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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un Hyun Apr 05. 2025

브로큰 바이씨클

음악소설집

진용은 성인용 자전거를 가지고 싶었다. 같은 또래 아이들 중 반 이상이 어른들이 타는 자전거를 타고 있거나 가지고 싶어 했다. 대도시는 당연히 아니고 농촌이라고 하기에도 좀 그런 K읍에서는 그랬다. 대도시나 농촌에서도 그때는 어중간한 K읍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어린이용 자전가와 성인용 일반 자전거 외에 어중간한 크기의 청소년용 자전거는 거의 없기도 했고. 아무튼 ‘청소년’은 상업의 영역이 아니었다.


진용은 초등학교 4학년이었다. 4학년부터는 중학생들이 노는 양 따르는 풍조가 강했다. 중학생들은 당연하게도 성인용 자전거를 탔다. 그러니까 담배를 피우거나 술을 마시는, 혹은 두 가지를 모두 하는 중학생의 총합만큼의 비중이 어른 자전거를 탔다. 합집합의 수와 교집합의 수가 엇비슷하기도 했다.

나이에 맞게만 키가 자란 아이들이나 나이보다 키가 덜 자란 아이들은 독특한 방식으로 성인용 자전거를 탔다. 자전거 옆에 서서 핸들을 잡고 오른발을 왼쪽 페달에 올린 다음 왼발로 땅을 박차고 출발한다. 그렇게 옆에 서서 자전거를 출발시킨 다음 어느 정도 속도가 붙으면 오른쪽 페달에 왼발도 같이 디디고, 드디어 오른발은 오른쪽 페달에 가져다 놓는다. 왼쪽 발은 왼쪽 페달, 오른발은 오른쪽 페달로 가는 이 과정에서 자전거를 타는 아이가 안장에 앉는 동작이 이루어진다. 지금 다시 연상해 보면 기괴한 동작이지만 당시엔 우아하진 못했어도 야무져 보이긴 했다.

키가 덜 자란 아이의 경우, 페달이 지면에 가장 가까웠을 때 발바닥과 페달이 떨어지게 되면서 그 해 1984년 LA올림픽 육상 멀리뛰기 종목에서 미국 선수 칼 루이스(Carl Lewis)가 선보였던 허공을 걷는 자세를 취했다. 멀리서 보면 그렇게 보일 때가 있었다. 물론 여러 걸음을 허공에 딛는 칼 루이스와 양쪽 발을 번갈아 허공에 딛는 아이의 모습이 다르기는 했지만 말이다.

허공을 딛는 발에 신긴 운동화를 보면, 왜 아이들이 성인용 자전거를 타게 되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우선, 아이들의 운동화는 크게 세 가지 부류로 나뉠 수 있다. 첫 번째 부류는 ‘발 크기에 잘 맞거나 꼭 맞는 운동화’로 별다른 문제가 없다. 두 번째 부류는 발가락이 양말을 뚫고 나오듯 운동화를 뚫고 나온 케이스다. 이 부류는 아이들의 발이 재빠르게 자란다는 것을 말해준다. 다시 말해 새운동화를 살 때엔 발에 맞는 것을 샀던 부류다. 첫 번째 부류가 대부분 두 번째 부류로 진행된다. 세 번째 부류가 가장 문제성 있는 부류다. 바로, 헐거운 운동화다. 아이의 발이 급속하게 자란다는 것을 인지한 부모는 ‘내년까진 신어야지’라는 주변 동료 어머니들의 유행어를 신봉하게 되면서 반드시 한두 사이즈가 더 큰 운동화를 아이에게 사 신겼다. 발에 맞지 않는 큰 운동화를 사 신기는 어머니들의 심리는 고스란히 자전거로 옮겨갔다.

