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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정 Apr 08. 2025

[EAT]토끼도 카지노 게임 될 수 있나요

챗 지피티도 거부한 풀드래빗 카지노 게임

카지노 게임Generated by DALL.E, OpenAI.


나는 다소 뻣뻣한 사람이다.귀가 얇아서 남의 말에 쉽게 흔들리지만 낯선 것을 대하는 마음은 대체로 뻣뻣하다. 내 버킷리스트 상단에 세계 일주가 자리 잡은 지는 오래됐지만, 막상 현실에서는 옆 동네에만 가도 괜히 움츠러든다.운동할 때도 내 마음은 꽤나 뻣뻣하다. 스키장에 갈 때면 언제나 바람을 가르며 슬로프를 질주해 보리라 다짐하지만, 현실은 늘 느림보 거북이다. 질주는커녕 ‘무사히 내려가게만 해주세요.’라며 세상의 모든 신을 향해 호들갑스럽게 기도를 올릴 정도다.


음식 앞에서도 내 마음은 한결같이 뻣뻣하다.


누가 “뭐 먹을래?”라고 물어보면 대개 “아무거나”라고 답하지만, “아무거나”라는 대답 뒤에 감춰진 말들이 있다.


미안하지만, 곱창은 안 돼.
알탕도 별로야.
너무 매운 것도 좀 곤란해.
선지해장국도 조금 어려울 것 같아.
순대는 괜찮지만, 간이나 허파는 극혐이야.

그렇다. 난 못 먹는 음식이 많다. 식당에서 늘 같은 메뉴만 고르는 나와는 반대로 남편은 늘 낯선 음식을 시도한다. 카페에 가면 나는 늘 아메리카노아니면 카페라테, 기껏해야 플랫 화이트카푸치노를 고르지만, 남편은 늘 오미자 에이드딸기 밀크티같은 새로운 조합을 택한다. 남편이 골라든 음료를 보며 ‘다음에는 나도 좀 새로운 걸 시도해봐야겠어!’라고 다짐하지만, 원래 다짐이라는 건 쉽게 잊히게 마련이다.


카지노 게임스튜어트호 옆의 역사 유적지


밴쿠버 북쪽에 있는 캐나다의 작은 동네 포트 세인트 제임스에는 남편의 흥미를 돋울 만한 신기한 음식이 있었다. ‘원주민 보호 구역’ 표지판이 간간이 보이는 광활한 평원을 가로질러 도착한 포트 세인트 제임스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동네였다. 푸른 잔디밭 위에 자리 잡은 야외 식탁 옆으로 바다처럼 짙푸른 호수가 보였다. 한낮의 스튜어트호는 쏟아지는 햇빛을 받아 고요하게 일렁였다. 분명히 원주민이 많은 동네라고 했는데, 호수에서 한가하게 헤엄치며 더위를 식히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백인이었다. 역사 유적지에서 일하는 원주민 직원이 이야기해준 전설 속의 이무기가 평온한 얼굴로 호수를 차지한 백인들 사이로 불쑥 솟아오르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실없는 생각을 하며 메뉴를 골랐다.


인간의 습관은 쉬이 고쳐지지 않는다.늘 그랬듯 나는 익숙한 음식을 골랐고, 남편은 어디서도 보지 못한 새로운 음식을 골랐다. 내 선택은 오븐에 구운 토르티야 사이에 채소와 치즈가 적당히 들어간 퀘사디아였고, 남편의 선택은‘풀드래빗 카지노 게임(pulled rabbit sandwich)’였다.


“풀드래빗 카지노 게임? 래빗? 우리가 아는 그 토끼?”


카지노 게임챗지피티한테 원본 사진을 주고 간신히 얻어낸 풀드래빗 카지노 게임 그림. Generated by DALL.E, OpenAI.


풀드래빗 카지노 게임는 북미 사람들이 즐겨 먹는 풀드포크(pulled pork) 카지노 게임를 변형시킨 메뉴였다.풀드포크는 한마디로 북미식 돼지고기 장조림이다. 다만 만드는 방법이 조금 다를 뿐이다. 장조림을 만들 때는 고기를 먼저 물에 넣어 익힌 다음 양념에 조리지만, 풀드포크를 만들 때는 바비큐 양념을 입힌 돼지고기를 덩어리째 오븐에 구워내야 한다. 맛있게 양념이 스며든 고기를 오븐에서 꺼내 장조림처럼 결대로 찢으면 완성이다. 그렇게 만들어낸 돼지고기를 빵 사이에 넣으면 풀드포크 카지노 게임가 된다.


