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죽박죽 세계여행기, 뉴질랜드 캠핑카 무료 카지노 게임
‘으악~~!! 이런 바보 멍충이!’
집까지 100km 남짓 남았을 무렵 마음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11박 12일의 뉴질랜드 남섬 캠핑카 여행의 마지막 날 1시간 30분 후면 집에 도착한다. 평지를 달리면서 RPM을 끝까지 올려도 70km의 속도도 나지 않는 쥬시는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았다. 여행 내내 답답한 속도로 나를 괴롭혔던 캠핑카, 쥬시와 조금 있으면 헤어질 예정이라 마음속의 불평은 그만하기로 했다. 집까지 100km가 남았을 무렵, 운전하면서 문득 왼쪽에 있는 기어를 흘끗 바라보았다. D와 S가 한 선상에 놓여 있었다. ‘어? S는 뭐지? 왜 같은 선상에 있는 거지? 어? 혹시?’라는 마음으로 뒤에 차가 없을 때 기어를 살짝 왼쪽으로 당겨보았다. 부릉부릉 힘들게 달려가던 쥬시가 갑자기 부드럽게 도로 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열이틀 동안 캠핑카의 기어를 D (드라이브)가 아니라 높은 곳을 올라갈 때 S (sport Mode: 스포츠 모드로, 엔진 회전수를 더 높게 유지하면서 더 강한 가속력과 반응성을 주는 모드로, 변속이 느리게 이루어지고 연비도 나빠질 수 있음)로 놓고 달린 걸 여행 끝나기 1시간 30분 전에 깨달은 것이다.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나왔다. 항상 엄마가 왜 웃는지를 궁금해하는 아이가 왜 웃냐고 물어봤다. 처음 캠핑카 쥬시를 운전하면서 깜짝 놀란 건, 바로 옆에서 헬기가 날아다니는 것 같은 소음이었다. 이 소음을 열이틀 동안 들으면서 달려야 한다니, 캠핑카 여행을 시작한 걸 바로 후회했다. 여행 내내 쥬시는 언덕길, 평지 할 것 없이 힘겨워했고, RPM이 끝까지 올라가도 속도가 나지 않는 차를 운전하며 나의 속도 타들어 갔다. 쥬시 뒤를 쫓아오며 기다려주었던 차들, 빨리 가라고 빵빵거렸던 차들, 갓길로 빠졌다 보내주었던 모든 차뿐 아니라 왜 이렇게 휘발유를 많이 먹냐며 투덜거렸던 쥬시와 함께한 열이틀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갑자기 RPM 2로 부드럽게 달리며 100km를 가뿐히 넘어주는 쥬시를 운전하며 많은 생각을 했다. 열흘 넘게 운전할 차를 제대로 살피지 않고 몇천 km를 운전한 나를 책망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을까. 물론 길거리에 뿌린 휘발유가 아깝긴 했지만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다, 그냥 안전하게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 다행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반면에 캠핑카를 두고 구제 불능이라는 이미지를 가질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떠올렸다.
처음 쥬시를 픽업하고, 헬리콥터를 탄 듯한 소음과 함께 집으로 와서 캠핑용품을 쥬시에 실었다. 출발하려고 했더니 쥬시 아래로 물이 흥건했다. 색을 보아하니 휘발유는 아니고 물인듯했다. 다시 쥬시 사무실로 가져가야 하나 망설이다가 그냥 출발하기로 했다. 각도 계산을 잘못하여 왼쪽에 있던 누군가의 쓰레기통을 함께 끌고 좌회전을 돌고 있었다. 시동을 건지 10초도 안 되어 차를 세우고 벽과 캠핑카 사이에 끼어있는 쓰레기통을 꺼냈다. ‘괜찮아.. 이럴수록 침착하자….’ 캠핑카 렌트 날짜를 잘못 예약하고, 캠핑카를 빌리면서 아이는 사무실 바닥에 우유를 쏟고, 담가 놓은 김치 대신 폭삭 쉬어버린 오래된 김치를 가져오고, 세면도구를 챙겨오지 않은 일이 줄줄이 일어났지만 ‘아무 사건 사고 없는 여행이 최고 아닐까?’라는 생각이 우선이었다. 캠핑카 여행 첫날 일어난 일이었다.
