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카지노 게임. 오늘은 왜 통 안 마시는 건데?
“하늘, 참 조오오오옿다. 어떤 놈이 이런 파란색을 칠할 수 있겠냐?”
꽁지카지노 게임가 술잔을 들다 말고 기어이 내뱉었다.
“야 인마, 니 눈엔 말간 가을볕은 보이지 않냐. 가을엔 뭐니 뭐니 해도 볕이 최고야.”
흰카지노 게임가 기다렸다는 듯이 끼어든다.
“이 친구들 좀 봐. 늙은 것들이 무슨 가을 타령을 하는 거야. 가을은 그냥 가을인 거야. 젊은 티 좀 내려고 하지 마.
찰랑카지노 게임가 카지노 게임를 찰랑거리며 두 친구들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인왕산 성곽 밑에서 술판을 벌인 늙은이들은 점심을 막걸리로 먹고 있는 터이다. 눈이 시리게 푸르른 날은 늙은이들을 우중충한 술집에서 가을이 한창 쏟아지고 있는 인왕산 자락으로 불러냈다. 그래도 어디서 본 것은 있어서 고어텍스 등산복을 입고, 발목까지 올라오는 등산화를 신고 나왔다. 흰머리는 차양이 널찍한 노란 모자를 쓰고 있다. 손에는 눈이 부실만 한 하얀 장갑을 끼고 있다.
"이게 골프 장갑인데 아들놈이 지 거 사면서 내 거도 사 주었다. 어째 폼 좀 나냐? "
"그래 너 잘났다."
"니 손은 칼라 콘크리트다."
꽁지카지노 게임와 찰랑카지노 게임가 빈정댄다.
"얘들아, 이거 우리 마누라가 싸준 거야. 먹어 봐."
찰랑카지노 게임가 배낭에서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긴 소고기 육전을 내놓는다.
"그래도 제수씨가 최고다. 이거 나 먹으라고 싸준 거지?"
흰카지노 게임가 육전 한 개를 날름 집어먹으며 우적대는 소리를 한다.
"이렇게 고마울 데가. 너 인마 제수씨한테 잘해라.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꽁지카지노 게임가 어딘가 그늘진 목소리를 건넨다.
"누가 뭐래도 술은 막걸리가 최고다. 이것도 얼마 동안이나 마실 수 있을지 모르겠다. 마셔, 마시자고."
흰카지노 게임가 꽁지카지노 게임에게 술을 따르며 재촉한다.
꽁지머리는 마음이 무겁다. 지난 토요일에 어렵게 성사시킨 아들 녀석의 소개팅이 무너져버렸기 때문이다. 문인협회 활동을 하고 있는 선배 막내딸을 마주 앉혔는데 어찌 된 일인지 밥만 먹고 서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사실 선배와 꽁지머리는 벌써 사돈이 되어 있었다. ‘내 딸 데려다가 시집살이시키면 가만 안 둔다.’ 커니 ‘사위 사랑은 장모라고 형수님에게 알아서 잘하라고 하라’는 둥 김칫국부터 한 사발씩 마셨던 터다.
"꽁지머리야, 술 마셔. 오늘따라 왜 이렇게 빼는 거야? 뭔 일 있어?"
흰카지노 게임가 막걸리가 가득 담긴 종이컵을 들어 올리며 재촉한다.
"술맛도 안 난다. 사는 게 참 팍팍하기도 하고."
"왜 뭔 일이 있는데?"
찰랑카지노 게임가 궁금한 표정을 건넨다.
꽁지머리는 전화도 없이 늦게 들어오는 아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자정이 넘었는데 늦게 온다는 것은 잘 되었다는 거겠지. 그래. 아예 들어오지 말고 내일 들어와라. 아이까지 안고 들어오면 더 좋고.’
꽁지머리는 자기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어 피식 웃었다. 잡지사에 보낼 원고를 가다듬고 있는데 아들이 들어온다.
"아버지 다녀왔습니다. 술 한잔 마셨습니다."
"그래, 씻고 자라."
꽁지카지노 게임는 마음 한구석에 밀어닥치는 휑한 바람을 느끼며 애써 외면했다. 술이라도 한잔 마실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선배와 꽁지머리는 이번 일에 공을 많이 들였다. 자식들의 성향을 내놓고 아이들에게 상대가 좋아할 행동과 해서는 안 될 행동을 넌지지 말해줬다. 아들이 요조숙녀형을 좋아하기에 선배는 딸에게 얌전하고 조신하게 말하고 행동하라고 단단히 일었고, 활동적이고 통이 큰 남자를 좋아하는 선배 딸에 잘 맞추어보라고 아들을 부추겼다. 그러고 보니 가만히 두어도 될 정도로 성격이나 사고방식이 맞는 것 같았다.
"꽁지머리야. 오늘은 왜 통 안 마시는 건데?"
