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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웅 Apr 22. 2025

카지노 쿠폰 이탈한 자

카지노 쿠폰 이탈한 자


내 안엔 두 카지노 쿠폰가 있다. 하나는 궤도에 진입하려 애쓰는 카지노 쿠폰이고, 나머지 하나는 궤도에서 이탈하려고 애쓰는 카지노 쿠폰다. 두 카지노 쿠폰는 대립한다. 대립하면 갈등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궁극적으로 발현되는 카지노 쿠폰는 오직 하나여야 하므로.


궤도에 진입하려는 카지노 쿠폰는 정착을 추구하고 주류를 지향하는, 소위 ‘잘 되는 나’를 바랐다. 반면, 궤도에서 이탈하려는 카지노 쿠폰는 떠남을 추구하고 소수를 지향하는, 소위 ‘자유로운 영혼’을 바랐다. 인생의 전반전에 두 카지노 쿠폰 사이에는 끊임없는 다툼, 아니 전투가 치열했다. 잘 되는 나를 추구하는 카지노 쿠폰는 자유로운 영혼을 추구하는 카지노 쿠폰에게 늘 승리해야 했고, 심판자에 자리에 앉은 나는 언제나 그 손을 들어줘야 했다. 그래야 세상에서 말하는 성공 혹은 출세의 길에 들어설 수 있기 때문이었다.


갈등이 존재한다고 해서 항상 다툼이 일어나진 않는다는 점을 인생의 후반전에 들어서야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한 카지노 쿠폰가 승리해야만 하고 또 다른 카지노 쿠폰는 늘 패배해야만 하는, 그 짜인 연극 속에 내 인생을 굳이 밀어 넣을 필요가 없다는 깨달음이 어느 날 불쑥 찾아왔기 때문이다. 두 카지노 쿠폰는 모두 나라는 사실을, 즉 한 카지노 쿠폰는 언제나 옳고 다른 한 카지노 쿠폰는 언제나 틀려서 부정되어야 하는 플롯에서 벗어나 모두를 끌어안는 게 건강한 나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궤도에 진입하려고 애쓰는 것이나 궤도에서 이탈하려고 애쓰는 것이나 더 큰 관점에서 보면 모두 인생이라는, 내 인생이라는 궤도 위에 있다는 깨달음은 지금도 종종 소란스러워지는 내 안의 소리들을 잠재우기에 충분하다. 갈등과 대립이 치열할 땐 한 걸음 멀리 떨어져 더 큰 관점으로, 어쩌면 초월적인 시선으로 같은 상황을 바라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런 시도는 언제나 유용하며 자주 현명한 답을 주곤 한다.


나는 궤도에서 이탈하려는 카지노 쿠폰를 끌어안고 합일을 이루는 과정을 내적 건강함을 추구하는 과정이라 믿는다. 인간의 이율배반성과 모순된 속성은 존재론적인 것부터 시작하여 일상의 작은 행위들에 이르기까지 지속된다. 그럴 때마다 하나를 긍정하고 나머지 하나를 부정하는 식의 방법을 취한다면 언제나 다툼은 끊이지 않게 되고 정작 그토록 바라던 평화는 요원하게 될 것이다. 나는 궤도에서 이탈하려는 카지노 쿠폰에게 별명을 붙여주고 그렇게 부르려고 한다. 그 이름은 바로 ‘자유’다. 자유를 추구하는 건 인간이기 때문이므로 이를 부정한다는 건 인간이길 포기하는 것과 같다고, 조금은 과장될지라도, 나는 그렇게 말하고 싶다. 나는 궤도에서 이탈하려고 애쓰는 카지노 쿠폰도 사랑한다. 그것도 나 자신이므로. 한 우물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과정이므로 이 갈등을 다툼으로 이끌지 않고 믿음과 신뢰로 합일을 이루자. 알에서 깨어나려고 하는 자는 반드시 한 세계를 파괴해야 하는 법이므로. 그리고 그 파괴는 새로운 창조를 불러오므로. 그 찬란한 파괴를 받아들이자. 새로운 시작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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