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미리에다가... 어디... 이 가루약을 섞고... 그다음 이 물약 2미리를 더 섞고...”
어느새 잠에서 깬 예랑이 창가 책상 위에 작은 물약병을 놓고 신중하게 어제 병원에서 받아온 예꼬의 약을 섞고 있었다. 어린 천사일수록 정확한 복용량과 시간이 중요하다는 것을 누차 들어 알고 있기에 어느 때보다 신중을 기하고 있었다.
“다 됐다. 예꼬야, 잠깐 일어나 봐, 약 먹게.”
예랑이 아직 잠결인 예꼬를 품에 안고는 손에 약병을 쥐어준다. 다행히 예꼬는 거부감 없이 약을 꿀떡꿀떡 잘도 삼킨다. 다른 어린 천사들은 약 먹기를 싫어한다는데 예꼬는 약을 이렇게나 잘 먹어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의사 천사가 아님에도 이렇게 약을 뚝딱뚝딱 섞어서 만들어 먹이는 자신의 모습이 낯설다. 마치, 이 어린 천사에겐 자신이 신과 같은 존재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자신은 그저 의사 천사가 하란 데로 했을 뿐이지만.
<이제 일주일 후면 드디어 크리스마스인데요.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안타깝게도 눈 소식은 없다고 하네요.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대했는데, 너무 아쉽네요. 청취자 여러분께서는 어떤 크리스마스를 준비하고 계신가요?
예꼬가 푹 쉴 수 있게 소리를 최대한 줄였음에도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인간계 라디오 진행자의 목소리가 예랑의 귀에 거슬린다. 크리스마스가 뭐 그렇게 대단한 날이라고, 평소에는 그렇게 신을 원망하고 욕하던 인간들이 왜 저렇게들 들떠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
‘크리스마스는 무슨. 그나저나 저 망할 놈에 라디오. 신은 언제까지 저걸 계속 저렇게 켜놓게 하려는 건지.’
예랑은 품에 있던 예꼬를 조심히 들어 편히 침대에 뉘인다. 이마를 짚어보니 아직 열감이 조금 느껴진다. 이불을 고쳐 턱밑까지 끌어올려 덮어준 후 책상 앞으로 걸음을 옮긴다. 책상 위 약을 섞느라 널브러진 약병을 정리하고, 책상에 맞닿은 창을 조금 열어 슬픔 나무의 맑은 빛이 안으로 들어오게 한다. 책상에 걸터앉아 조용히 눈을 감고 천사답게 아침 시간 들어오는 맑은 빛의 기운을 가만히 느껴본다. 예꼬만 안 아파도 훨씬 좋았을 아침이건만, 여전히 아픈 예꼬 생각에 마음이 무겁다.
짤랑-
‘응? 풍경소리? 이렇게 일찍?’
조용히 마음을 다잡던 예꼬의 귀에 슬픔 나무 정원 처마 위 풍경 소리가 들린다.
“여- 오랜만! 잘 지냈나?”
익숙한 쇠가 갈리는 듯한 목소리가 들린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예랑은 마치 잃어버린 부모를 다시 만난 듯한 들뜬 목소리로 눈앞에 나타난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향해 소리친다.
“진짜 오랜만에도 왔네. 난 이제 세월에 파묻혀 지옥문 열 힘이 없어서 여기 못 오나 했지. 그래도, 지난번 봤을 때보다 더 건강해 보이는데? 지옥은 아주 살만한가 봐? 들어와~”
반가운 목소리로 예랑이 말을 잇는다.
“그래? 오랜만인가? 크크. 여러 가지 사정이 있었네. 지옥이야 똑같지 뭐. 여전히 어둡고 더럽고 교활하고 악하지. 그리고 늘 갈망하고. 그나저나 여기 슬픔 나무 숲은 빛 가루가 더 거세진 것 같은데? 인간계 지독한 눈발 같군. 이거 이대로 괜찮은 건가?”
온라인 카지노 게임도 오랜 친구를 만나기라도 한 것처럼 예랑을 바라보며 말했다. 하지만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말에 예랑의 표정이 갑자기 굳었다.
“음... 온라인 카지노 게임, 슬픔 나무 숲이라니. 여긴 슬픔 나무의 정원인데? 다시는 내 앞에서 숲이라고 부르지 말랬잖아.”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말에 어릴 적 부모가 소멸됐던 그때 사건이 생각 난 예랑이 날카롭게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게 쏘아붙인다.
“아, 그래? 크크. 내가 깜빡했네. 이런이런. 그나저나, 이 아기 천사는... 아픈 건가?”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누워있는 예꼬에게 다가서며 말한다.
“응, 염라 혹시 아는 거 없어? 천사가 아프다니, 말이 안 되잖아. 그것도 빛으로 충만해야 할 아기 천사들이 아프다니.”
“음... 그런가. 글쎄...”
예랑의 말을 듣던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굳은 표정으로 생각에 잠긴다.
“예랑, 너는 어때? 이 아기 천사만 그런가? 그때 등 뒤 상처는 괜찮은가?”
“응? 뭐, 그때 온라인 카지노 게임 네가 치료해 준 뒤로 그다지. 쿨럭쿨럭. 쿨럭. 갑자기 웬 기침이. 쿨럭.”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물음에 답하던 예랑이 갑자기 거친 기침을 쏟아낸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왜인지 예랑과 예꼬에게서 한 발짝 뒤로 물러선다.
“흐음... 그렇군. 기침이라... 천사는 병에 안 걸린다는 말도 다 옛말인 거 같으니, 예랑 너도 몸을 잘 살펴. 있을 때 지켜야 하는 거라고. 알지? 아, 그나저나 이 아기 천사 이름이 뭐였지?”
