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후에도 가끔 영입 제안을 받는다.
대부분은 스타트업에 들어온 비교적 초기부터 그간 이런저런 이슈로 소개나 문의로 만나 알게 된 회사고 독립 후 실제 프로젝트를 함께 했던 고객사들이 일부 있다. 어느 쪽이든 제안 자체만으로 대단히 감사한 일이다. 아직 찾는 곳이 있다는 게 독립해 일하는 입장에선 더 당당할 수 있게 만든다. 그리고 이럴 때면 관계에 대해 새삼 생각해 보게 된다.
관계의 무난함만 본다면 전자의 분들이 더 좋다. 그분들 입장에선 대가 없이도 성의 있게 돕던 내가 고맙고 나는 그분들이 모나게 굴 이유 없이 늘 정중하니 좋은 감정만 있는 사이라서다.
후자도 딱히 갈등 있지 않고 일을 실제 함께 했기에 생긴 끈끈함도 있다. 그러나 계약으로 엮여 일한 만큼 카지노 게임 게 좋을 수는 없다. 같이 일해 잘 알고 아는 만큼 불만도 많다. 그런데 이 때문에 심적으론 후자가 오히려 편하다.
나쁠 거 없이 좋은(?) 감정만 있다가 같이 일하게 되면 장점보단 단점이 훨씬 많다는 걸 경험을 통해 배워왔다. 그래서 전자와는 프로브로 계약한 적 없고 독립 후 모든 고객사는 프로브로 처음 만난 게 100%. 여태까지처럼 적당한 거리를 두고 이해관계없이 필요한 말씀 정도 드리는 걸로 정해서다.
“아닌데? 그동안 고민 상담 많이 해주고 일도 몇 개 처리해 줬는데?”라고 생각한다면?
이 관계는 알게 모르게 내가 공짜였다는 점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걸 간과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땐 별 거 없어도 호의와 감사가 주가 되지만 후자는 계약으로 엮이기에 요구와 책임이 전제라는 전혀 다른 판이된다.
전자는 내가 기버로 우위에 서지만 후자는 거래관계가 된다. 거래관계란 늘 주고받는 걸 저울질함이 전제되고, 내 노동력 제공 이전에 이걸 전제로 보상을 받고 시작하는 관계다. 때문에 더 이상 내가 기버로서의 우위를 가지기 어렵고 이걸 모르면 관계는 틀어지기 쉽다.
일 얘기를 많이 한 건 진짜 일한 게 아니다. 오래 봐왔다고, 많이 안다고 일을 잘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본모습은 실제 같이 일해봐야 알 수 있다.
모난 사람 될 필요 없고 좋은 사람으로 잘 살아가는 것도 중요하나 ‘좋은’ 모습만 보일 필요는 없다. 이미 좋은 관계라면 그 사이에 굳이 불편함을 놓을 필요도 없고. 이게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 중 하나더라.
일은 좋은 사이가 아니라 일하기 편한 관계가 나은 법이다. 그리고 편하다는 건 볼 거 안 볼 거 적당히 다 까고도 볼 게 좀 더 낫더라 생각 드는 거. 적당한 사이, 좋은 사이가 동료로서의 신뢰를 뜻하는 건 아니다.
* 이직을 고민하며 대표와의 관계가 어때서란 말을 들을 때면 해드리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