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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강 Mar 27. 2025

오감으로 마주카지노 게임 세상

얼마 전 이비인후과에 가서 재미있는 걸 발견했다. 이비인후과 영문이 외우기도 힘든 otolaryngology라 외울 생각도 없었는데 아주 직관적으로, Ear, Nose, Throat(ENT)라고 적혀있다. 검색해 보니 요즈음은 이렇게 쉽게 표기하는 추세라고 한다. 안과도 요즘은 쉽게 eye clinic이라고 표시하는 걸 볼 수 있다. 오늘은 듣고, 냄새 맡고 만지는 감각에 관한 이야기다.


카라 플라토니의 <감각의 미래에서는 냄새를 구분하는 능력을 잃는 것이 알츠하이머병을 비롯한 기억력 관련 질병의 초기 임상 징후라고 얘기한다. 냄새는 원초적인 감각으로 위험하거나 중요한 화학물질을 알리는 체계이며 뇌의 후각 담당 영역은 다른 영역보다 일찍 발달하기 때문에 기억, 학습, 감정 중추와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그래서 후각이라는 현재의 감각을 과거의 경험과 연결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연결 고리가 손상되면 우리는 기억을 잃는다. (감각의 미래, 카라 플라토니, 흐름출판)


삼촌이 버스로 두 정거장 차이의 한동네에 살 때 얘기다. 버스 타고 1인 좌석에 앉아 핸드폰을 하고 있는데 다음 정거장에서 앞 1인 좌석에 어떤 사람이 탔다. 핸드폰 보느라 누구인지도 보지 않았는데 너무 익숙한, 불쾌한 냄새가 내 좌석까지 풍겨왔다. 그때까지도 설마 하는 마음과 정말일까? 하는 마음이 뒤섞여 있었다. 나이 들면 냄새날 수 있고, 비슷한 냄새가 날 수도 있는데 내가 삼촌에게 편견이 있구나, 생각하며 앞 좌석에 앉은 사람을 보는데 아, 삼촌이었다. 좌석 전체에서 풍기는 퀴퀴한 냄새. 아는 척하지 않았다. 소리도 잘 듣지 못하는데 큰 목소리로 말할 게 두려워서였을까, 그냥 내 목적지 버스 정거장에 내렸다. 백화점에 식사하러 가시는 중이었는지 모르겠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삼촌의 인지능력 저하를 최초에 감지한 건 삼촌에게서 나는 냄새였다. 자신의 몸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였다. 삼촌 집에 갈 때도 냄새가 심했는데 집에서 담배를 피웠으므로 담배 냄새와 섞인 냄새라고만 생각했다. 청각이 인지능력 저하와 관련 있다고 이후 치매 관련 자료에서 많이 봐 그렇게만 알고 있었는데 <감각의 미래를 읽으면서 인지능력과 후각과의 연관성에 놀랐다. 삼촌이 남은 음식을 섞어 찌개를 한 냄비 끓여 놓거나 상한 음식이 아깝다고 버리지 않고 끓여 먹는 게 배탈 문제일 뿐 아니라 인지능력과 상관있다는 걸 알아챘어야 했다. 상한 음식이 본인에게 위험하다는 걸 인지해야 하는데 조카는 가끔 나타나서 상한 음식 먹는다고 지적질만 했다.


‘유전자의 차이에 따라 맛을 감지카지노 게임 능력에 차이가 있다 ‘는 사실도 흥미로웠다. 세상 모든 음식 만드는 사람들의 음식 맛이 다르고 누구는 음식을 잘하고 못카지노 게임 게 유전자 차이라고 한다. 똑같은 음식을 두고서도 먹는 사람에 따라서도 누군가는 맛있다고 느끼고, 누군가는 별로라고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음식점 별점의 허무함이라니. 자신한테 부족한 영양소를 찾아 음식이 당긴다거나 임신한 상태일 때 자극적인 음식이 당기지 않는 게 과학적으로 규명할 수 있는 사실이었다는 사실이 재미있었다. 어렸을 때 소증 난다고 카지노 게임 말도 들었고, 너무 좋아카지노 게임 매운 함흥냉면이 입에 당기지 않으면서 임신을 의심했던 일도 생각났다. 임신 기간 내내 그 좋아하던 커피가 당기지 않았다. 먹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 게 아니라 실제로 마시고 싶지 않았다. 그냥 인체의 신비 정도로 생각하고 아이를 보호카지노 게임 몸의 신비라고만 생각했었다. 또 아플 때는 신기하게 커피가 당기지 않았다. 커피가 당기면 몸 상태가 괜찮아진 거였다. 커피라는 자극적인 음료를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의 몸이 된 거였다.


후각이 기억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도 놀라웠지만, 청각의 부제목이 ‘생각을 그려내는 전기적 신호’인 것도 신기했다. ‘청각적 심상’이라는 용어였는데 귀로 듣는 걸 마음에 그려내는, 들리는 이미지로 표현할 수도 있겠다. 책에서는 정의하기 어렵지만, 내적이고 주관적인 경험이라고 한다. ‘머릿속에서 울리는 작은 목소리’가 순간적으로 들렸다가 사라지는 목소리를 말하는 걸까? 머릿속 자아 같은 걸까 생각했다. 눈으로 보는 이미지뿐 아니라 소리는 청각적 심상, 악상으로, 냄새 맡은 것도 후각적 심상으로 안토니오 다마지오가 말하는 대로 우리는 감각을 이미지로 떠올려 느끼고 온몸으로 세상을 감각한다. 과거의 경험과 연결된 현재의 후각 경험의 연결 고리가 손상되면 기억을 잃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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