흰카지노 게임가 성벽에 기댄 몸을 일으키며 얼굴을 들이민다.
"거 좀 놔둬라. 마시기 싫은 때도 있는 거지. 너나 많이 마셔."
찰랑카지노 게임가 끼어들어 흰카지노 게임의 말을 가로막는다.
꽁지머리는 산 아래로 펼쳐져 있는 시가지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푸른 하늘이 싫었다. 맑은 공기도 싫었고, 부드러운 가을 햇살도 다 싫었다. 왜 세상은 뜻대로 되지 않을까. 그토록 간절하게 원했던 며느리를 만나기도 전에 무엇이 급해서 아내는 긴 여행을 떠났을까. 길거리에 마주치는 처자들을 보면 다 괜찮은데 어찌 아들과 연이 닿는 여자가 없는 것일까. 소설은 또 왜 그렇게 써지지 않는 것인가.
꽁지카지노 게임는 종이컵에 담긴 막걸리를 바라보았다. 아내의 얼굴이 살짝 보였다가 흐릿해진다. 얼른 마셔버렸다. 지워야 했다. 잊어야 했다.
"아버지, 죄송해요. 3초를 넘기지 못했어요. 사실 바로 일어나는 게 편안한데, 서로가 상대방을 생각해서 못 일어나는 거예요. 더구나 아버지들 체면 때문에 밥은 먹고 헤어졌는데, 후, 힘들었죠.친구 불러서 푸념 좀 하다가 왔습니다."
아들의 마음을 이해해야 한다고 자신을 채근했다. 그러나 3초 만에 상대를 판단해 버린다는 젊은이들의 문화는 어딘지 모를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젊은이들의 사고방식을 이렇게 만든 것이 누구인가. 세상이고, 그 세상에 사는 어른들이 아닐까. 부추기는 것은 아니라고 해도, 이혼이나 비혼을 정당화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 아닌가. 결혼을 안 한다, 출산을 안 한다, 1인 가구가 늘고 있다. 그에 대한 대책을 내놓지도 않으면서 언론은 자랑처럼 떠들고, 그것을 본 젊은이들은 은근히 동조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이 아닌가 말이다.
"아버지는 니 엄마의 눈빛이 고와서 같이 살았다. 처음 만난 날 보았던 그 눈빛은 우리가 부부로 사는 힘이 되었다. 갈수록 서로의 단점들이 우후죽순처럼 솟아났지만, 사람 살이 다 그런 거라고 치부하고 다독이며 살았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얼굴도 보지 못하고도 연을 맺었는데, 너도 보았지만 두 분은 얼마나 아름다운 삶을 살았더냐. 세상은 변해도 변해서는 안 되는 것이 인성人性이다."
다음날 선배가 전화했다.
“아이들이 왜 우리 맘 같지 않냐? 그냥 한 방에 넣고 못질을 해버릴까.?”
“형, 그러면 우리를 감금죄로 고소할걸. 나중에 술이나 한잔해요.”
"아니, 어떻게 사람을 3초 만에 판단하냐고. 딸년에게 한바탕 퍼부었다. 오래 끓여야 진국이 나오는 것처럼 사람을 좀 만나봐야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거 아냐? 내 딸이지만 정말 밉다."
"형, 소개팅 3초 법칙이라는 해괴망측한 게 있다네요."
꽁지머리는 아들을 결혼시키고 나면 강원도에 있는 절로 들어가려는 생각이다. 불목하니 비슷한 생활을 하면서 밥이나 얻어먹으며 구상해 둔 장편소설을 써야겠다는 생각이다. 친구들에게도 알리지 않고 바람처럼 사라지려고 마음먹고 있다. 108배를 올리며 참회의 눈물로 먼저 간 아내의 극락왕생을 빌고 싶은 것이다. 그 한편에는 아들과 며느리의 가정에 관여하고 싶지 않은 까닭도 자리 잡고 있다.
세상의 변화보다 먼저 사람들이 변하고 있다. 개인주의로, 원칙주의로, 또는 이기주의로. 꽁지카지노 게임는 이것을 화두로 붙들고 요새 골카지노 게임를 앓고 있다. 소설 작품을 구상 중이라고 우기고 있지만, 세상은 힘들고, 한 줄의 글도 쓰지 못하고 있다.
“우리 거국적으로 한 잔 마시자.”
꽁지카지노 게임는 막걸리를 들이부었다. 그리고 어깨를 들먹였다.
“너 지금 우는 거야? 마음에 두지 말고 털어내. 쏟아내라고 인마.”
찰랑카지노 게임가 어깨를 흔들었다.
마아아아시자아아아, 하아안 잔의 술.
마시자, 마셔버리자.
노래인지 푸념인지 모를 것들이 꽁지카지노 게임에게서 흘러나왔다.
성벽에 내리는 햇볕은 여전히 말갛고, 하늘은 눈이 시릴 만큼 푸르르게 펼쳐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