내 마음은 참 이랬다저랬다 기준이 없다. 귀가 얇아서 남들이 하자는 건 대체로 기꺼이 하는 편이지만, 또 음식 앞에서는 한없이 뻣뻣해서 도저히 토끼로 만든 카지노 게임가 어떤 맛일지 궁금증조차 일지 않았다.


남편이 카지노 게임를 내 쪽으로 내밀며 말했다.


“한 입 먹어볼래? 진짜 맛있어.”


쉽게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돼지 입장에서는 억울할 것 같기도 했다. 풀드포크 카지노 게임는 먹어도 되고, 풀드래빗 카지노 게임는 못 먹는 이유를 돼지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을 것이다.


“토끼라는 걸 생각하지만 않으면 그냥 맛있는 고기 맛이야!”


남편은 한 번 더 권했지만, 나는 끝내 토끼를 삼키고 싶진 않았다. 남편 말마따나 안에 들어 있는 내용물이 뭔지 몰랐다면 맛있게 먹었을 만한 평범한 비주얼이었다. 그러나, 일단 안에 들어 있는 게 토끼라는 걸 알게 된 이상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다.


마지막 한 입까지 싹싹 맛있게 먹어 치우는 남편을 보며, 남편이 몬도가네인지, 내가 지나치게 유연하지 못한 건지 궁금해졌다. 가끔 그날을 돌이켜 보면 ‘그냥 한 입 먹어볼걸’ 하는 쪽으로 마음이 많이 기울었던 게 사실이다. ‘풀드래빗 카지노 게임’는 구글을 뒤져도 검색 결과가 딱 여섯 페이지밖에 나오지 않는 희귀한 음식이다. 지나치게 뻣뻣한 마음 탓에 희귀한 음식을 맛볼 드문 기회를 놓친 것 같아 내심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


새로운 음식 앞에서 조금 더 유연한 마음을 가져보겠다는 각오를 다지며 챗지피티의 문을 두드렸다.


“지피티야. 풀드래빗 카지노 게임 좀 그려줄래?”


언제나 친절한 챗지피티였건만 웬일인지 묵묵부답이었다.


“저기. 지피티님. 제발 풀드래빗 카지노 게임 좀 그려주실래요, 제발요?”


좀 더 공손하면 그려줄지도 모르겠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please”를 남발해 가며 그림을 요청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문제가 있어서 그려줄 수 없다고 했다. 네댓 번쯤 퇴짜를 맞고 나서야 이상한 낌새를 챘다.


“저기, 혹시 메뉴가 문제인가요?”


“바로 그겁니다. 아무래도 토끼는 좀...... 사람들이 생각하는 토끼의 이미지를 생각해 보면....풀드래빗 카지노 게임를 그리는 건 조금 힘들 것 같습니다.


풀드포크 카지노 게임는 순식간에 그려주는 챗지피티가 풀드래빗 카지노 게임는 끝내 거부했다. 결국 나는 사진첩을 뒤져 풀드래빗 카지노 게임 사진을 찾아냈다. 추가 설명이 없으면 안에 들어 있는 내용물이 토끼 고기라는 걸 전혀 유추할 수 없을 정도로 평범해 보이는 모양새였다. 그 사진을 건넨 다음 그림으로 바꿔 달라고 요청하자 챗지피티는 단박에 수락했다. 챗지피티가 인기를 끄는 건 인간의 보편적인 정서를 대변하기 때문이다. 챗지피티를 상담사로 이용하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 역시 챗지피티가 인간의 정서를 잘 이해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챗지피티의 공손한 거절 앞에서, 어쩌면 음식 앞에서 다소 뻣뻣한 내 마음이 보편적인 인간의 정서일지도 모른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오르톨랑 먹는 사람들’Generated by DALL.E, OpenAI.
오르톨랑(회색머리맷새)은 푸아그라와 더불어 프랑스의 대표적인 요리로 꼽힌다. 현재는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어 사냥과 요리가 모두 금지됐다. ‘천상의 맛’을 자랑하지만 조리법이 너무 잔인해 오르톨랑을 먹는 모습을 신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머리에 냅킨을 쓰고 먹는 것이 전통이었다. 오르톨랑 먹는 사람들이 등장하는 영화는 많지만 그림은 없어, 챗지피티의 힘을 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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