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경계론을 주장한다
신문 기사에서 환각률이란 걸 접했다. 환각은 알겠는데 환각률은 뭐냐. 언뜻 무슨 뜻인지 떠오르지 않는다. 기사를 자세히 읽어보고서야 뜻을 알았다. 환각은 영어 hallucination을 번역한 말이다. 인공지능이 환각을 일으킨다는 것이고 환각률이 48%라는 것은 환각 상태의 대답이 48%라는 것이다.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하는 말이 제대로 된 말일 리가 없고 그게 48%나 된다니!
비슷한 개념으로 섬망을 안다. 심각한 노환을 앓는 노인에게 간혹 나타난다. 섬망 상태에서는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한다. 정상적인 대화가 불가능하다. 섬망과 환각이 어떻게 다르냐고 한 인공지능에 물으니 환각이 섬망의 여러 증상 중 하나란다.
중요한 것은 최신 인공지능이 환각률 48%라는 것이다. 4.8%만이어도 심각하고 0.48%여도 역시 불안을 완전히 지울 수 없는데 48%면 거의 절반 가량이 헛소리라는 거 아닌가. 사람은 좀체 환각이나 섬망에 빠지기 어려운데 왜 인공지능은 이토록 환각을 잘하는가. 더구나 업그레이드될수록 환각률이 낮아져야 할 텐데 그 반대라니 이 기사를 곧이곧대로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사실이 아닌데 이런 기사가 나왔겠나. 인공지능의 불안한 현주소를 잘 보여준다.
그런데 한편으로 인공지능의 발전상을 보여주는 기사가 나왔다. 이런 거다.
처음엔 무슨 말인지 몰랐다. 복학생들이 왜 푸념했는지말이다. 기사를 읽고서야 알았다. PPT 만들기에 자신 있었던 대학생이 군에 갔다 와 복학해 보니 PPT를 인공지능이 뚝딱뚝딱 만들어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PPT에 자신 있었던 자기는 그만 가치가 뚝 떨어졌고그래서 푸념했다는 내용이었다. 군대 2년 갔다 온 사이에 세상이 이렇게 변했다.
리포트도 인공지능이 써주고 PPT도 인공지능이 작성해주고 판서 받아쓰기도 인공지능이 처리해주니 사람은 이제 뭘 한단 말인가.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리포트와 PPT를 그저 검사하는 정도에 그치나? 힘든 일은 인공지능에 시키고 사람은 인공지능이 만든 걸 첨삭이나 한다고? 안 될 말이다. 인공지능이 아무렇게나 번개처럼만들어낸 것에는 혼이 담겨 있지 않다. 그냥 짜깁기에 지나지 않는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사람인가. 인공지능 의존을경계한다. 인공지능 경계론을 강력히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