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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필버거 Apr 26. 2025

카지노 쿠폰을 하거나, 카지노 쿠폰을 당하거나.

카지노 쿠폰

글쓰기 카지노 쿠폰에 대한 스토리는 두 버전이 있다. 카지노 쿠폰가 그 시작이라는 점은 같다. 첫 번째 버전은 브런치에 발을 디딘 시점의 이야기다.


하얀 바탕.

까만 깃털 펜을형상화 한 B 로고.

타일 타잎의 큼직큼직한 사진과 진회색 글 제목이 돋보이는 여백.

대리석으로 만든로마 유적처럼 반들 반짝깨끗한 메인 화면이었다.

아무 글 하나 골라 클릭해도 마찬가지.

밤새 눈 내린 이른 아침, 하얀 눈밭에 가지런히 찍힌 선명한 까치 발자국처럼 문장들이 군더더기 없이 산뜻하게 정리돼 있었다. 나도 여기에 글을 쓰고 싶은 욕심이 타올랐다. 뭘 써도 좋을 것 같았고 아무 주제라도 잘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글 쓰고 싶은 마음이 타는 한여름 갈증처럼 다급했다. 브런치를 처음 만난 날, 나는 그랬다.


내 속 깊이 묻혀있던 글쓰기 욕망에 불이 붙었다. 쓰고 싶다. 여기, 브런치에. 작가 신청을 하고 떨어지고 또 덤벼기어코 작가님 소릴 들었다. 첫 글을 쓰는 날, 새하얀 노트북 화면 앞에서 첫 데이트처럼가슴이 두근댔다. 첫 발행은 2019년 7월 12일이었다.


몇 개의 글을 브런치에 발행하고서야 자문했다. 나는 왜 글이 쓰고 싶은 걸까. 오랜욕망은 무엇이었을까. 내 속을 헤집었다. 내 안어딘가에 있을욕망의 근원을 찾기 위해. 내재돼 있던 그 욕망이 오래도록 쌓이고 넘치던 바로 그때, 마침내 브런치를 만났다고 느꼈다. 운명이구나. 유년의 꿈, 노년의 소망, 나의 유산. 글을 세 개나 썼다. 지금까지 내가 기억하는 글쓰기를 카지노 쿠폰하는순간이다.


여태 이 기억이 맞는지 틀리는지 재고(再顧) 하지않았다. 오늘 이 글을 쓰기 위해 다시 생각해 보니 이 기억은 가정(假定)이었다. 몇 년의 간격을 두고 되짚어본 사실(事實)은 다르다.


회사 책장에는 '언싱킹'이라는 책이 먼지를 뒤집어쓴 채 꽂혀있다. 오래 가지고 있었지만 처분하지도 읽지도 않는 책이다. 무의식과 마케팅에 관한 내용인데 주기적으로 책을 정리하면서도 버리지 않은 이유는목차 때문이다. 사람의 본성을 꽤 잘 짚었다. 일부 인용한다.


'우리는 눈으로 생각한다.'
'우리는 단순한 것에 사로잡힌다.'
'우리는 디자인 때문에 바뀐다.'

-언싱킹(해리 벡위드 저/이민주 역/토네이도)


어디선가 카지노 쿠폰에 관한 글을 읽고 검색으로 찾아 들어가 회사에 있는32인치 넓은 모니터로 처음 만난 카지노 쿠폰 메인 화면은위에 쓴 대로나의동공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책 좀 읽는 사람은 누구나 글쓰기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끌리는 이성에게 선뜻 고백을 못하는 건 거부의 두려움 때문이다. 글도 그렇다. 쓰면 잘 쓸 것 같은 희망은 막상 써보면 박살 나기 십상이다. 그나마 소득이라면 글쓰기가 얼마나 많은 시간과 공(功)을 요하는지 깨닫는 것. 잠재적 작가군 대부분은 블로그 같은 데 일기처럼 몇 번 쓰다가 자신의 보잘것없는 재능만 확인하고 포기한다. 나도 그들 중 하나였다.


샤넬백처럼, 한정판 나이키 운동화처럼 소유욕을 강렬하게 작동시키는 명품이 눈에 들면 지름신은 알아서 찾아온다. 욕망이 이유를 창조하는 순간. 샤넬과 나이키는 비싸고,내 지갑은 항상 얇다. 브런치의 아름다운 디자인, 거기서 글 쓰는 사람들의 성공담은 입문(入門)의 욕구를 강하게 자극했고 갑자기 나는 너무나 오래 간절히 글을 쓰고 싶었던 사람이 되었다. 명품의 높은 가격처럼 브런치는 작가 신청과 선정이라는 대가를 요구하는데 내 재능은 한없이 가벼웠다.


'우리는 특별한 것의 일부가 되고 싶어 한다.'