5천 원짜리. ‘까발로’나. ‘타이거’를 사줄까, 두 배 가까이 비싼 ‘프로스펙스’를 사줄까, 그것도 아니면 근래 한 반에 서너 명 정도가 신고 다녔던 ‘나이키’나 ‘아식스'를 사줄까를 고민하는 어머니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 역시 ‘내년까진 신어야지’하는 생각에는 상당히 공감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니 경제적 여유가 있든 없든 커 가는 아이에게 성인용 자전거를 사 주는 것은 일반적인 공감대였고 사회적인 분위기였다고도 할 수 있다. 청소년용 자전거가 없기도 했고.

아이들이야 자전거를 가지고 싶은 생각이 우선하니 성인용 자전거를 넉넉한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진용은 특히, 막내다 보니 어떻게든 내리 물림 될 것 같은 어중간한 형의 자전거를 피하고자 하는 생각에 조건 없이 부모의 결정에 따르고자 했다.

몇 달의 논의와 숙고 끝에 진용의 부모는 가까이 사는 친척들에게 문의해 어떻게든 저렴하게 자전거를 구입할 방법을 찾아내려고 했다. 진용의 부모는 ‘새것 같은 중고자전거를 아는 사람을 통해 남보다 저렴하게 구해준다’는 전략을 세웠다.

‘아는 사람’은 카지노 게임 추천 큰고모부였다. 큰고모부는 K읍을 잘 알았다. 큰고모는 진용이 다니는 초등학교 앞에서 분식점을 했고 후에는 같은 건물에서 식당을 운영했다. 분식점 시절 진용은 떡볶이를 먹으러 고모네 가게에 간 적이 있었다. 십 원에 하나씩 먹는 그 떡볶이를 두 개 먹을 때까지 고모는 진용을 알아보지 못했다. 왜냐하면 카지노 게임 추천 고모는 지독한 근시였기 때문이었다. 그러고도 음식을 만드는 걸 보면 놀라웠다.

고모부는 번듯한 키에 기골에서 격식이 느껴지는 사람이었다. 그는 농업학교를 나왔고 당시 꽤나 평판이 좋은 종묘회사에 다녔다. 하지만 자신보다 나이 어린 사장과 마음이 맞지 않아 회사를 그만둔 후 다시는 직장에 취업하지 않았다. 나이 어린 사장이 몇 차례나 삼고초려의 형식을 갖췄지만 고모부는 응하지 않았다. 고모가 분식점을 식당으로 바꿔 열고 몇 년 지났을 무렵 그는 식당의 문을 비롯해 식당 내부의 곳곳에 ‘평화민주당’의 포스터를 붙였다. 나중에는 식당 밖까지 샛노랑으로 컬러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포스터와 김대중 총재의 사진들이 나붙었고 명패가 음각으로 새겨져 식당이름 위에 덮여 내걸렸다. ‘평화민주당 K지구당 사무소’, 그렇게 식당은 식당 겸 지역구 사무소가 되었다. 이른바 TK의 중심인 대구 옆 K읍에서 전라도 정당의 기치를 올린다는 것은 누가 봐도 무모했다. 카지노 게임 추천 큰고모부는 그런 사람이었다.


카지노 게임 추천 아버지는 맏이였다. 아래로 형제가 셋, 자매가 셋이었다. 맞딸인 큰고모는 아버지 바로 아래의 여동생이었다. 집성촌에서 자란 카지노 게임 추천 아버지는 공무원이 되었다. 그는 본래 중등학교 교사가 장래의 꿈이었다. 집성촌 종가의 장남이었던 카지노 게임 추천 아버지의 꿈은 결과적으로 망가졌다. 한두 살 밖에 차이 나지 않은 그의 숙부, 그러니까 카지노 게임 추천 작은할아버지가 그를 대신해 종가의 지원을 받아 대학을 들어가고 대처로 나갔다. 대학 대신 군대를 갔던 카지노 게임 추천 아버지는 제대 후 막 공무원이 되었을 무렵 카지노 게임 추천 어머니를 만났다. 그 어머니가 서른 살 되었을 때 셋째 진용을 낳았다.

