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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솔은정 Dec 09. 2024

삶이 건네는 위로. 온라인 카지노 게임!

재경아.

며칠 전 윤서가 엄마에게

"엄마. 인생에도 답안지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라고 해서 엄마가 웃었어.

너를 키울 때, 아기가 태어나면 그 아기에게 딱 맞는 해설이 붙은 설명서도 같이 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을 했거든.

너를 낳기 전에 엄마와 아빠는 육아서적을 두 권이나 읽고, 아기에 관한 여러 가지 책을 읽었건만, 책에 나오는 것처럼 되지는 않았어.

밤낮이 바뀌어서 밤에 자꾸 깨어서 우는데 이유를 모르겠는 거야.

아빠는 출장 중이어서 집에 계시지 않았고, 새벽 두 시가 넘어서 울음을 멈추지 않는 너를 보면서

응급실에 가야 하는 걸까? 생각했어. 만일을 위해 사다 놓았던 기응환을 먹일 수도 없었어.

(예전엔 기응환이라는 약도 있었는데 요즘 엄마들은 아마 안 먹일 거야.)

겨우 두 달 된 아기에게 나 혼자서 먹이다가 잘못 먹여 큰일 날까 더 무서웠거든.

자리에 앉지도 못하고 널 안고 좁은 거실을 서성거렸지.

온 아파트에 네 울음소리가 울리는 거 같은 기분인데, 벨소리가 나더라.

더 무서웠지!

울음소리가 그치지 않아 앞집 아주머니가 오신 거였어.

젊은 새댁이 아기를 안고 서성거리면서 같이 울고 있는 모습을 본 그 아주머니는 엄마가 언니라 부르던 분이었어. 그 아주머니가 너를 엄마에게서 말없이 데려가 꼭 안아주더니,

" 온라인 카지노 게임, 온라인 카지노 게임." 하면서 다독이는데

너의 울음이 조금씩 잦아들면서 잠이 들더라.

엄마는 너무 안심이 되기도 하고, 어이도 없고, 그 아주머니의 도움이 고마워서 눈물이 쏟아지는데, 네가 잠이 깰까 봐 소리 내어 울지도 못했어.

그 아주머니는 엄마에게 널 건네주면서

"엄마가 불안하거나 슬프면, 탯줄로 이어져 있던 아가도 기분을 느낀대. 많이 울어서 나쁠 거 없으니

걱정 말고, 편안하게 아기 안아주면 온라인 카지노 게임."


가끔 그 일이 기억나는데 몇 년 전에 한강 시인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라는 시를 보면서 완전 내 이야기 같아서

시를 읽다 울컥했단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 한강

태어나 두 달이 되었을 때

아이는 저녁마다 울었다

배고파서도 아니고

어디가 아파서도 아니고

아무 이유도 없이

해 질 녘부터 밤까지 꼬박 세 시간

거품 같은 아이가 꺼져버릴까 봐

나는 두 팔로 껴안고 집 안을 수없이 돌며

왜 그래.

왜 그래

왜 그래.

내 눈물이 떨어져

아이의 눈물에 섞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말해봤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온라인 카지노 게임.

온라인 카지노 게임.

이제 온라인 카지노 게임.

거짓말처럼

아이의 울음이 그치진 않았지만

누그러진 건 오히려 내 울음이었지만,

다만 우연의 일치였겠지만

며칠 뒤부터 아이는 저녁 울음을 멈췄다

서른 넘어야 그렇게 알았다

내 안의 당신이 흐느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울부짖는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듯

짜디짠 거품 같은 눈물을 향해

온라인 카지노 게임

왜 그래, 가 아니라

온라인 카지노 게임

이제 온라인 카지노 게임.


앞집에 살던 숙향언니라 부르던 그 아주머니가 너를 안고 다독이면 하던 말

"온라인 카지노 게임, 온라인 카지노 게임." 그 말이 사실 엄마에게 들려주는 말 같았거든.


재경은 생일이면 엄마에게 꼭 선물을 하지.

엄마가 널 세상에 오게 했으니 엄마에게 선물해야 한다는 엄마의 주장에 따른 거지만,

그래도 잊지 않고 엄마에게 선물해 주는 네 덕분에 엄마는 행복해.

하지만, 몇 년 전, 생일 무렵만 되면 어쩐지 쓸쓸하고 슬프다는 너의 말에 엄마는 가슴이 덜컥했단다.