“뭐야 온라인 카지노 게임? 마지막 봤던 게 얼마나 오래됐다고 벌써 다 까먹은 거야? 오늘 참 이상하네... 예꼬잖아 예꼬. 처음 봤을 때 귀엽다며 그렇게 난리를 펴놓고선, 이름도 까먹다니. 실망인데 정말. 이상해 이상해. 너 온라인 카지노 게임 아닌 거 아냐?”
예랑이 장난기 섞인 목소리로 말한다.
“아, 예꼬. 맞아 맞아. 그러게. 요즘 내가 이상하게 오락가락하네.”
예랑의 말에 잠깐의 당황이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얼굴에 스치지만, 이내 그의 특유의 진지함이 당혹감을 감춘다. 그 모습을 가만 보던 예랑은 그런 모습이 낯설게 느껴지지만 이내 관심을 거둔다.
“근데, 지옥에도 헬게이트 열린다는 소식이 전해졌나? 여기 천국은 그 소식으로 난리야. 온라인 카지노 게임, 그래도 넌 지옥 관장하는데 그거 좀 반대하면 안 돼? 최악이잖아. 그 소식만 들으면 등 뒤가 저려오는 거 같아.”
예랑이 투정 섞인 목소리로 말한다.
“헬게이트가 열린다고? 또?”
예랑의 말을 듣던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몰랐다는 듯 당황한 목소리로 되묻는다.
“뭐야? 온라인 카지노 게임도 몰랐어? 정말 저 세 신이 자기들끼리 결정한 모양이네. 참, 뭐가 어찌 되려는 건지. 삼신은 알고 있기나 한가? 아...”
말을 잇던 예랑은 삼신의 얼굴이 머릿속에 스치자 말을 끊는다.
“뭐, 관심도 없겠지. 삼신은 점점 이상해지는 것 같아. 온라인 카지노 게임 너랑 베프 아냐? 좀 뭐라 해봐. 천국이 정말 지옥판이 되고 있다고. 인간계도 지옥판인 것 같긴 하지만. 아! 설마 너, 온 세상을 지옥으로 만들고 싶은 거야? 지옥을 관장하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답게?”
예랑이 얼굴에 어린아이 같은 천진 난만한 웃음을 지으며 장난기 어린 목소리로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게 말한다.
“크크. 지옥 넓어지면 골치만 아프지 뭐. 지금도 악마 숫자가 넘쳐나서 골치 아픈 걸.”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한다.
“그나저나 등이 아프다고? 한번 볼까? 저기 앉아봐.”
“응? 아냐 아냐, 괜찮아. 그냥 헬게이트 열린다는 소리 들리니까 싱숭생숭해서 해본 말이야. 그때 마지막 치료해 준 이후로 아무 느낌도 없는걸.”
예랑이 손사래를 친다. 지난 상처를 들추고 싶지 않다는 듯이.
“그러지 말고, 얼른 이리 와 앉아봐. 혹시 모르는 거니까.”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예랑을 의자에 끌어다 앉히며 말한다.
“에이. 괜찮대도. 온라인 카지노 게임 오늘 진짜 이상하네.”
의자에 강제로 앉혀진 예랑의 등을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살핀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팔을 들더니 예랑의 등 상처를 향해 손을 뻗어 가만히 손바닥을 댄다.
“미안해... 내가...”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조용히 중얼거린다. 예랑에게 그 말이 안 닿을 줄 알고 속삭였지만, 예랑은 그의 목소리를 또렷이 들었다.
“응?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뭐가 미안해? 아, 상처가 남아서? 괜찮아. 그때 온라인 카지노 게임 아니었으면 나도 어찌 됐을지 모르는데 뭐. 삼신 그렇게 도망가고,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한참 치료해 줘서 난 아직도 고마워하고 있다고. 언젠가 이 빚을 꼭 갚아야 하는데, 기회가 없네 기회가. 기회 좀 주세요, 지옥을 관장하시는 위대한 온라인 카지노 게임니임~”
마치 부모에게 투정하는 어린애라도 된 듯, 예랑이 넉살 좋게 말한다.
“아, 흠흠. 크크. 맞아. 상처를 좀 예쁘게 없애줬어야 했는데, 흔적이 남았네.”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서둘러 말을 마치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근데 온라인 카지노 게임, 그때 그 인간이 만들었다던 그 '에포케' 호수는 그 이후 어떻게 됐는지 알아? 어제 다른 이 슬픔 선택한 인간 영혼이 또 나왔거든. 그때 그 인간처럼 말이야. 그래서 문득 궁금해지더라고.”
“에포케...? 음... 크크. 잘 모르겠는데?”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진짜 모른다는 눈빛으로 예랑에게 말한다. 그의 말에 괜히 아쉽다.
“쿨럭쿨럭. 오늘 왜 이렇게 기침이 나지? 이상하네 거 참.”
예랑의 기침 소리에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화들짝 놀라며 그의 등 뒤에 올렸던 손을 거둔다.
“몸 좀 잘 살펴 진짜. 이제 넌 혼자가 아니잖아. 예꼬도 보살펴야 하고. 그나저나, 너 어렸을 때랑 정말 닮았네. 똑같아.”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먼발치에서 예꼬의 얼굴을 살피며 말한다.
“응? 나 어렸을 때? 온라인 카지노 게임 나 어렸을 때 본 적 있어?”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예랑이 날카롭게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게 묻는다.
“아, 그때. 그 사건 있었을 때 말이야. 그때 말하는 거지. 크크.”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당혹감을 감추며 말한다.
“그나저나 여긴 책이 정말 많군. 다 절대신 때 쓰인 책이지? 어디 보자, <신들의 대전쟁? 이거 읽어봤나?”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누워있는 예꼬의 머리맡에 놓인 책장에서 하얀 책을 한 권 꺼내며 예랑에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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