진용의 기억 속에 자전거와 관련된 아버지의 모습은 두 가지가 있었다. 첫 번째 기억은 진용과 직접적이지 않았다. 그것은 진용의 형인 효용의 자전거와 관련된 기억이다. 진용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효용의 자전거를 살 때에도 아버지는 ‘아는 곳’에 가서 사 주었다. K읍 이전에 살던 본적지 대구 동구의 자전거포에서 자전거를 사서는 버스로 30분 이상이 걸리던 K읍까지, 효용과 아버지는 자전거를 함께 타거나 번갈아 타면서 자전거를 사 왔다. 자전거를 버스에 싣는다는 생각은 못하던 시절이었다. 더군다나 그 자전거는 아동용 자전거였다. 진용은 자라면서 그 얘기를 형으로부터 몇 번이고 들은 적이 있었다.

두 번째 기억은 더 오래전이지만 진용과 직접적인 것이었다. 진용의 할아버지도 이 기억 속에 등장한다. 젊은 아버지는 어느 날 자전거에 진용을 태운다. 어렴풋이 남아있는 그 기억은 사과향처럼 풋풋하다. 자전거의 뒷자리가 아니라 핸들바와 안장 사이에 달아 놓은 빨간 유아용 안장에 진용은 앉았다. 뒷자리에는 큰 양은 냄비 하나가 굵은 고무줄로 묶여 앉았다. 그날의 공기는 말 그대로 포근했다. 아버지는 집에서 출발해 논 사잇길로 나가서 다시, 한때는 진용의 할아버지 소유였던 사과밭 사이로 자전거를 몰았다. 과수원을 지나면 길은 주택가로 나 있고 곧바로 저탄장 앞을 가로질렀다. 아버지는, 아버지의 아버지를 위해 곰탕, 그러니까 염소고기탕을 사러 가는 길이었다. 할아버지는 늘 술에 취해 계셨기 때문에 아버지는 오랜만의 일요일 휴식을 자신의 아버지를 위해 할애한 것이었다. 진용은 얼핏 그 염소 곰탕집의 내부 풍경이 떠오를 때가 있었고 아버지의 자전거에 앉은 기억이 기록으로 남지 않았던 것을 다행으로 생각했다. 기억이란 기억 그 자체로 좋았기 때문이었다.


5학년의 가을이 깊어 갈 무렵 진용은 어머니와 함께 자전거를 사러 갔다. 자전거를 원한 지 긴 시간이 지난 만큼 자전거포는 멀리 있었다. 그곳 자전거포 주인과 잘 안다는 큰고모부와 함께였다.

“퍼뜩 오소! 아지매.”

몇 번의 무단횡단과 두세 개의 교차로를 건너면서 앞장선 고모부는 몇 번이고 말했다. 셋이 허름한 자전거포에 도착하기 위해 마지막 도로를 건널 때 맞은편에서는 진용의 같은 반 여자아이가 다가왔다. 아는 척도 아니고 모르는 척도 아닌 표정으로 둘은 조우했고 지나쳤다.

대로변에 있던 자전거포의 주인은 대로변 답지 않은 행색이었지만 자신이 팔 자전거를 정말 새것처럼 닦고 손질해 두었다. 고모부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진용의 어머니에게 말했다.

“깎아놓은 값이니까, 요 값 그대로 다 주소 고마.”

“예.” 카지노 게임 추천 어머니가 답했다.

진용이 자전거를 끌어서 세 사람은 작은 골목에 들어섰다.

“야야, 타 봐라! 얼른.” 어머니 얼굴에는 평소에 있던 걱정이 사라지고 있었다.


“너거 아부지가? 맞제? 어제 그……”

자전거를 가지게 된 이튿날, 자전거포 앞 횡단보도에서 마주쳤던 진용과 같은 반인 향진이 물었다. 물었다기보단, 확인 후의 감탄사 같은 거였다. 고모부와 진용은 인상부터 닮지 않았지만 말이야.

“어……, 와?” 진용은 그렇게만 말하고 말았다.

