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꾸는 유목민 Apr 09. 2025

카지노 게임, 그때의 좌절이 이유가 있는 것처럼 보일 때

다시쓰는 뒤죽박죽 세계여행기

"아프리카로의 여행은 유진의 인생길을 다르게 만들었다.여행에 있어 장소가 주는 영향력은 이같이 대단하다.같은 아프리카 땅을 가도 모두가 유진처럼 반응하지는 않는다.하지만 여행길을 떠나는 모든 이들에게는 한사람,한 사람마다'각기 다르게',어떤 장소만이 던져주는 질문,어떤 장소만이 느끼게 하는 감정,어떤 장소만이 떠올려 다시 기억나게 하는 내면의 소중한 것들이 있다."(내게 말을 거는 여행의 장소/우지연/프롤로그)

졸업 후 진로를 결정하지 못하여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무엇을 하고 싶은가, 무엇을 해야 하는 가를 한참 고민했다. 고등학교 때 꿈은 기자였는데, 대학생이 되어보니 그건 억지로 만들어냈던 꿈이었던 듯했다. 대학생이 되어 떠난 두 번의 해외여행 때문이었을까, 여행 다니는 게 좋았다. 그리고 여행에 관련된 일을 하고 싶기도 했다. 무엇을 하면서 살아야할 것인가를 깊이 있게 고민하기 위해 국내 여행을 택했다. 지역은 카지노 게임였다. 카지노 게임로 선택한 이유는 단순하다. 이스라엘에 가던 해 5월, 그리운 부석사의 짧은 여행에서 마주쳤던 연하의 남자친구는 안동에 있는 병산서원과 카지노 게임를 나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했다. 이스라엘 다녀와서 헤어졌기에 함께 가지는 못했지만, 혼자라도 가보고 싶었다. 돈이 필요했다. 이번에도 부모님 설득하기 신공을 발휘해서, 카지노 게임 여행가는 비용을 정리하고 카지노 게임를 왜 가고 싶은지, 가서 무엇을 할지에 대해 문서를 작성하여 아빠에게 보여드렸고, 바로 허락받았다. 경비는 대략 10만 원 정도였다. 10만 원으로는 숙박비도 나오지 않았다. 카지노 게임에 있는 대학교를 검색해서, 카지노 게임 대학교에 '여행 동아리'를 찾았다. 동아리 소개에 나와 있는 이메일 주소에 나의 소개와 함께 카지노 게임여행을 하고 싶은데, 숙박을 제공해줄 수 있겠냐고 이메일을 보냈다. 신기하게도 답장이 왔다. 본인들은 관광경영, 호텔 경영학과 사람들로 구성된 동아리인데, 얼마 전부터 카지노 게임를 알리기 위해서 카지노 게임에 오는 사람들에게 가이드를 제공하는 형태의 프로젝트를 구상 중이었다고 했다. 절실히 바라지는 않았지만, ‘안되면 말고’라는 생각 덕인듯했다.


중간고사 마지막 날 시험을 치르고, 버스로 카지노 게임에 도착했다. 카지노 게임 대학교 대학생 세 명이 마중 나왔다. 3박 4일 동안 머물 곳으로 태워주셨는데, 카지노 게임 대학교에서 매년 뽑는 평강공주 콘테스트에서 해당연도 평강공주네 자취 집이었다. 평강공주님이 밥도 해주셨고, 오지랖 넓게 여행 동아리 분들과 함께 술자리도 했다. 카지노 게임는 중학교 수학여행 때 가보고 처음이었는데, 이렇게 카지노 게임가 좋았었나 싶을 정도로, 가는 곳마다 감탄할 정도로 좋았다. 첨성대가 있는 공원에서 한 시간을 벤치에 누워 하늘을 바라봤었고, 문화제가 곳곳에 던져져 있다는 남산을 혼자 꼭대기까지 올랐다. 산길에서 만난 할머니들이 처자가 겁도 없이 혼자 왔다고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문무대왕릉이 있는 바닷가에서 옛 남자친구의 삐삐에 파도 소리를 남겨주기도 했다. 남산에서 내려와 숙소까지 가는 중에 웨딩 사업을 하신다는 친절한 아저씨가 정류장까지 차도 태워주셨다. 그러니까, 카지노 게임가 제2의 고향이 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


카지노 게임 대학교 여행 동아리 학생들의 생일파티에 초대받아 호프집에 모였을 때, 진로 상담을 했다. 고민을 듣고, 카지노 게임 대학교 동아리 분들은 진심으로 조언해 주셨고, 나는 호텔 경영으로 진로를 바꾸기로 선택하고 다시 서울로 돌아왔다. 삶의 목표가 내가 원하는 것으로 바뀌니 재미없었던 전공 공부도 신나게 할 수 있었다. 그 학기의 과 톱 장학생은 나였다. 이루고 싶은 꿈이 생기고 계획하자 공부가 너무나도 재미있었고, 그게 결과로 나왔다.

그리고, 휴학했다. 호텔 경영을 진로로 선택해 길을 찾아보던 중 미국호텔에 취업을 연결해 주는 프로그램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호텔 인턴 프로그램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는데, 나는 믿을 만한 종로에 있는 유명 외국어학원을 선택했다. 영어 수업과 연계해서 90% 이상 출석을 하면 환급해주었고, 미국 비자 프로세싱도 도와주었던 곳이다. 영어 수업은 재미있었고, 나보다 먼저 미국호텔 취업에 성공한 사례를 들으며 꿈을 키웠다. 하지만, 미국 비자 인터뷰에서 떨어져 나의 꿈은 무참히 좌절되었고 (비자 거절 사유는, 불법 체류의 여지가 있음), 뜨거운 온탕에 있었던 나의 열정은 차가운 냉탕으로 변해버려, 몇 개월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 곳도 나가지 않은 채 집에서 먹기만 했다.


처음으로 꿈을 갖고 그 꿈을 향해 열심히 했는데, 외부적인 요인으로 좌절되었다. 그때의 충격은 지금도 생생해서, 이후에는 그때처럼 열정적으로 살았던 적이 없었다. 10년 후 미국 기업에 취업해 미국 연수를 위한 비자 인터뷰를 봤을 때 비자 면접관은 허무하게도 바로 도장을 찍어주었다. 'The situation got changed'라고 하며….


호텔 경영학과 꿈은 좌절되었다. 하지만 돌아보면, 모든 상황과 결과에는 이유가 있다. 그때 그 꿈이 좌절되었기에 지금까지의 경험을 가진 내가 되지 않았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