-언싱킹 (해리 벡위드 저/이민주 역/토네이도)


브런치 작가가 되고 싶다는 욕망이 들끓었다. 긴 노력 끝에마침내 작가님 축하한다는 메일을 받았다. 여러 차례 글에 썼듯, 카지노 쿠폰 작가 신청 제도는 베타 테스트 기간 중에 광고성 글 도배를 막기 위한 장치다.(출처 : 오늘 나는 브랜드가 되기로 했다 / 김키미 저) 브런치는 글쓰기에 관한 최소한의 기능만 남긴 미니멀한 디자인과 성취욕을 자극하는유사 등단 같은 진입 장벽인작가 선정이란 마케팅의 절묘한 결합으로 성공한 플랫폼이 됐고, 나는 소비자로서 카지노 쿠폰에서 글을 쓰는 작가가 되기로 하는 카지노 쿠폰을 당했.


분수에 넘치는 명품을 샀으니, '수고한 나를 위한 선물'처럼억지 춘향 같은이유라도만들어야 마음이 편해진다. 글쓰기에 대한 욕심을 한 번쯤 내 본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많지 않을까. 뒤져보면 이유 몇 개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지어내던, 찾든 큰 차이도없다. 혼자 노는 시간이 많아 책이라도 읽었던 어린날 꿨던 소설가의 꿈, 영원히 승승장구 살 줄 알았던 나의 처참한 실패의 순간, 초라하게 생을 마감할 확률이 높은 중년 아저씨의 자식들에게 글 쪼가리라도 남겨 이해받길 바라는 욕심. 글쓰기 욕망의 이유로 해석해도 괜찮은 것들을 퍼올렸다. 실상은 유전자를 퍼뜨릴 확률을 높이기 위한 공작새 수컷의 화려한 꼬리 같은 뽐내고 싶은 마음이었다 하더라도. 이것이 나의 글쓰기 카지노 쿠폰의 두 번째 버전이다.


앞 버전은 내가 카지노 쿠폰을 했고, 뒷 버전은 내가 카지노 쿠폰을 당했다.

첫 버전 보다 두 번째가 팩트에 가까울 게다.


요즘 뇌 과학, 진화심리학 책이 더 자주 눈에 띈다. 원래 그쪽에 관심이 많아서 그 계통의 책을 보면

그냥 넘기지 못한다. 다 읽지 못하면목차라도 훑어본다. 이 류의 책들은 참 차갑고 냉정한 이야기를 한다. 유전자의 두 가지 목적인 생존과 번식, 양복 입은 원시인심리가 동물의 한 종으로서 인간의 모든 것인 양 말한다. 고개를 끄덕이는 한편 인간다운 무엇, 어떤 고귀함이나 존엄 같을 걸 갈구하기도 한다. 똑떨어지는 답인걸 머리로는 이해하나 가슴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프루스트에 따르면, 이야기하는 사람은 삶에 몰입하고 자신의 내면에서 사건들을 잇는 새로운 실을 뽑아낸다. 그럼으로써 고립되지 않은 관계들로 이루어진 조밀한 망을 형성한다. 그러면 모든 것이 유의미해 보인다. 이 서사 덕분에 우리는 삶의 우연성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중략)

자전적 이야기는 지난 경험에 대한 후속적 성찰, 즉 기억에 대한 의식적 작업을 전제한다. 그러나 데이터와 정보는 의식을 거치지 않고 생성된다. 이들은 우리의 활동을 성찰하고 해석하기도 전에 그리고 그러한 성찰로 필터링되기 전에 곧장 모사해 버린다.

(중략)

사건들은 특정한 방식으로 쌓아 올려질 때 비로소 하나의 이야기로 응축된다. 데이터 더미 또는 정보 더미에는 이러한 이야기가 빠져 있다. ‘서사적’이 아니라 ‘누적적’이 되는 것이다.

- <서사의 위기, 한병철 지음 / 최지수 옮김 -


기억을 스토리로 만드는 것이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아무리 유효하다 해도, 이야기는 파편처럼 흩어진 데이터로서의 기억의 조각들을 서사로 엮고서야 우연한 사건의 누적인 일생(一生)을 비로소 인생(人生)으로 만든다.


자신의 욕망을 잊거나 모르고 살다가, 브런치라는 계기가 일깨우고, 많은 글쓰기 멘토들로부터 배우고 성장하고, 내가 남긴 빵 부스러기를 내 아이들이 좇아가며 자라는 첫 버전이 나는 좋다.

내가 죽어도, 내 스토리와 내 글은 한동안 남을 게다. 최소한 내 아이들 마음속에는.

첫 버전은 조셉 캠벨이 밝힌 신화 속 영웅 서사와 닮았다.

마음에 든다.

그럼, 그걸로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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