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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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Apr 25. 2025

* 運斤成風

* 運斤成風


1. 정치


『장자』 胠篋(거협)에 이런 말이 있다. 도척이 졸개의 물음(도둑질에도 도가 있는가?)에 도척은 매우 웃기지만 도둑이 가져야 할 품성을 4가지 나누어 이야기한다.


“방 속에 감추어진 재화를 멀리서 바라보는 것만으로 짐작할 줄 아는 것이 聖이고, 도둑질할 때 먼저 들어가는 것이 勇이고, 맨 뒤에 나오는 것이 義이고, 도둑질이 가능할지 여부를 미리 아는 것이 知이고, 도둑질한 물건을 고루 분배하는 것이 仁이다.”


현재 새로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대한민국의 정치를 여기에 비유한다면……


첫째 ‘감추어진 재화를 멀리서 바라보는 것만으로 짐작할 줄 아는’ 능력을 가진 놈(통상 도둑을 놈이라 부른다.)은 참 많다. 온통 그런 능력자들이다.


둘째 ‘도둑질할 때 먼저 들어가는 것’은 몇 놈 없어 보인다. 모두 몸 사리고 있다. 하지만 짐짓 용기 있는 척하는 놈들도 가끔 있다.


셋째 ‘맨 뒤에 나오는 것’…… 내 눈에는 이 나라 정치꾼들 중에 단 한 놈도 없다.


넷째 ‘도둑질이 가능할지 여부를 미리 아는’ 놈 역시 내 눈에는 없어 보인다. 뻔히 잡히거나 아니면 도둑질하러 들어가기도 전에 잡힐 놈들뿐인데 모두들 자신이 쓸만한 도둑이라고 떠벌린다.


다섯째 ‘도둑질한 물건을 고루 분배하는 것’ 이 정도 그릇이 되는 놈은 역시 단 한 놈도 보이지 않는다. 안타깝지만 사실이다.


장자가 도척이라는 허명으로 이야기한 도둑의 도道는 2300년이 지난 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2300년 전 중국이나 지금 우리 땅이나 정치하는 놈 중에 변변한 놈이 없다는 씁쓸한 이야기다.


2. 경제


물 건너 나라에 대통령이 바뀌니 세계경제가 엉망이 되고 있다. 외견 상 관세를 무기로 자국의 이익을 위카지노 게임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극우적 민족적 패권주의의 극치일 뿐이다. 힘없는 우리는 그 틈에서 3중, 4 중고를 겪는데 뚜렷한 해결 책은 보이지 않는다.


더욱 한심한 것은 이 나라는 현재 대통령 대행체제인지라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우리 같은 민초들 눈에도 너무 잘 드러난다. 이 와중에 협상을 위해 그 나라에 가 있는 이 나라 협상단의 태도에 경계가 될 말을 오래전 한비자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한비자에 나라를 위태롭게 카지노 게임 여덟 가지 간사한 일을 예로 들었는데 마지막이 ‘사방四方’이다. 사방이란 신하가 나라의 재정이 텅 비도록 큰 나라를 섬기며, 그 위엄을 이용하여 군주를 미혹시키는 것이다. 현재 상황과 비슷해 보이기도 하고……


그 대책을 이렇게 제시했다. 큰 나라의 요구에 대해 법도에 맞으면 들어주고 법도에 맞지 않으면 거절카지노 게임 것이다. 이미 법도는 정해져 있다. 법도는 우리 국민의 이익이고 우리 국가의 이익이라는 것은 자명하니 거절과 수용이 적절해야 할 것이다. (한비자 第九 八姦篇)


3. 교육


아침에 존경하는 함영기 선생의 글을 읽는다. ‘학력’에 대한 글이다. 선생은 학력을 이렇게 이야기한다. “진정한 학력은 단순히 시험 점수가 높거나 지식을 많이 아는 것이 아니다. 진짜 학력은 깊이 있는 학습을 통해 얻은 창의적 사고력과 이를 통한 문제해결력을 의미한다. 스스로 생각하고, 지식을 다양한 관점에서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과정을 통해 학력은 더욱 깊어진다. 지필시험을 더 자주 보고, 방과후학교에서 선행학습을 허용하는 것으로는 진정한 학력의 맛을 보게 할 수 없다.”


대부분은 동의하고 일부는 조금 생각이 다르다. 정확하게 다르다고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미세한 방향의 차이가 있다. 동의하는 부분은 이야기할 필요가 없고 미세한 방향의 차이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진짜 학력은 깊이 있는 학습을 통해 얻은 창의적 사고력과 이를 통한 문제해결력을 의미한다. 스스로 생각하고, 지식을 다양한 관점에서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과정~”이라는 말씀에 대한 이야기다. “혁신교육은 정말 학력을 떨어뜨렸을까?(25.4.24, 교육희망, 함영기 칼럼)”를 전체적으로 보면 선생의 생각에 동의하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하지만 몇 부분에서 마음이 멈추는 부분도 있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학교에서 수학 공식, 역사적 사실 같은 지식을 얼마나 잘 외우느냐가 중요했다. 하지만 지금은 단순히 지식을 아는 것에서 더 나아가, 그 지식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역량을 키우는 것이 중요해졌다.”라는 말에서 ‘외우는 것’에 대한 선생의 생각이 읽힌다. 지식은 암기가 기초인데 이 부분에 대한 선생의 생각과 나의 생각은 약간의 차이가 있다. 물론 선생의 글 맥락으로 볼 때 암기를 소홀히 하자는 이야기는 분명 아니다. 다만 혁신 교육으로 지낸 지난 십 수년 동안 암기 교육은 구 시대의 유물인 것처럼, 심지어 금기시하는 분위기도 있었다.


우리가 아는 수많은 동서양 고전이 오늘날까지 전해져 온 핵심 방법은 모두 암기였다. 불경도 성경도 대부분 암기된 것을 문자화한 것이다. 물론 지금 학교에서 암기를 중요하게 생각하여 무조건 암기 교육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지식이 선행되지 않는 문제해결력이나 관점의 이해나 비판적 발전은 존재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지식 교육의 핵심은 암기다. 즉 지식 교육도 혁신 교육의 중요한 바탕이며 동시에 뿌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소견이다.


혁신 교육이 더 넓어지고 더 단단해지기 위해서는 지금쯤 다시 근본부터 그리고 시작점에 대한 시대적 논의와 협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혁신은 기존을 해체하지만 그 해체된 것에도 필요한 것을 수용카지노 게임 것이 필요하며 지금이야 말로 그 필요한 부분에 대한 적극적 재 논의가 있어야 한다 것이 나의 좁은 생각이다.


* 장자 서무귀에 있는 말이다. 도끼를 잘 다루는 사람이 일으키는 바람이라는 이야기인데 무엇인가에 통달한 경지의 상황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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