덜덜덜 하는 엄청난 소음과 함께 달리던 쥬시는 여행 다섯째 날 문제를 일으켰다. 아침 일찍 여행을 시작하겠다며 정리하는데, 캠핑카에서 파워 코드가 빠지지 않았다. 내 힘으로는 되지 않아 여행의 반을 함께 한 사형제 아버지께 SOS를 쳤다. 함께 1시간 동안 씨름을 했지만 파워 코드는 뽑히지 않았고, ‘다시 크라이스트처치로 돌아가 캠핑카를 반납하고 여행을 강제종료 시켜버릴까, 전기가 공급되지 않는 캠핑카에서 잘 수 없으니 캠핑장의 숙소를 예약할까’ 하는 백업 플랜을 세우며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쥬시 고객센터에 전화해 간신히 전화 연결이 되었으나, 파워 코드가 빠지지 않는다는 말만 할 수 있지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사진을 찍어서 보내기로 했다. 사진을 찍어 보내면 바로 전화를 주겠다는 확답을 받고 전화를 끊었다. 근처 전파사 정보를 받아 급한 대로 수리를 하려고 했는데, 극적으로 사형제 아버지가 파워 코드를 분리해주셨다. 코드 접합 부분이 물에 젖어 달라붙어 있었다. 다행히 여분의 파워 코드가 제대로 작동해서, 앞으로의 여행에서는 그걸 사용하기로 했다. 바로 전화를 주겠다는 쥬시 고객센터에는 감감무소식이었지만, 이제는 급하지 않으니 상관하지 않기로 했다. 아침에 일어난 소동과는 반대로 이날 가장 많은 여행지를 다녔고, 즐거웠고 많이 웃었다.
하지만 여행을 진짜 중단할 뻔한 아찔한 일은 있었다. 포하라 캠핑 사이트에서 뉴질랜드 남섬의 거의 꼭대기에 있는 Cape Farewell에 가기 전 기름을 채워 넣어야 했는데, 시골이라서 그런지 기름값이 다른 곳보다 리터당 50센트 정도 비쌌고, 주유 기계도 도심과 달랐다. 한참을 연구하다 카드로 결제 버튼을 누르고 마지막 확인을 누르려는 순간 퍼뜩 정신을 차렸다. 쥬시는 휘발유를 먹는데, 디젤을 선택하고 결제하려고 했을 뿐 아니라 캠핑카를 세우고 넣으려던 주유 기계에는 디젤만 담겨 있었다. 가슴을 쓸어내리고, 차의 위치를 바꿔 제대로 주유하고 캠핑카에 올랐다. 시동을 걸고 출발하며 왼쪽 백미러를 바라보는 순간, 또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주유 뚜껑을 열어놓고 달릴 뻔했다. 가슴을 다시 한번 쓸어내리며 마지막 순간에 정신을 차리 나에게 감사했다. 쥬시 고객센터에서는 이틀 후 보내준 사진을 잘 받았다며, 문제가 해결되었는지 이메일 답변이 왔다. 당연히 답장은 하지 않았다.
이렇게 쥬시와의 고군분투는 막을 내릴 줄 알았는데, 클라이막스가 남아 있었다. 프랜츠 조셉 빙하 마을 캠핑장에 도착하기 전부터 비가 내리더니 밤새 비가 내렸다. 빙하를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는 곳이어서 비를 등지고 다른 곳으로 가야 하나, 아니면 날씨가 좋아지길 기다렸다가 빙하를 보고 가야 하나를 밤새도록 고민했다. 새벽 1시에 다리에 쥐가 나 잠이 깼고, 캠핑카 지붕 위로 강하게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그래도 캠핑카가 안전하기는 하구나 싶었다. 결국에는 하루 더 머물기로 하고, 느지막이 일어나 주변 빙하 트레킹 길을 걸으러 가려고 캠핑카 시동을 걸었다. 양쪽 창문을 열고 후진하는 순간 차 앞창문에서 엄청난 물이 내려왔다. 캠핑카 밖 어딘가 고여있던 물이 떨어진 건가 싶어서 아이와 깔깔 웃으며 열어놓은 창문을 얼른 닫았다. 바로 그 순간 내 머리 위로, 내 어깨 위로, 내 등위로 물 폭탄이 떨어졌다. 아이가 소리를 지르며 옆 캠핑 사이트 사형제 아버지를 불렀다. ‘내가 지금 뭘 당한 거지?’ 믿을 수 없어 후진하던 차를 세우고, 운전석 위를 쳐다봤다. 캠핑카 바깥이 아니라 분명 안쪽에서 물 폭탄이 떨어졌다. ‘설마 캠핑카 안까지 물이 고였다고?’ 믿고 싶지 않았고 판단이 멈췄다. 그냥 출발하자 싶어서 끝까지 후진하지 않고 전진을 했는데 사형제 캠핑카가 큰 소리로 몇 번의 크락션을 울렸다. 늦었다. 캠핑카 앞에 있는 바위를 박아버렸다. 순간 두 번째 물 폭탄이 떨어졌다. 이런 어이가 없는 상황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바위를 박은 캠핑카는 자세히 보아야 보일 정도로 찌그러져 있었고, 사형제 아버지는 풀 커버 보험을 들었다는 나의 말을 듣고 안심했다. 하지만 내 머릿속에는 ‘캠핑카에서 떨어진 물 폭탄은 언제까지 떨어질 것인가, 앞으로 비가 오는 날이면 어떻게 하지?’라는 걱정이 가득했다. 운전석 위 틈새에 아까운 타월을 끼워 넣고 그날의 여행을 시작했다.
