 사원을 방문하기도 했다.

따나롯은 사실 발리의 힌두교에 중요한 사원 중 하나이며 특히 밀물과 썰물에 따라 사원으로 가는 길이 열리기 때문에 더욱 신비롭게 느껴졌다. 우리는 바닷길에 발을 담근 몇 안 되는 관광객 중 하나였고 사원에서 힌두교 승려들에게 성수로 간단한 정화의식을 받았다. 우린 힌두교도 아니지만 왠지 깨끗해지는 느낌. 영화에서 줄리아 로버트의 남자친구가 따나롯에서 뱀에게 물리는 장면의 배경을 이해하게 되며 갑자기 영화가 더 즐겁게 느껴졌다.

현장 독서는 언제나 내 최애 취미였지만 영화의 현장이나 배경이 된 장소를 방문할 기회는 많지 않았다. 2024년, 이런 감정의 충만함을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누릴 수 있었다는 것이 너무 감사하다. 아마도 앞으로는 영화를 볼 때에 스토리나 주인공들만큼 그 장소에 관심이 생길 것 같은 예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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