몇 주 뒤, 진용은 아버지와 시장 골목 안에 있던 목욕탕에 갔다 돌아오는 길에 골목 입구에서 향진과 또 마주쳤다. 카지노 게임 추천 아버지가 먼저 지나쳐가자 향진은 가던 길을 멈추고 진용에게 다가와서 물었다.

“저어는 누고?”

“……고모부다.” 진용이 말하고 아버지의 뒤를 따라 뛰어갔다. 가다 말고 걸음을 늦췄다. 몇 발자국 거리를 두고, 진용은 자신의 아버지 뒤를 따라갔다. 골목 끝에서 진용이 뒤를 돌아봤을 때, 향진은 이미 반대쪽 골목 끝을 돌아가서 보이지 않았다.

카지노 게임 추천 할아버지도 그랬지만 카지노 게임 추천 아버지도 민머리였다. 정수리까지 머리털이 없는 전형적인 대머리였다. 사십 대 중반이었지만 얼핏 봐도 자세히 들여다봐도 오십 대의 이미지로 비쳤다. 진용은 언젠가 아버지의 젊은 시절 사진, 어머니와의 신혼여행 사진을 보고서 감탄한 적이 있었다. 올백으로 빗어 넘긴 아버지의 머리칼은 전혀 느끼하지 않았다. 사진의 배경이 되었던 해운대 백사장만큼 쿨했다. 아버지는 완전한 민머리가 아니었는데 진용은 외려 그게 더 싫었다. 차라리 스님처럼 빡빡 밀고나 말지, 했던 것이다. 하긴 아무렇게나 쓸어 넘겨도 멋있는 고모부의 머리칼 하곤 비교할 수 없었다.

진용은 괜스레 아버지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지만 한 주가 지나갈 때쯤 모두 잊어버렸다. 새것 같은 중고 자전거는 나사들이 조금씩 풀리긴 했지만 탯줄(체인)이 빠지는 일은 없었다. 진용은 그 독특한 방식으로 자전거에 올라타고는 멀리 대학교까지 갔다 오기도 했다. 그곳엔 크게 움푹 파인, 롤러코스터를 뒤집어 놓은 듯한 아스팔트 길이 있었다. 내리막의 강력한 추진력으로 다시 올라오는 재미가 쏠쏠했다. 진용이 가는 곳이면 자전거가 갔고, 자전거가 가는 곳이면 진용이 갔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진용이 고모부와 함께 자전거를 사 온 지 3주 정도가 지난 어느 날이었다. 학교에서 돌아온 진용은 마당 한편에 세워 뒀던 자전거가 없어서 깜짝 놀랐다. 집안으로 들어가 어머니를 찾았지만 그날따라 진용의 어머니도 없어서 진용은 도대체 자전거가 어디로 갔는지 너무 놀란 나머지 울고 싶은 심정이 되었다. 그때 골목에서 집의 입구로 깔린 블록들을 밟으며 진용의 어머니가 오고 있었다.

“니가 자물쇠로 채아논 자전차 어데로 가겠노?”

퍼뜩 정신이 든 진용은 자전거. 열쇠를 찾기 위해 방으로 들어갔다. 형 효용과 함께 쓰는 방이지만 따로 쓰는 책상의 서랍을 열었다. 열쇠가 없었다. ‘아뿔싸! 형이 타고 갔구나’, 진용은 그제야 몇 달 전 효용이 아버지와 함께 타면서 사 왔던 그 어린이용 자전거를 잃어버린 것이 떠올랐다.

허전한 마음에 진용은 동네를 어슬렁거리며 형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한저녁이 되었지만 중학생 효용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 사이 진용은 퇴근한 아버지에게 한바탕 형의 행실을 울면서 타박하듯 하소연했다. 밤 열 시가 넘어서야 효용은 터벅터벅 걸어 마당으로 들어왔다. 세상에! 걸어 들어왔다. 진용은 곧장 ‘내 자전거! 내 자전거는?’ 소리를 지르며 형에 달려들었다.

“미안하이 되었다. 학교 운동장에 세아놨는데 없는 기라... 여태 찾으러 댕깄다. 어예 암만 찾아도 없다. 내 진짜 미안하게 됐다.”

