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더기 무섭다고 장을 안 담가선 안 된다
오늘 한 신문의 기사다. 요즘 졸업앨범을 만들지 않는 학교가 늘어나는 것은 앨범 사진이 딥페이크 범죄에 이용되는 것을 꺼려서란다. 개인 정보가 노출되는 것을 싫어하는 이유도 있고. 돌아보면 학교에서 졸업앨범을 만들지 않기 시작한 건이미 10년 가까운 것 같다. 2015년께 먼저 대학에서부터 시작됐다. 그리고 점점초중고로 확산되는 듯하다.
필자 같은 세대는 졸업앨범을 안 만든다는 것이 좀체 이해되지 않는다. 워낙 어렸을 때부터 졸업앨범이 익숙했기 때문이다.더욱이 내 윗세대의 졸업앨범은 앨범 한 장 한 장 위에 얇은 반투명 종이가 얹혀 있었다. 사진이 손상되지 않도록 보호하려고 씌웠다. 그런 아련한 추억이 뇌리에박혀 있는데 요즘 아예 졸업앨범을 만들지 않는다니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을 정도다.
지금은 워낙 개인 정보 보호가 강조되는 시대다. 노출된 개인 정보는 딥페이크 같은 범죄에 곧잘 이용되기도 한다. 이런 세태의 변화가 결국 아예 졸업앨범을 만들지 않는 것으로까지 이어지고 말았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근다는 속담이 생각난다. 그러나 장을 안 담가서야 식생활이 가능한가. 안 될 말이다. 구더기가 무서워도 장은 담가야 한다.
인류는 기술을 꾸준히 발전시켜 왔다. 특히 디지털 기술은 실로 놀라울 정도로 향상되었다. 그런데 한편으로 범죄 기술도 덩달아 고도화됐다. 딥페이크로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도처에 생겨나고 있지만 딥페이크는 멈추지 않고 있다. 그러나 도둑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집집마다 디지털키를 설치하듯 앨범도 디지털로 만들고 보안장치를 두면 된다. 그마저도 해킹당할까봐 아예 만들지 않는다고? 학창 시절의 소중한 추억을 아예 담기를 포기한다니 안타깝다. 안전하게 보호되는 졸업앨범의 출현을 기대한다. 그렇게 못할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