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헤세드 Nov 28. 2024

온라인 카지노 게임, 넌 누구냐!

대형마트 휴무일인 2,4째주 수요일엔 과일, 야채만 파는 작은 마트에 방문하곤 한다. 대형마트보다 상품의 질은 조금 떨어질지 모르지만 가격은 훨씬 착한 상품들이 즐비하다. 단감이 12개 만 원. 섬초가 한 봉지에 천 원, 가지가 3개에 천오백 원을 한다. 귀신에 홀린 듯이 결제를 하고 집으로 털레털레 걸어온다. 오늘 저녁은 아이가 좋아하는 시금치를 무치면 되겠구나 싶다. 어릴 때부터 시금치랑 콩나물만 있으면 반찬투정 없이 밥을 먹던 아이다. 입이 짧아 많이 먹지 않아 그렇지 반찬투정 없는 감사한 아이.



집에 오자마자 장 본 것들을 정리하고 시금치를 다듬기 시작한다. 찬바람 맞고 자란 시금치라 그런가 키가 자그마하고 줄기도 옆으로 퍼져있다. 데쳐서 무치면 얼마나 달큼한 맛이 날까 싶어 벌써부터 입에 침이 고인다. 참기름, 마늘, 소금, 깨만으로도 소고기 부럽지 않은 맛을 내는 귀한 식재료이다. 시금치 데칠 물을 가스불에 올리고 물이 끓기를 기다리는데 신혼 때의 일화가 생각난다. 주부 16년 차인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그날은 주말이었다. 저녁으로 뭘 해 먹을까 고민을 하며 신랑과 팔짱을 끼고 대형마트에 갔다. 된장찌개, 시금치, 콩나물, 계란말이로 저녁 한 상 차리고 싶었다. 그러니 오늘 살 건 콩나물, 시금치 그리고 된장찌개에 넣을 두부, 애호박, 버섯 정도이다. 콩나물과 애호박을 비롯한 식재료를 사고 난 후 시금치를 찾아 헤맨다. 어라? 그런데 시금치가 보이지 않는다. 시금치랑 너무도 똑같이 생긴 게 있는데 이름이 시금치가 아니다. 포항초라니… 시금치가 아니고 포항초라니….



“여보, 아무리 찾아도 온라인 카지노 게임 안 보여.”

”온라인 카지노 게임 없어? “

“응. 얘는 시금치랑 똑같이 생긴 거 같은데 온라인 카지노 게임래. 오늘은 시금치가 없나 봐. 어떡하지?”

“시금치 없이 먹으면 되지.”



얼마 후 친정에 갔을 때 그날 일이 생각나서 엄마에게 말을 했더니 엄마 박장대소를 하신다.



“야!!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시금치야!!”

“뭐라고? 그럼 시금치라고 해야지 왜 온라인 카지노 게임라고 하는데!!!”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서 나서 그렇지. 그럼 일하시는 분한테 물어보기라도 하지.”

“난 없길래 그냥 왔지.”

.

.

.

“여보!!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시금치래!”


온라인 카지노 게임뿐 아니라 섬초, 남해초 이름이 다양한 시금치가 있다. 다 생산지 이름을 따서 그리 붙였다고 한다. 특징이라면 일반 시금치에 비해 비타민 A, C가 풍부하고 단맛이 강하다는 것. 옆으로 퍼진 모양으로 나온다는 것. 그래서인지 일반 시금치에 비하면 가격도 몇천 원 더 비싸다. 10월~3월까지가 제철이다. 제철 과일뿐 아니라 채소는 보약이나 진배없으니 조금 더 주고라도 밭에서 나는 보약을 사 먹는다.


오늘도 섬초를 다듬고 무치면서 그때 일을 생각하니 괜히 민망해진다. 어릴 때부터 밥도 하고 빨래도 하고 요리도 곧잘 했지만 식재료 이름은 잘 몰랐다. 결혼하고 하나씩 배워가고 알아간다.



이제는 너무 복잡하거나 어렵지 않은 음식은 뚝딱해 낸다. 밥을 안치고 찌개나 국을 끓이고, 나물을 데치고 무치고 고기를 지지고 볶는 일들이 30분 안에 다 끝이 난다. 손도 빠르지만 익숙한 일들이라 자동으로 하게 된다. 그러기까지 16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하루를 무사히 마치고 돌아온 가족과 오붓하게 앉아 수고한 몸을 녹이고 고픈 배를 채우면서 서로의 안녕을 확인한다. 달큼한 섬초를 먹으며 그때 그 시절을 회상하면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