너를 낳고 너무 많이 울었던 엄마의 슬픔과 불안이 너에게 전해갔나 싶었거든.

각자 모두에게 핵심 감정이 있는데 엄마의 감정 중 가장 큰 자리를 차지하는 건 슬픔이더라.

아주 작은 일에도 눈물이 나는 엄마는 어릴 때 울면 혼이 많이 났어. 엄마의 할머니는 우는 걸 너무나 싫어하셨으니까. 그리고 엄마는 원래도 울보여서 외할머니가 "네가 많이 울어 네 엄마가 아픈 거야!"라는 말에

많이 울지도 못했어. 내가 울면 엄마가 더 아플까 봐 무서웠거든. 돌봐주지 않았던 내 슬픔들이 몽땅 올라오는 기분이었지. 요즘 엄마를 보면 그냥 눈물이 많은 거 같은 생각도 들어. 노을만 예뻐도 눈물이 나니......

너를 낳고 외할머니 생각이 많이 났었어. 아기를 낳고 나니 엄마가 더 보고 싶었으니까 말이야.

(할머니가 오셔서 산후조리를 해주셨지만, 시어머니라 엄만 어렵고 불편해서 늘 밝은 모습으로, “네네.” 했을 거 상상되지?)

엄마는 재경이가 울면 가슴이 더 덜컥해.

엄마의 슬픔은 엄마로 끝내고 싶거든. 엄마의 감정이, 엄마의 고민이, 엄마의 불안이 너에게 단 한 톨도 전해지지 않기를 바라는 엄마의 이기심이 작동하는 거지.

그런다 해도 너는 너대로의 고민과 너대로의 불안과 네가 겪을 두려움이 있음을 알고 있어.

윤서는 둘째지만, 넌 첫째라 나도 모든 게 처음인 초보엄마거든.

널 독립시켜야 한다는 생각만 했지, 엄마가 독립해야 한다는 생각을 나중에서야 했으니까.

엄마의 소원도 독립이야~ㅎㅎ


네가 태어나서 다독였던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엄마의 주문이기도 했지.

"온라인 카지노 게임. 온라인 카지노 게임질 거야."

하지만 아프고 나서는

"괜찮지 않아도 돼. 힘들면 힘들다고 해도 돼."라고 말할 줄 아는 자기 수용의 힘이 좀 커졌어.

있는 그대로의 엄마를 인정하고 나니, 힘들다는 걸 인정하고 나니, 오히려 더 온라인 카지노 게임진 느낌이야.


남들은 1년이면 갈 거리를 넌 3년 넘어 헤매고 있는 기분이라는 말에 엄마는 그것 또한 네 선택이라고 했지? 그랬더니 넌 그것도 인정한다고.

50이 훌쩍 넘고 나서야, 서른에도 뭘 시작한다는 건 전혀 늦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어.

서른이 뭐야. 50에도 새로 시작할 수 있다고 아흔이 넘은 증조고모할머니 말씀도 있잖아.


불안이 몰려올 때.

그 불안의 실체를 몰라서 슬픔으로 빠져버릴 때

마법 같은 주문이더라

왜 그래? 가 아니라

"온라인 카지노 게임.. 괜찮지 않으면 또 어때?"


하지만 진짜, 진짜로 삶은 온라인 카지노 게임.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멋져.

누리고 만끽하고 향유하는 게 삶인데!

재경인 엄마보다 더 잘 누리고 만끽하고 즐기고 있음을 알아. 그런 면에서 넌 엄마의 스승이야.

이제 너에게 좋은 엄마의 모습은

독립적으로 혼자 알아서 잘하는 엄마임을 알아.

가끔 뭐든지 너에게 부탁하고 싶어지는 마음이 있지.

특히 인터넷 쇼핑, 서류작성, 글자가 보이지 않고, 계산하기 싫어지는 그 귀찮고 번잡스러움에 너를 불러대고 싶어 질 때, 그때 문득 할머니 두 분이 떠올라.

나나 잘해야겠다 하고.


재경아

삶은 진짜 온라인 카지노 게임. 그렇지?

너의 불안과 두려움을 미래에 대한 기대와 설렘으로 해석하고 가봐(엄마도 그러는 중이야)

재경이 선택은 늘 옳아 ㅎㅎㅎ 책임지니까

사랑해. 재경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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