“미안하면 다가? 다가? 으?”

효용은 그날 일찍 수업이 끝나서 친구들과 야구시합을 하기로 하고 집으로 글러브를 가지러 와서는 시합에 늦지 않으려고 진용의 자전거를 타고 갔다. 한데 야구시합이 끝나고 운동장 농구골대 기둥에 열쇠로 채워 놨던 자전거가 없어진 것을 알았다. 학교 곳곳을 찾아보고 길 건너 여중까지 가서 찾아보고 수소문해 보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심지어 집으로 돌아오면서 고모부까지 만나서 진용이 자전거를 보았냐고 물어보기까지 했다. 그렇게 진용의 자전거는 사라지고 말았다.


그 자전거를 다시 본 것은 사라진 날로부터 대략 한 달이 지난 시점이었다. 진용의 친구 상배가 진용의 집에 와서 한참 딱지를 가지고 놀다가 갑작스레 자전거 얘기를 했다.

“니 자전거랑 똑같은 자전거를 봤다 아이가! 설마 니 자전거는 아이겠째?”

“언제? 어데서 봤는데?” 진용이 물었다.

“어제 아래, 저기!” 상배가 대문 밖 길너머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거를 인자 캐주나?”

상배 얘기에 의하면 길 건너 있는 아파트에서 자기 또래의 어떤 아이가 진용의 자전거와 똑같은 자전거를 타더라는 거였다. 진용의 자전거는 중고 자전거에다 새 부품들을 조합해서, 자전거 자체가 특이하다기 보단 그런 조합은 흔하지 않은 자전거였다. 상배는 때마침 자신의 형인 창배와 함께 있었는데 창배 또한 효용이 야구시합을 하던 날 같이 야구를 했던 만큼 한 달 만에 발견되었다는 진용의 자전거에 관심을 가졌다. 상배와 창배는 자전거를 타는 아이의 집이 어딘지 함께 알아내기로 하고 그 아이의 뒤를 쫓으려 했다. 그런데 그럴 것도 없었던 것이 그 아이는 그 자전거를 그 아파트 3동의 첫 번째 출입구의 1층 계단 난간에 그 자전거를 묶어 두고 계단을 올라갔다. 한참을 지나도 그 아이가 다시 내려오지 않은 것을 보면 그 출입구에 있는 열 가구 중 하나가 그의 집이 분명하다고, 상배가 말했다. 진용에게 그 아이의 집이 중요한 건 아니었다. 그 자전거가 어디에 있는가, 하는 것이 중요했다. 뭐, 매한가지이긴 하지만 말이다.

상배의 얘기를 듣는 순간, 진용은 당장 상배의 손을 끌고 대문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용아, 아까도 너거집 오면서 봤는데 거 있더라. 자… 중요한 거는 일단 니꺼가 맞는지 확인하는 기다. 그라고…, 음… 그라고… 금마 아버지가 경찰이다. 지꺼라고 빡빡 우길 껀데 어예 어른들하고 의논을 좀 해가… 덤비야 안 되겠나?”

“됐다, 고마!”

진용은 상배의 손을 끌고 아파트로 향했다. 진용은 3동을 찾자마자 뛰다시피 먼저 가서 자전거를 확인했다. 틀림없이 진용의 자전거였다. 긁힌 자국도 없이 진용이, 아니 효용이 잃어버렸을 때 그대로였다. 반짝였던 뒷덮개는 여전히 반짝였다. 진용은 자신의 자전거를 당장 타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런데 진용의 자물쇠가 아닌 새 자물쇠가, 더 굵어서 튼튼해 보이는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다.

“이자부터 장기전이 될 수도 있는 기라. 일단 집에 가서 너거 아부지한테 야네 아부지 만나가 돌리돌라 카는기 맞다.”

당시 그 동네에선 흔치 않던 맞벌이 부부의 독립심 강한 둘째인 상배는 이런 일에 현명했다. 진용은 이를 악물고 집으로 돌아왔다.


