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남지 않은 기회
막내의 소풍..
아, 요즘엔 현장체험학습이라고 한다.
며칠 전부터 준비물을 챙기는 통에,
‘금요일엔 김밥 싸야 돼’ 매일 생각하게 되었다.
버스를 타고 가서 멀미약도 챙겨야 하고, 비닐봉지와 티슈, 돗자리, 어깨에 메는 물통, 비가 오면 우비..
카지노 게임은 늘 고민이 된다.
막내 유치원 때는 학기마다 4번, 큰 아이들 번갈아 오는 체험학습 덕분에 카지노 게임을 자주 쌌었다.
집에서 만들어주는 김밥을 사 먹는 것보다 좋아하는 아이들이라 항상 1번은 김밥이었는데, 요목조목 예쁜 카지노 게임을 구경하고 온 아이들이 보태는 말들이 있어서 때때론 유부초밥도 싸고, 문어소시지도 만들고, 하트, 튤립도 만들었던 적이 있다.
그래도 돌고 돌아온 메뉴는 ‘답정너’ 같은 김밥이다.
오늘도 아침 일찍 일어나 김밥을 싼다.
막내카지노 게임이니 들어가는 속도 심플한 기본 김밥.
그나마 햄 대신 소시지를 큼직하게 넣은 김밥을 아래층에 깔았다.
과일은 사 놓은 딸기가 맛이 없어서 오렌지만 넣기로 했다. 간식통에는 과자를 조금 넣어 챙겼다.
아침에도 기분 좋게 일어나, 자기 준비물을 또 챙기는 아이를 보면서, 평소에도 그렇게 자기 일을 잘 챙겼으면 좋겠다고 속으로 웃었다.(어제 알림장과 숙제를 빼놓고 갔었다.)
오래된 카지노 게임통에는 큰 아이의 이름이 적혀있다.
막내가 쓰던 카지노 게임은 구매당시 사랑했던 캐치티니핑 캐릭터의 핑크색 카지노 게임이다. 이제는 조금 창피해졌을까. 오빠의 낡은 카지노 게임통을 선택했다.
가볍고 귀염 뽀작한 일회용 카지노 게임용기가 늘 엄마 마음을 유혹하지만, 환경문제로 일회용은 쓰지 않기로 맘을 먹었었다. 4살 아이의 소풍가방이 무거워보여 흔들린 적은 많았지만, 내가 그걸 쓰기 시작하면 아이들에게 보이는 것에 신경 쓰며 남에게 보기 좋은 것을 선택하도록 가르치는 기분이 들어서 항상 카지노 게임통을 고수해 왔다.
별거 아닌 것에도 거창하게 의미를 부여했던 시절이었다. 엄마로서의 삶이 1번이었던 시절.. 아이들이 엄마의 철학을 닮아가는 시절..
아이들이 자라서 기본 김밥이 아니라 돈가스 김밥을 찾고, 땡초김밥도 먹을 수 있는 지금.
중학생인 큰 아이들도 다음 주에 체험학습이 있지만 카지노 게임을 싸지는 않는다.
이름이 이제 지워져 희미하게 남은 카지노 게임을 열면서 추억도 잠시 열어 보았다. 김밥 열 줄을 죄다 썰어서 속모양이 이쁘고 한 입에 쏙 들어가는 크기만 줄지어 담아보았다. 아이가 맛있게 먹고 즐겁게 놀면서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행복하길 기도하며..
새벽같이 일어나는 게 정말 귀찮지만, 카지노 게임 싸줄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그렇게 가까이 내 품에 머무는 날도 금방 지나갈 것이다.
이 행복을 마주할, 얼마 남지 않은 기회를 즐거이 쟁취하며..
남은 김밥은 같이 일하는 친구를 위해 카지노 게임통에 담는다.
출근 하기 전, 내가 누리는 행복플러스.
햇볕이 너무 좋아서 우리 막내, 오늘 오이팩을 해야될지도 모르겠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