“엄마, 오늘 일진이... 안...”
“아니야! 그런 말 하지마!”
일진이 안 좋다고 말하려는 아이의 말을 가차 없이 잘라버렸다.
물 폭탄을 맞아 쫄딱 젖었지만 갈아입을 옷도 없었고, 정신없이 찜찜한 그 날의 여정은 빨리 마무리했다. 마을에서 9달러만 내면 무제한으로 마실 수 있다는 해피아워의 유혹도 매력적이지 않았다. 이런 날은 무조건 조심해야 한다. 나의 직감을 믿는 편이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음을 감사한다.
뉴질랜드 남섬 웨스트코스트를 끝까지 돌지 않고, 내륙에 있는 와나카 호수를 향해 커다란 소리를 내며 속도는 60km를 간신히 내는 쥬시를 운전하는 동안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쥬시 고객 센터였다. 웃음이 나왔다.
“You know what? It took 5 days to get Jucy customer service call me after I got in trouble” 못하는 영어로 엄청난 컴플레인을 퍼부었다. 하지만 하나는 강조했다.
“내 아들이랑 엄청나게 좋은 여행을 하고 있어. 그러니까 난 화난 게 아니라 쥬시에 대해, 너희 고객센터에 대한 컴플레인을 하는 것뿐이야”
한참 이야기를 들어주며 사과를 하던 고객센터 직원 덕에 그동안의 마음이 풀렸다. ‘어떤 대상에 화가 나는 건, 고생한 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없어서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겪은 일을 이메일로 다시 보내달라는 직원의 말에 알았다고 하고,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어떤 말을 써야 할지 머릿속으로 영작을 시작했지만 ‘컴플레인 이메일을 내가 정말 쓰게 될까?’ 싶었다. 대부분은 머릿속으로만 글을 쓰다가 실행하는 경우가 없기 때문이다.
테카포 호수 캠핑장에서 크라이스트처치로 돌아가는 마지막 날 오전 8시가 넘었는데도 곤히 잠자고 있는 아들 옆에서 휴대폰을 꺼내, 이메일을 쓰기 시작했다.
‘I don't know how and where to start which I have got issues with Jucy...’ 쓰다 보니 엄청 긴 편지가 되었다. 마지막에 ‘Those are the reasons I return the car one day before’라고 마무리했다.
이메일에는 RPM을 끝까지 올려도 속도가 70km가 넘지를 못하고, 차 소리도 헬기가 귀에다 대고 소리를 지르는 것처럼 너무 시끄럽다고 썼는데…. 캠핑카 여행 종료 1시간 30분 전에 S에 놓고 운전한 내 잘못이었다는 건 캠핑카를 돌려주면서도 고백하지 않았다.
다시는 쥬시 캠핑카를 렌트할 생각이 없다. 주변에서 쥬시를 빌리겠다고 하면 뜯어말릴 것이다. 재작년 유럽 캠핑카 여행 때 캠핑카 한번 몰아보지 않은 걸 후회했다. 그때의 경험이라면 쥬시를 빌리지 않았을 텐데...
하지만 한 가지 변함없는 사실은 있다. 엉망진창, 애증의 쥬시 캠핑카로 11박 12일 캠핑카를 다녔어도 아들과 단둘이 다닌 캠핑카 여행은 무엇보다 소중했고, 감사했고, 따뜻한 순간이었다.
덧, 참! 무료 카지노 게임의 어마무시한 장점이 한가지 있다. Jucy의 디자인과 색이 튀는 관계로 맞은편에서 달려오는 무료 카지노 게임를 보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저 멀리에서 달려오는 무료 카지노 게임를 보면, 아이에게 분주하게 말을 건다.
"자! 인사할 준비해!" (쥬시 운전자들은 다른 캠핑카보다 훨씬 더 끈끈하다. 그들도 내가 겪은 일들을 동일하게 겪지 않을까 하는 동지애랄까?)쥬시의 모토 “Find your happy”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의 행복을 찾으라는 이야기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