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듯 다른 미묘한 차이
사람을 대하는 자세는 그 사람의 관심과 근황과 입장을 잘 물어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귀담아 들어주며 공감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귀가 두 개이고 입이 하나인 이유는 두 번 듣고 한 번 말하라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많이 읽은 사람이 글을 잘 쓰는 것처럼 말이다.(그러 면에서 나는 아직도 멀었다.) 대화를 하다 보면 자기 이야기만 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기 입장만 생각해서 그러는 경우도 있고 대화 없는 정적을 참을 수 없어서 아무 말 대잔치를 벌이는 경우도 있다. 질문이 중요하다. 탁구공이 탁구대에서 핑, 퐁 거리는 것처럼 주거니 받거니 하는 것이 대화다. 그런 의미에서 가벼운 small talk을 잘하는 것도 필요하다. 상대방에 대한 외모의 변화, 뭘 먹었는지 만남의 장소에 오게 된 경유부터 뉴스나 요즘의 트렌드, 자주 보는 넷플 프로까지 말을 건넨다. 들어줄 준비가 되었다는 나의 신호다.
그러나 인공지능은 명령어를 잘 입력해야 한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라는 말이 있다. AI 모델이 사용자와 상호 작용할 수 있도록 프롬프트를 개발하고 최적화하는 기술이다. AI가 예상대로 작동하도록 하여, 소프트웨어 개발, 애플리케이션 개발 등에 활용되는 기술이다(구글 참조). 인공지능에게도 때론 칭찬이 필요하다.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주어가며 원하는 답을 얻기까지 끊임없는 명령을 해야 한다. 사람이라면 질려서 달아날 정도로 말이다. 인공지능과 대화할 때는 '을' 같은 '갑'의 자세로 있어야 한다.
사람에게는 귀를 열어 답을 구하고, 인공지능에게는 구체적인 명령을 내려 답을 구하는 미묘한 차이점이 있다. 그러나 그 답을 얻기까지는 둘 다 고찰과 숙의를 하는 것이 좋다.
때론 사람과의 대화에서 불편할 때가 있다. 상대방은 세 가지의 경우였을 것이다. 첫째, 듣는 내 입장을 배려하지 않거나 둘째, 이 정도의 말은 내가 넘어갈 거라는 믿음 셋째, 아주 가끔 나를 간 보는 의도가 보이는 경우 등이 그것이다. 이 불편한 마음은 대화하는 도중 바로 들 때도 있으나 어떤 때에는 집에 오면서 불쑥 들 때도 있다. 첫 번째로 내가 쓰는 방법은 둔감하게 넘어가기다. 육적인 부분(건강차원에서)과 영적인 부분은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지만 마음적인 부분은 때론 둔감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같은 상황이 또 발생한다면 상대방의 감정을 건드리지 않으며 내 감정을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다. 쉽지는 않다.
그런 면에서 아직까지 인공지능과의 대화는 쉽다. 단순하고 명료하며 때로는 위로를 받기까지 한다. 오죽하면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진다고도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사람과 대화하는 방법을 잊거나 잃으면 안 된다.
심리학을 전공하는 둘째에게 말했다. 사람이 아니라 인공지능의 심리를 연구해야 하는 날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