“니끼 맞더나?”

진용의 아버지가 진용에게 다짐받듯 물었다. 진용은 아버지가 퇴근하기를 기다려 저녁을 먹는 아버지에게 자전거 얘기를 했다. 아버지가 말했다.

“일요일날 가보자!”

진용은 실망했다. 일요일이라니. 오늘이 이제 수요일인데 일요일이라니.

“그래, 미칠만 지나믄 일요일아이가. 그때 가가 잘 얘기해 가꼬……”

카지노 게임 추천 어머니도 그렇게 말했다.

마침내 일요일이 되었고 진용은 그간 알아 놓았던 자전거 도둑의 주소로 아버지와 함께 찾아갔다. 301호의 초인종을 눌렀을 때 그 아이는 없었고(상배에 의하면 그 아이는 전학 온 지 한 학기가 채 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 아이의 엄마도 없었다. 그 아이의 아버지인 듯한 사람이 문을 열어주었다.

“무슨 일이지요?” 얼굴이 까무잡잡하고 키가 작고 마르긴 했지만 탄탄한 인상의 자전거 도둑 집안의 가장이 물었다.

카지노 게임 추천 아버지는 웃는 얼굴로 말했다.

“뭐 좀 물어보려고 왔심더. ……이 집 아가 타는 자전거 말 입니더. 그기……”

진용의 아버지는 그 집 안으로는 들어서지 못하고 문 앞에 서서 자전거 얘기를 했다. 진용은 1층으로 내려와 계단 난간에 묶여 있는 자전거를 살폈다. 사실은, 두 사람의 어른이 이야기하는 현장을 피한 것이었다. 진용은, 아버지가 자전거를 되찾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견디기 싫었고, 혹여 아버지의 실패를 목격하면 어쩌지 하는 진용 특유의 쓸데없는 생각도 있었다.

결론적으로 진용 부자는 빈 손으로 타박타박 걸어 길 건너 집으로 돌아왔다. 진용의 아버지는 입맛을 다시며 걸었다. 진용은 아무것도 묻지 않았고 체념해야 할 것을 예감했다. 집으로 돌아온 진용의 아버지는 TV를 켜서 전국노래자랑을 보았다. 그날따라 노란색 컬러가 강조된 아남 TV의 노란색이 다른 날보다 더 또렷하게 눈에 들어온다고 진용은 생각했다. 자전거 톱니 덮개의 노란색 라인은 그 자전거가 결단코 진용의 것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저녁이 되어 아버지가 들려준 얘기에 의하면, 그 까무잡잡한 사람은 K경찰서의 형사가 맞았다. 그 자전거는 분실 습득물로 경찰서 한편에서 무려 한 달 동안 주인을 기다렸다고 했다. 주인이 나타나지 않는 자전거는 경찰서 내규에 따라 경찰서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가져간다고 했다. 자신의 아이는 그런 이유로 그 자전거를 타게 되었다고 했다.

“왜 경찰이 가져가죠? 그리고 주인이 나타났으니 주인에게 돌려줘야죠.”

진용은 자기도 모르게 서울말로 묻고 따졌다. 카지노 게임 추천 아버지는 아홉 시 뉴스의 볼륨을 높였다. 아버지처럼 민머리의 대통령이 네모상자에 등장했다. 대통령은 시바스 리갈의 빛깔 같은 갈색 양복을 입고 호탕하게 웃고 있었다. 카지노 게임 추천 표정은 울 듯 말 듯했지만 아버지의 표정은 무표정이었다.

“잊아뿌라, 우야노. 법이 그러타카는데.”

잠시 후, 아버지는 마치 죽은 사람처럼 이불을 끌어올려 얼굴을 덮었다. 진용은 아버지의 코 고는 소리를 들으며 그 노란색 스워시의 자전거를 머릿속에서 지우기 위해 애를 썼다. 그래 자전거는 부서져 버린 거야, 부서진 채로 발견된 거지. 완전히 부서진 채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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